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라, 당국 초기대응 늑장으로 확산

중앙일보

입력

구멍뚫린 콜레라 방역 체계와 보건당국의 안이한 늑장 대응으로 콜레라가 전국으로 급속하게 확산하고 있다.

경북 영천지역 콜레라 발원지로 지목받는 영천 국도변 뷔페식당에서 최초 감염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점은 지난달 14일.

당시 식당 종업원 등 17명이 회식을 한 뒤 13명이 설사를 하기 시작했다. 증세가 심한 종업원 한명은 입원까지 했으며 이후 종업원 2명은 콜레라 환자로 밝혀졌다.

그러나 하루 전인 지난달 13일 국립보건원은 10년 주기로 환자가 많이 발생하는 콜레라 방역을 위해 전국 보건소 71곳과 병.의원 2백53곳을 콜레라 감시기관으로 지정했지만 신고는 들어오지 않았다.

열흘 뒤인 같은달 24일 같은 뷔페식당에서 식사한 트럭운전사가 설사.탈수 증세로 영덕군 병원에서 25일부터 나흘간 통원치료를 받았으나 역시 신고는 없었다.

병원측은 같은달 29일 울산시 울주군에서 첫 콜레라 환자가 확인되자 부랴부랴 영덕군 보건소에 설사 환자로 보고했다.

방역당국은 그제서야 뷔페식당에서 식사한 손님들을 중심으로 콜레라가 번지고 있다는 사실을 감지하고 역학조사에 들어가 지난 2일 트럭 운전사 등 3명을 콜레라 환자로 발표했다. 첫 감염부터 환자 파악까지 보름 이상 소요된 것이다.

방역당국의 대응은 뷔페식당보다도 늦었다.

설사에 시달린 손님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식당측이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스스로 문을 닫은 것은 지난달 30일. 하루 손님 2백여명으로 계산해도 17일 동안 3천여명이 이미 콜레라에 노출된 뒤였다.

그러나 방역당국은 영덕의 트럭운전사가 식당에 들렀던 지난달 24일부터 식당을 폐쇄한 30일까지 식당 이용 손님을 대상으로 설사 환자를 파악하고 있어 너무 안일하게 대처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즉 지난달 14일 회식한 식당종업원 가운데 환자가 발생했고 같은달 22일 식당을 찾은 손님 가운데 의사 환자가 나타났으므로 역학조사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초 감염원을 밝히는 것은 방역의 기본이지만 이 또한 벽에 부닥쳐 있다.

보건원은 일단 뷔페식당에서 사용한 물이나 종업원 회식에 사용한 해산물에 혐의를 두었다.

그러나 문제의 해산물을 구입한 가게 등을 검사했어도 균이 나오지 않아 식당에서 사용한 지하수 때문일 가능성에 대해서도 추적 중이다.

그러나 식당측이 업소 문을 닫으면서 식수로 쓰던 지하수를 소독해버려 지하수에 오염됐을지도 모르는 콜레라균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아 아직까지 감염원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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