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태풍 하이선의 기세가 다소 약해졌다. 태풍 영향권에 든 제주와 남부에는 강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하이선은 6일 오후 5시 중심기압 945㍱, 최대풍속 시속 162㎞의 '매우강한' 태풍으로, 일본 가고시마 남남서쪽 200㎞ 해상에서 시속 30㎞로 북북서진 중이다.
태풍의 영향권에 든 제주 먼바다와 남해 먼바다에는 6일 오후 4시 태풍경보가 내려졌고, 제주 새별오름 시속 76㎞, 울산 시속 81㎞, 전남 신안 가거도 68㎞ 등 제주와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강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남부 대부분 해상에는 풍랑주의보, 제주와 남부 해안가에도 강풍주의보가 내려졌다.
일본 53만명 대피시킨 하이선… 7일 아침 남해로
기상청은 하이선이 7일 새벽 일본 남단 나가사키를 거쳐 남해로 진출한 뒤, 7일 오전 9시 부산, 오전 10시 울산에 최근접할 것으로 예보했다. 우리나라에 접근할 때까지도 하이선은 중심기압 960㍱, 최대풍속 140㎞의 강도 '강'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강풍반경 370㎞로 우리나라 전역이 영향권에 들 것”이라며 “특히 태풍이 가깝게 지나가는 동해안을 비롯해 울릉도, 독도는 강풍 피해에 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6일 오전부터 중심최대풍속 176㎞의 '매우 강한' 하이선이 접근한 일본은 오후부터 규슈지역 3개 현 53만여명에 대피 지시가 내려졌다. 이날 오후까지 가고시마 현 2만 8000여 가구, 오키나와 현 2670가구는 정전 피해를 입었다. 일본 남부지역 항공편 528편이 결항됐고, 규슈지역 신칸센은 7일부터 일부 구간 운행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가을날씨' 찬 공기가 태풍의 눈 흩었다
올해 발생한 태풍 중 가장 낮은 925㍱까지 중심기압이 내려가며 ‘슈퍼태풍’으로 발달할까 우려했던 하이선은 6일 오전부터 빠르게 북상하며 중심기압도 상승하는 추세다. 태풍은 중심기압이 낮을수록 강하다. 6일 오전 3시 중심기압 925㍱, 최대풍속 시속 184㎞, 오전 9시에 중심기압 935㍱, 중심최대풍속 시속 176㎞였던 것과 비교하면 12시간동안 중심기압은 20㍱ 상승, 최대풍속은 22㎞/h 줄어든 셈이다.
며칠간 '가을날씨'를 만들었던 북서쪽의 차고 건조한 공기가 태풍의 세력을 다소 약화시켰다. 기상청은 “바닷물 온도가 예년보다 1도 높게 유지되던 ‘30도’ 구역을 벗어났고, 북서쪽의 차고 건조한 공기가 태풍 아래층으로 강하게 파고들면서 태풍 소용돌이의 위아래가 분리되는 중”이라며 “태풍의 눈을 약화시키고, 태풍의 상하층 바람이 조금씩 달라진 채로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하층이 분리되면서 태풍의 강도도 살짝 약해진다.
남해 '28도' 예상보다 물이 차네
무섭게 강해지던 하이선은 해수온도 ‘30도 구역’을 벗어난 뒤 주춤하는 데다, 일본 남단 도서지역을 거치며 육지와 마찰해 세력이 더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
기상청은 “우리나라 남해이 수온이 예년보다 낮은 28도 이하로 유지되고 있어, 태풍이 접근하면서 빠르게 세력이 약해질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여전히 강도 ‘강’ 강풍반경 370㎞의 위협적인 태풍인데다 북서쪽의 차고 건조한 공기와 부딪히며 서해안을 중심으로 예상치 못한 강풍과 비가 덮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일본 등 해외기관과 달리 9호 태풍 마이삭의 경로를 태풍 접근 전 '경남 상륙'으로 맞췄던 기상청은 이번에도 해외 예측보다 살짝 동쪽으로 치우친 경로를 예상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해외 기상청의 예보도 똑같은 데이터, 비슷한 모델로 결과를 내지만, 태풍의 진행 과정에서 실황을 반영해 계속해서 미세조정을 한다"며 "대체로 비슷한 결과물에, 마지막에 더해지는 해석의 미세한 차이"라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북서쪽 차고 건조한 공기가 조금 더 강한 경향에, 동쪽의 북태평양 고기압이 다소 약한 경향이 합쳐져 경로가 동쪽으로 조금 치우칠 것으로 봤다"며 "그러나 두 공기 덩어리간의 미세한 힘의 변화로 인해 경로가 바뀔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고 덧붙였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