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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빚진 5060, 미래 세대 위해 자원 저축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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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2호 22면

[세컨드 라이프] 남의 일 아닌 환경문제

잠시 소강상태였던 코로나가 다시금 우리의 일상을 집어삼키고 있다. 이제 나와 가족을 비롯해 모두가 언제 코로나에 걸릴지 모르는 상황이다. 실내에서도 밖에서도 우리는 한시도 마스크를 벗을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이제 사람의 맨 얼굴을 보는 게 외려 이상한 세상이 됐다.

기온 6도 오르면 생물 95% 멸종 #환경 파괴 대물림 막을 방법 모색 #기성 세대, 지인 등과 친환경 공유 #탄소 배출량 적은 제품 쓰고 #기후변화 전문가 되게 공부해야

며칠 전, 집에 가는 길에 나는 횡단보도에 서 있었다. 신호가 바뀌고 맞은편에서 사람들이 걸어오는데 딱 한 사람이 마스크를 안 쓰고 있었다. 순간, 그의 맨 얼굴이 마치 ‘외계인’처럼 너무나 낯설어 스스로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제 마스크를 안 쓴 얼굴을 보는 게 무서운 세상이 되고 말았구나.’

불과 몇 달 만에 일어난 일이다. 인간이 인간의 얼굴을 두려워하는 세상이라니.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앞으로 얼마나 더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걸까. 나는 요새 부쩍 고민이 많아졌다.

특히 코로나가 기후변화와 환경 파괴에서 벌어진 인재(人災)라는 것을 알고부터 환경문제가 더는 남의 문제로 보이지 않았다. 요새 날씨만 봐도 심상치 않다. 이렇게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던 여름을 나는 처음 겪었다. 태풍의 위력은 갈수록 세지고 있고, 온 지구가 물에 잠기거나 산불이 나거나 허리케인으로 재난을 겪고 있다. 얼마 전에는 남극기지 주변의 빙하가 다 녹아서 처음으로 땅의 민낯이 드러난 사진을 봤다. 충격적이었다. 불안했지만 애써 돌아보지 않았던 사이에 지구는 너무나 빨리 병들고 있었던 것이다.

미래 자원 당겨 쓴 ‘78억 명 빚쟁이’

1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2017년 6월 1일 제주 서귀포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2회 제주포럼에 참석해 특별세션 ‘기후변화의 도전과 기회’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2 고어 전부통령이 제작한 영화 ‘불편한 진실’의 포스터. 이 영화는 기후변화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데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민규 기자, [중앙포토]

1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2017년 6월 1일 제주 서귀포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2회 제주포럼에 참석해 특별세션 ‘기후변화의 도전과 기회’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2 고어 전부통령이 제작한 영화 ‘불편한 진실’의 포스터. 이 영화는 기후변화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데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민규 기자, [중앙포토]

공부를 하면 할수록 이 문제가 보통 심각한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얼마 전 방송인 타일러를 만났다. 타일러는 최근에 『두 번째 지구는 없다』라는 기후 위기 관련 책을 직접 썼을 정도로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다. 그를 환경실천가로 변화시킨 것은 대학 시절 접했던 『6도의 멸종』이라는 책 한 권이었다고 한다.

이 책은 우리의 미래를 예언서처럼 적어 두었다. 지구의 평균온도가 1도 상승하면 북극의 얼음이 녹는 속도가 빨라져 북극곰이 멸종 위기에 놓인다. 2도 올라가면 그린란드 전체가 녹아 미국의 마이애미, 맨해튼이 바다에 잠기고, 3도 오르면 아마존이 사라진다. 4도 오르면 뉴욕이 물에 잠기고, 5도 오르면 인간이 거주 가능한 지역이 얼마 남지 않으며 전쟁이 벌어진다. 6도가 오르면 생물의 95%가 멸종한다.

본래 지구는 자연적으로 만 년에 1도 정도 상승하는데 산업혁명 이후 200년 동안 1도가 올랐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 그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타일러는 이런 상황의 원인을 ‘78억 명의 빚쟁이’로 설명한다.

“지구가 1년에 재생할 수 있는 깨끗한 물과 산림자원의 양은 한계가 있어요. 그렇게 1년에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이 100%라면 우리는 지금 100% 이상을 쓰고 있는 거예요. 결국 우리의 5년, 10년 뒤의 미래에서 가져오는 셈이죠. 우리 모두는 사실상 ‘빚쟁이’로 살고 있는 거예요.”

‘빚쟁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뼈아프다니. 예전 같았으면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을 법한 말이 지금은 너무나 공감이 간다. 가장 가슴 아픈 진실은 내가 진 빚이 고스란히 우리 아이들에게 대물림된다는 사실이다. 어른들의 무지와 욕심으로 아이들이 미래에 누릴 것까지 다 빼앗고 있는 것이다. 자신들도 미처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그래서 얼마 전 나는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 이런 솔직한 고민들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나의 유튜브 채널에 타일러를 초대해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한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기도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4050 중년 여성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아이들의 미래가 너무 걱정되네요. 오늘부터 할 일을 찾아보겠습니다.”

