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코로나 때문에 놓친 일반 응급환자는 없었나

중앙일보

입력 2020.09.07 09:00

[더,오래] 조용수의 코드클리어(54) 

몇 달 전까지는 벚꽃 보러 다니는 사람들 소식만 들려도 다 같이 화를 냈는데. 의료인의 번아웃을 줄이자는 구호도 이제는 낡은 흑백사진이 되었다. [사진 뉴스1]

몇 달 전까지는 벚꽃 보러 다니는 사람들 소식만 들려도 다 같이 화를 냈는데. 의료인의 번아웃을 줄이자는 구호도 이제는 낡은 흑백사진이 되었다. [사진 뉴스1]

코로나19가 우리를 괴롭힌 지 어느새 6개월. 잠시 숨을 고르는가 싶더니 다시 기승이다. 생전 처음 겪는 전염병의 두려움에 집 밖에 나가기도 무서웠다. 선별진료소에서 환자를 본 날이면 부모님 얼굴 보는 것도 불안했다. 모르는 사람이 내 근처에 다가오면 온몸의 신경이 곤두섰다. 그래도 이제는 적응이 좀 되었다. 여전히 여러 가지로 조심하고 있지만, 근심만큼은 그때보다 덜하다.

그래서일까? 코로나19를 한낱 음모로 치부하는 사람이 있다. 심지어는 코로나와 맞짱을 뜨려는 사람도 있다. 대유행을 목전에 두고도 길거리에 모인 군중에게선 비장미마저 엿보였다. 몇 달 전까진 벚꽃 보러 다니는 사람들 소식만 들려도 다 같이 화를 냈는데. 의료인의 번아웃을 줄이자는 구호도 이제는 낡은 흑백사진이 되었다.

우리는 코로나19가 달이 차고 기울듯 유행과 완화를 반복할 것임을 알고 있다. 국제화 시대에 이 감염병을 완전히 차단할 방법은 없으며, 치료제나 백신으로 하루아침에 끝낼 수도 없다는 걸 안다. 우리는 앞으로도 꽤 오랜 시간 마스크와 거리두기를 하며 지루한 싸움을 벌여야 할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안타까운 건 모든 사람이 이성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회 전체의 이득과 개인의 이득이 항상 일치하는 건 아니다. 사람마다 가중치가 다르다. 누군가에겐 목숨보다 하룻밤의 유희가 더욱 소중하다. 그래서 정책을 짤 때는 대중의 행동양식을 예측해야 한다. 욕망과 행동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은 반드시 실패하기 마련이다.

코로나와의 장기전에서 언제까지고 사람들이 통제하에 있을 거란 기대는 금물이다. 그러니 작금의 대유행은 꼭 특정 종교만 탓할 일도 아니다. 사회 어디나 마찬가지였다. 카페만 가도 사람이 가득했으니까. 느슨해진 거리두기를 틈타 코로나가 어김없이 다시 찾아온 것뿐이다.

작금의 대유행은 꼭 특정 종교만 탓할 일도 아니다. 사회 어디나 마찬가지였다. 카페만 가도 사람이 가득했으니까. [사진 뉴스1]

작금의 대유행은 꼭 특정 종교만 탓할 일도 아니다. 사회 어디나 마찬가지였다. 카페만 가도 사람이 가득했으니까. [사진 뉴스1]

우리는 어느 나라보다 훌륭한 방역 성과를 이뤘다. 빠르게 검사하고 격리하여 치료하는 전략은 코로나19를 통제하는데 눈부신 성과를 보였다. 온 국민이 일치단결해 노력한 덕분이다. 그로 인해 우리는 남들보다 많은 시간을 벌었다. 지난 6개월이 바로 그 성과다. 하지만 그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했는지는 의문이다.

코로나19 동안 적지 않은 환자가 다른 질병으로 사망했다. 많은 수의 비코로나 환자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죽었다. 예년 같으면 잃지 않았을 환자들. 이른바 초과 사망자다. 훌륭한 방역으로 환자 수를 낮게 묶은 것에 비하면 아쉬운 결과다. 우리가 가진 자원을 적절히 활용했다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환자 숫자였기 때문이다.

지금도 마찬가지. 6개월이란 시간을 벌어놓고도 새로운 유행의 파고를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다. 초기 성공이 코로나를 만만하게 보게 만든 건가? 감염병 대응 전략은 3월과 비교해 별 차이가 보이지 않는다. 열나는 환자는 여전히 병원 문턱을 넘어서기 힘들다. 119는 환자를 태우고 정처 없이 거리를 배회한다. 포화상태의 병원 중환자실은 새로운 환자를 받을 여력이 없다. 경증의 코로나 환자를 수용할 시설과 인력은 턱없이 모자라다. 방역에 성공하고도 감염병 관리에 허덕이는 모습이다.

코로나19는 어김없이 다시 찾아들었다. 우리는 또 한 번 시련을 겪고 있다. 상황이 절망적인 것만은 아니다. 모두가 뼈를 깎는 노력을 하고 있다. 정부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거리두기를 이행하는 국민이 자랑스럽다. 그 때문에 나는 이번 파도도 우리가 능히 넘어설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하나 안타까운 건 그 과정에서 잃게 될 생명이다. 감염병 차단은 여느 나라보다 잘 해내고 있다. 이제는 그를 바탕으로 환자 관리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각 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역을 아우르는 감염병 진료 및 전원 시스템을 하루빨리 완성해야 한다. 지역별로 병상 및 진료 능력을 파악해야 한다. 확진자는 중증도별로 어디서 수용할지, 단순열 환자는 어느 병원에서 수용할지, 또 그런 환자들 사이에서 어떻게 하면 일반 응급환자를 놓치지 않을지, 이 모든 것들을 관리하고 배분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앉아있을 시간이 없다.

이미 6개월을 잃었다. 전투에서 이기고도 전쟁에서 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코로나에 끝은 없다. 감염병의 박멸이나 원천봉쇄 같은 헛된 기대는 접는 게 좋다. 3차 4차 유행은 또다시 찾아올 것이다. 바로 지금이 움직여야 할 때다.

전남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조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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