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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파헤쳐 태양광 발전…20년 지나도 ‘환경적자’ 못 메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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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청정에너지의 역설 〈하〉 태양광

경북 봉화군 오전리 마을 외곽에는 과수원 나무와 소나무 군락을 베어내고 조성된 태양광 시설이 있다. 푸른빛 태양광 패널은 주변 산등성이를 가득 메운 삼림과 대조를 이룬다. 2만6000㎡ 가까운 큰 시설이지만 배수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인근 주민 A씨는 3일 “비가 조금 밖에 안 와도 물이 넘친다”고 한숨을 쉬었다.

산지 태양광하려고 마구잡이 벌목 #온실가스·미세먼지 저감에 역행 #20년 ha당 2억7700만원 환경훼손 #대안으로 수상 태양광 주목받지만 #환경영향조사, 주민참여 고려해야

국내 태양광 발전 시설에서 가장 큰 논란은 산지 태양광이다. 기존 산림을 훼손하면서 시설을 설치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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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은 화석연료 발전을 줄일 수 있다는 뚜렷한 장점이 있다. 하지만 나무를 베어내는 건 이런 태양광의 장점을 뺏어간다. 경제성이 떨어지는 잡목은 영향이 덜하지만, 오래된 나무를 베어내면 온실가스·미세먼지 저감 등에 타격이 될 수 있다. 최근 윤한홍 미래통합당 의원이 낸 자료에 따르면 2017년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로 훼손된 산림 면적은 5014㏊로, 서울 여의도 면적의 약 17배 규모다. 산림 훼손과 경사지 안전 문제에 따른 산사태 위험도 제기된다.

지난해 국립산림과학원 보고서에 따르면 35년 된 소나무 숲 1㏊를 베어내고 태양광 시설을 20년간 운영하면 ㏊당 2억4100만원의 환경적 편익(이산화탄소 감축, 미세먼지 저감)을 얻는다. 반면 숲을 20년 동안 유지한다면 ㏊당 3억6900만원의 편익이 발생한다.

경북 봉화군 물야면 오전리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 시설. 지난해 과수원과 소나무 군락 자리에 들어섰다. 양인성 인턴기자

경북 봉화군 물야면 오전리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 시설. 지난해 과수원과 소나무 군락 자리에 들어섰다. 양인성 인턴기자

연구팀은 산림 훼손에 따른 공익 가치 손실은 ㏊당 2억7700만원(20년 누적)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숲을 베고 태양광 발전을 하면 오히려 ha당 3600만원의 ‘환경 적자’를 보는 셈이다. 보고서는 “산지 태양광 발전은 신중하게 추진돼야 한다”고 했다. 익명을 요청한 전문가 B씨는 “숲을 밀고 태양광 하는 건 분명한 환경 훼손이다. 하지만 못 쓰는 산지 활용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육상 태양광의 단점을 보완하는 대안으로 호수 등에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는 수상 태양광이 주목받고 있다. 농업용 저수지가 많은 한국·중국·일본 등을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다. 합천호·충주호 등에서 운영중인 국내 시설은 21곳(1만9750㎾, 2018년)에 달한다.

경남 합천호에 설치된 수상 태양광 발전 시설. [사진 한국수자원공사]

경남 합천호에 설치된 수상 태양광 발전 시설. [사진 한국수자원공사]

하지만 수상 태양광도 녹조, 중금속 유출 가능성 등 우려가 나온다. 일본·미국 연구진이 2018년 영국왕립협회 학술지 논문을 통해 인공못에 햇빛 차단막(태양광 시설 가정)을 설치했더니 녹조를 일으키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늘어났다는 실험 결과를 공개했다. 논문 교신저자인 야마미치 마사토 호주 퀸즐랜드대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빛이 호수 표면에 도달하는 걸 방해하면 식물성 플랑크톤을 증가시켜 수질을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반면 국내 전문가들은 수상 태양광의 부작용을 일반화하기 어렵다고 보는 편이다. 지난해 공개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보고서는 일부 외국 시설에서 수질 악화가 나타났지만 한국 상황과 다르다고 했다. 합천호 시설을 4차례 분석했을 때도 유의미한 변화는 관찰되지 않았고 중금속 유출 문제도 없었다. 마사토 교수팀의 실험에선 차단막이 인공못 전체 면적 대비 56.5%, 75.4%를 차지했지만 국내에선 태양광 시설 면적이 수면의 5~10%로 제한적이란 점도 고려돼야 한다고 했다. KEI 연구팀은 “앞으로 수상 태양광의 사후 환경영향조사 강화, 주민 참여형 발전 확대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봉화=정종훈 기자, 양인성 인턴기자 sakehoon@joongang.co.kr

※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학회-SNU 팩트체크 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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