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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6억 이하 아파트 찾아라···규제 피해 거래 몰린 이 곳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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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규제가 쏟아지던 6월 이후, 서울에서 가장 많이 거래된 아파트 1위를 기록한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의 전경.  [사진 네이버부동산]

정부의 규제가 쏟아지던 6월 이후, 서울에서 가장 많이 거래된 아파트 1위를 기록한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의 전경. [사진 네이버부동산]

정부가 부동산 관련 각종 규제를 쏟아내던 지난 6~7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정점을 찍었다. 서울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6월 1만5591건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7월 1만616건으로 조금 줄었다. 30일 기준 8월 거래량은 2145건으로 내려앉았지만, 6ㆍ17 대책과 7ㆍ10 대책 등 각종 규제를 총망라한 대책이 이어질 때 아파트 거래량이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아파트 거래량으로 본 규제의 역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 분석 #6억 이하 집중, 3억 이하 키맞추기

정부에 대책이 있으면, 시장에는 방책이 있었다. 쏟아지는 정부의 규제를 요리조리 피해가며, 거래에 나선 시장의 움직임을 읽을 수 있어서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아파트 실거래가)’에 따르면 고강도 규제가 쏟아지던 지난 6월부터 8월 30일까지 서울에서 가장 많이 거래된 아파트 1위는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124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 실거래 현황을 분석한 결과다.

3830가구로 이뤄진 이 아파트 단지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 거래 건수는 50건이었다. 지난해 순위(44위)와 비교하면 올해 거래량은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볼 수 있다.

올해 서울아파트 거래량.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올해 서울아파트 거래량.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두번째로 손 바꿈이 많았던 곳은 송파구 신천동 ‘파크리오’(122건)다. 아파트 거래건수 3~5위는 도봉구 방학동 ‘신동아 1단지’(118건)와 강서구 방화동 ‘도시개발 2단지’(93건), 관악구 봉천동 ‘관악드림타운’(82건)이 차지했다.

유거상 아실 대표는 “각종 규제로 부동산 시장이 점점 불안해지자, 실수요자가 매매에 나서면서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다”며 “국토부 실거래 기준으로 가장 많이 거래된 아파트를 보면 규제가 시장에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6억원 이하 아파트에 집중된 수요

6~8월 많이 팔린 서울아파트.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6~8월 많이 팔린 서울아파트.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매수세가 몰린 이들 단지를 살펴보면 정부 규제가 시장을 어떻게 뒤흔들었는지를 엿볼 수 있다.

거래량 1위를 기록한 ‘SK북한산시티’는 실수요자들이 서울에서 6억원 이하 아파트 찾기에 얼마나 골몰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정부가 각종 규제로 대출을 옥죈 탓이다.

6억원은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부부 합산 연 소득 7000만원 이하 무주택자에게 2%대 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보금자리론’의 기준 금액이다. 서민ㆍ중산층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70%를 적용한다. 대출한도는 3억원(미성년 자녀 3명인 가구는 4억원)이다.

수요가 몰리고 거래가 늘면서 가격도 치솟았다. 전용 84㎡ 기준으로 지난 1월 5억 원대에 거래되던 아파트는 지난 7월 7억5000만원에 팔리며 최고가를 찍었다.

단지 인근의 한 공인 중개업소 대표는 “우이 경전철 솔샘역 초역세권인 데다가 3830가구 대단지인데 저평가됐다고 생각하는 실수요자들이 올해 들어 많이 매수해서 가격이 급등했다”고 전했다.

규제 풍선효과 여전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피한 송파구 신천동 '파크리오'의 모습. 중앙포토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피한 송파구 신천동 '파크리오'의 모습. 중앙포토

2위에 이름을 올린 ‘파크리오’는 규제 풍선효과를 보여준다. 정부가 6ㆍ17 대책 때 강남구 대치ㆍ삼성ㆍ청담동과 송파구 잠실동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자 바로 잠실의 옆에 있지만 신천동에 있는 ‘파크리오’의 거래가 급증한 것이다. 전용 84㎡의 경우 지난달 20일 신고가인 21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1월 17억원에 거래됐던 것과 비교하면 6개월 사이 4억원 이상 올랐다.

3위인 방학동 ‘신동아 1단지’는 3억 미만 아파트의 ‘키 맞추기’ 현상을 보여준다. 정부는 6ㆍ17대책으로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3억원 이상 아파트를 사면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수 없게 규제했다. 그러자 서울 지역의 3억 미만 아파트에 매수세가 몰렸고, 이들 아파트 가격이 삽시간에 오르며 4억대로 일제히 치솟았다.

방학동 신동아 1단지의 경우 전용 70㎡의 매매가가 지난 1월 2억9900만원이었지만 지난달 4억 원대로 껑충 뛰었다. 거래량 4위를 기록한 방화동 ‘도시개발 2단지’도 마찬가지 사례다. 도시개발 2단지 전용 49㎡도 3억대로 거래되다 6ㆍ17 규제 이후 4억대로 올랐다.

집을 살 때(취득세)나 집을 보유할 때(종합부동산세), 집을 팔 때(양도소득세) 내야 하는 세금을 모두 올린 7ㆍ10 대책 이후 서울의 전반적인 아파트 거래량은 확 줄었다. 대신 규제가 덜한 오피스텔 거래가 늘었다. 또다른 풍선 효과다. 7월 10일 이후 지금까지 서울에서 가장 많이 거래된 집은 서울 마포구 공덕동 오피스텔 ‘공덕헤리지움’(51건 거래)인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6ㆍ17대책으로 수도권 대부분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묶자, 투자수요가 오히려 서울로 유입되는 ‘빨대 효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30일 한국감정원의 월별 매입자 거주지별 아파트 매매현황 통계(신고일 기준)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 거주하지 않는 외지인에게 팔린 서울 아파트는 3457건으로 올해 들어 가장 많았다. 경기도의 경우 3186건 거래돼 6월(3773건)보다 줄었고, 인천 거래량도 1892건(6월)→898건(7월)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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