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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반포자이 4억 하락” 인근 부동산 “법인 급매물일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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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홍남기

“8·4 주택공급 대책 이후 한 달이 지난 현재, 나름의 성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실거래 통계를 확인해 보니 가격 상승 사례도 있으나 상당 지역에서 가격이 하락한 거래도 나타나는 등 시장에서 쏠림 현상이 많이 완화됐다.”

1억 뛴 값에 팔린 경우도 있는데 #시세보다 싸게 팔린 매물만 부각 #“8·4 공급대책 한 달 나름의 성과” #전문가 “성급한 평가로 국민 혼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 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 근거로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와 송파구 리센츠,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노원구 불암현대 단지 등에서 아파트 실거래 가격이 최고 4억원까지 내렸다고 언급했다.

홍 부총리의 기대처럼 서울 주요 아파트 단지의 실거래 가격이 내려갔는지 점검했다. 우선 마포래미안푸르지오(전용면적 59.92㎡)를 살펴봤다. 홍 부총리는 전용면적 59.92㎡의 실거래가가 지난 7월 14억원에서 지난달 초 11억원으로 떨어진 사례를 제시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이런 거래가 등록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홍 부총리가 언급한 것보다 비싸게 거래된 사례도 적지 않았다. 지난달 9일에는 비슷한 면적의 아파트가 14억5000만원에 팔렸다. 지난 7월(14억원)보다 5000만원 올랐다. 전용면적 114.72㎡는 지난달 6일 18억85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6월 22일(17억8000만원)과 비교하면 두 달여 만에 1억500만원 뛰었다.

신고가 기록했는데 ‘급매’만 언급한 홍남기 부총리.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신고가 기록했는데 ‘급매’만 언급한 홍남기 부총리.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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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자이에서도 시세보다 저렴한 급매물 거래와 과거 최고가격을 경신한 거래가 함께 보인다. 홍 부총리는 지난 7월 초 28억5000만원에 거래됐던 반포자이(전용면적 84.94㎡)가 지난달 24억4000만원에 팔려 4억원 넘게 떨어졌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거의 비슷한 면적의 아파트(전용면적 84.99㎡)는 지난달 28억원에 거래됐다. 지난 7월(27억4000만원)보다 6000만원 올랐다.

익명을 요구한 인근 공인중개업체 관계자는 “(홍 부총리가 언급한) 24억4000만원 매물은 법인이 급하게 내놓은 것일 가능성이 크다”며 “정상적인 거래로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시세가 28억~31억원에서 형성돼 있다. 아무리 싸게 나와도 27억5000만원”이라고 덧붙였다.

홍 부총리는 주요 아파트 단지의 가격 하락과 함께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도 둔화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 근거로 한국감정원이 조사한 서울 아파트 매매 수급동향 지수를 들었다. 지난달 다섯째 주 104.9를 기록해 지난 7월 첫째 주(111.5)보다 6.6포인트 하락했다는 설명이다.

홍 부총리는 “매매 수급지수가 매수 우위에서 균형치인 100에 근접했다”며 “과열 양상을 보이던 서울·수도권의 매수 심리가 지난달 관망세로 돌아서며 진정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매매 심리가 위축된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부동산 정보업체 직방의 함영진 빅데이터랩장은 “서울 강남권의 집값은 약보합세지만 노원구 등 강북 중심으로는 여전히 돈이 몰리고 있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낮아졌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정책 효과를 강조하려는 홍 부총리의 발언이 정부와 시장의 시각 차이만 더 크게 드러낸 셈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부동산 정책의 효과를 보여주기 위해 (정부에) 유리한 사례를 내세우면 오히려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를 잃을 수 있다”며 “성급한 평가로 국민이 혼란을 겪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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