“막연히 죄책감만 느끼고 있었는데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 당장 기후변화에 대한 공부를 시작합니다.”

친환경을 지향하는 기업 ‘파타고니아’ 직원들이 칠레 파타고니아 지역의 댐 건설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라이팅하우스]

친환경을 지향하는 기업 ‘파타고니아’ 직원들이 칠레 파타고니아 지역의 댐 건설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라이팅하우스]

나처럼 그녀들도 코로나로 인해 환경문제를 되돌아보고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이미 느끼고 있었다. 문제의식과 책임감을 느끼며 앞으로 무엇을 실천해야 할지 알려 달라고 이구동성으로 물었다. 나는 수백 개의 공감 댓글을 읽으며 새로운 희망을 봤다. 그리고 어쩌면 이것이 세컨드 라이프의 가치 있는 삶의 방식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퍼스트 라이프 때는 자립해서 먹고 사는 게 누구에게나 가장 중요한 가치다. 나와 가족의 미래를 만들어나가는데 거의 모든 시간을 쏟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자꾸 새로운 가치를 찾게 된다. 나와 가족이 행복하고 부자가 되는 것에서 조금 더 가치를 확장시키고 싶어진다. 남은 인생을 조금 더 가치 있게, 품격 있게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를 자연스럽게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외국에는 그런 롤 모델이 정말 많다. 요새 나의 롤 모델은 앨 고어(Al Gore) 전 미국 부통령이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역임했던 그는 퇴임 후에 더 빛나는 세컨드 라이프를 만들어 나갔다. 그가 만든 ‘불편한 진실’이라는 동명의 영화와 책은 기후변화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데 획을 그었다. 2007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그는 일흔 살이 넘은 지금까지 전 세계를 누비며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고 있다.

그런 그를 보면서 내게도 세컨드라이프의 새로운 사명이 생겼다. 나는 기후변화에 대해 열심히 공부해 언젠가 민간 전문가로서 기후 위기에 대해 강의를 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러기 위해 지금 당장 실천할 것들도  찾기 시작했다. 차를 두고 출퇴근을 걸어서 하기 시작했고, 일회용 컵을 줄이기 위해 텀블러를 들고 다닌다.

물론 환경문제는 전 지구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개인의 노력이 의미 없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개인만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실천이 하나 있다. 소비자로서 기업을 움직이는 것이다.

어떤 제품이든 내가 선택할 때 친환경 제품, 탄소 배출이 적은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다. 환경을 생각하는 옳은 소비를 개인들이 시작하면 기업은 그런 소비자에 의해 움직일 수밖에 없다. 이제는 환경 NGO보다 기업의 사회적 영향력이 더 커진 시대다. 친환경 소재만을 사용하고 옷 수선을 해 줄 테니 신제품을 사지 말라고 얘기하는 아웃도어 의류회사 ‘파타고니아’ 같은 기업들이 점점 더 많아질 때 우리가 진 빚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지 않을까.

나는 많은 5060들이 민간 기후변화 전문가가 됐으면 좋겠다. 세대별로 역할 분담을 해야 한다면 세컨드라이프를 시작하는 우리가 나서는 게 맞다. 젊은 친구들은 아직 삶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너무 많다. 우리도 역시 삶이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후배들보다는 조금 여유가 있고, 지구가 가장 아름답고 평화롭던 시절을 누렸다. 그리고 본의 아니게 후대들에게 빚을 지고 말았으니 앞으로는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며 남은 자원을 잘 저축해야 한다.

앨 고어 전 미 부통령이 롤 모델

그러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기후변화에 대해 조금씩 공부하고 실천해 나가자. 태어난 이래 계속 기후와 함께 울고 웃으며 살아가는 우리는 이미 절반은 기후변화 전문가다. 적어도 나 하나 설득할 만큼의 전문가는 돼야 한다. 더 나아가 우리 식구들과 주변 100명을 설득할 수 있으면 나는 그가 최고의 전문가라고 생각한다.

글쓰기와 SNS에 자신 있으면 환경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100명의 팔로워들과 공유하고, 손재주가 좋으면 재활용 핸드메이드 제품을 만들고, 리더십이 있고 행동력이 좋으면 주변 지인들과 스터디 팀을 만들어 함께 공부를 시작해도 좋다. 지속적인 기부를 하는 것도 멋진 방법이다. 코로나19 시대의 세컨드 라이프에 품격과 사회적 책임을 담고 싶다면 ‘기후변화’를 주목하자.

김미경 유튜브 김미경TV 대표
사람들의 꿈과 성장을 응원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 50대 중반부터 유튜브 채널 ‘김미경TV’ 크리에이터이자 국내 최초 유튜브대학인 ‘MK유튜브대학’ 학장으로 활동하며 세컨드 라이프를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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