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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전화 안했다" 그때 秋보좌관 5명중 4명은 알리바이 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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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 [연합뉴스]

“국방부를 통해서도 제가 확인해봤는데 전화를 건 건 사실인 것 같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모(27)씨의 ‘23일 장기 휴가’ 특혜 의혹과 관련, 더불어민주당 법사위원인 김남국 의원이 4일 MBC 라디오에서 한 말이다. 김 의원은 “보좌관이 전화했다는 것 자체는 부적절하지만, 자기가 가진 연가를 쓴 거니까 사실상 문제 삼을 만한 것은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의원의 발언은 파장을 일으켰다. “보좌관이 군부대에 전화를 건 사실이 없다”던 추 장관의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돼 거짓말 논란으로 커져서다. 앞서 추 장관은 지난 1일 국회 예결특위에 출석해 “당시 보좌관이 이렇게 전화를 한 사실은 맞느냐”는 박형수 국민의힘(옛 미래통합당) 의원 질의에 “보좌관이 뭐하러 그런 사적인 일에 지시를 받고 하겠느냐”며 “그런 사실은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1일 국회 예결위의장에서 '보좌관 전화' 의혹에 대해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1일 국회 예결위의장에서 '보좌관 전화' 의혹에 대해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서씨가 근무한 군부대 관계자들의 육성은 추 장관 발언과 다르다.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해당 부대의 지원 장교(대위)는 “추 의원 보좌관으로부터 서 일병 병가 연장이 되느냐는 문의 전화가 왔다”며 “보좌관이 굳이 이걸 왜 해야 하지 하는 생각을 했었다”고 말했다. 서씨의 당시 지휘관(전 중령) 역시 “병가를 연장할 수 없느냐는 그런 전화를 받은 거 같고, 지원 장교가 ‘안된다’ 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보좌관들 “나는 모른다”

추 장관 아들 서씨가 병가 19일과 연가 4일 등 23일에 달하는 장기 휴가를 쓴 것은 지난 2017년 6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바로 다음 달이다. 당시 추 장관은 민주당 대표였다. 당시 추미애 의원실에 근무한 핵심 보좌진으론 5명이 거론되는데, 이들은 현재 청와대 행정관, 서울시 의원, 공기업 감사 등으로 활동 중이다.

20대 국회 전반기에 추미애 의원실 보좌관이었던 A씨는 이후 추미애 당대표실 부실장과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전문위원을 거쳐, 2018년 5월부터 공기업 상임감사로 재직중이다. A씨는 중앙일보의 관련 질문에 문자메시지로 “확인한 바로는 보좌진 중에서 전화 한 사람이 없다. 추 장관도 그런 일을 사적으로 시키는 분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추미애 의원실 비서관과 보좌관을 거친 B씨는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 의원에 당선됐다. B씨 지역구는 추 장관이 다섯번이나 당선됐던 서울 광진구다. B씨는 이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화를 한 적이 없다”며 “관련 내용을 모른다. 지금 수사 중인 사안이어서 더 이상 답변 드릴 게 없다”고 밝혔다.

당시 추 의원실의 비서관이었던 C씨와 D씨는 21대 국회에서도 각각 민주당 비례대표 의원실 보좌관으로 근무 중이다. 이들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근무 당시 전혀 듣지 못한 얘기”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거론되는 인물은 추 장관을 10년 가까이 보좌한 것으로 알려진 E 전 보좌관이다. 그는 2017년까지 추 장관의 보좌관으로 근무한 뒤, 이듬해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에 도전했으나 경선에서 탈락했다. 이후 서울시청 정무직 공무원을 거쳐, 지난달 말부터 청와대 일자리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 중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E행정관이 군부대에 전화를 건 당사자로 꼽힌다”고 했으나,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E보좌관이 주변에 ‘난 전화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고 전했다. 중앙일보는 이날 수차례 E행정관에게 전화·문자메시지를 보냈으나 연결되지 못했다.

한편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추 장관 보좌관 출신 인사가 청와대 근무하고 있느냐’는 물음에 “비서관급 이상이 아니면 인사 사항에 대해 이름이나 근무지를 밝혀드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깔끔하게 특검으로 가야”

정치권에서는 특검 주장이 나온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 출연해 “검찰이 8개월이 되도록 붙잡고 있는 것은 역설적으로 거의 진실에 가깝게 규명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검찰이 빨리 밝혀내든가 특검으로 가든가 결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페이스북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페이스북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아빠 찬스 조국, 엄마 찬스 추미애"라며 "조국 키즈 김남국이 정상적인 논평을 하는 걸 보니, 이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추미애를) 손절하려는 건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무튼 검찰에서 핵심적인 증언을 무마한 사실이 드러났으니, 이 사안은 깔끔하게 특검으로 가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오현석·김홍범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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