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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1만여명 사직서”…정부, 미복귀자 고발 일단 보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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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보건복지부 관계자들이 27일 서울 한 종합병원에서 의료계 집단휴진과 관련해 전임·전공의에 대한 업무개시명령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앞은 복지부 장관 명의 업무개시명령서. [사진공동취재단]

보건복지부 관계자들이 27일 서울 한 종합병원에서 의료계 집단휴진과 관련해 전임·전공의에 대한 업무개시명령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앞은 복지부 장관 명의 업무개시명령서. [사진공동취재단]

파업 중인 전공의와 전임의가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등에 반발해 집단 사직서 제출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정부는 업무 미복귀자에 대한 고발 방침을 밝혔다가 병원장들의 만류로 일단 고발을 보류했다.

아산병원선 전임의들도 사직서 #의대학장들 “정부에 책임” 성명 #정부 “고발장 제출 일정 추후 공지 #사직서 제출자도 업무명령 대상”

의료계 총파업 2일째인 27일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전공의들로부터 사직서를 받는 형태의 단체행동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신촌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 29명 전원을 포함해 전공의 1만6000명 중 70%가 사직서를 냈다. 대전협 관계자는 “추가로 취합 중인 병원이 많아 정확한 수치는 28일 오전에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현 대전협 회장은 “(정부의) 강제적인 집행을 보고 신뢰가 깨졌다고 생각했다”며 “앞으로 의료계가 어떻게 나갈지, 의사 일을 계속하는 게 맞는지 등을 결정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해 집단 사직서 접수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수도권 대학병원의 한 전공의는 “정부 대응에 분노한 전공의들이 ‘차라리 의사를 그만두고 다른 직업이나 찾아 보자’며 사직서 작성에 나서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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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수련병원의 전임의들도 이날 성명서를 내고 “국민 건강과 국가 의료체계가 망가질 것이 불 보듯 뻔한 이번 정부의 정책 추진에 대해 강력히 반대하면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울아산병원에서는 10여 명의 전임의가 실제로 사직서를 냈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소속 전국 40개 의대 학장, 원장도 성명서에서 “정부는 졸속으로 수립된 보건의료정책에 대해 의학교육 전문가가 포함된 의·정 협의체를 구성해 원점에서 재검토하라. 의사 양성이 중단될 경우 발생할 의료 공백과 의학교육 부실화에 대한 책임의 중심에는 정부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응급실·중환자실 근무표까지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정부의 행태가 직권남용에 해당하는지 등을 따져볼 것”이라며 “정무적 판단을 해야 하는 정부가 불에 기름을 붓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날도 원칙 대응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김현숙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은 집단 사직서 제출과 관련해 “판례는 사직서 제출을 집단행위의 한 사례로 보고 있다”며 “사직서 제출자에 대해서도 업무개시명령 발동이나 불응 시 처벌 등 조치를 원칙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20개 병원의 응급실·중환자실 휴진자 358명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던 정부는 이날 집중 현장조사를 벌였다.

정부는 현장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오후 4시쯤 “미복귀자 중 10명 정도를 경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의 “원칙 대응” 주문에 따라 초강경 대응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한 시간 반 뒤에 이를 번복했다. 복지부는 “고발조치 일정과 관련해 다양한 경로로 의료계 원로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상황”이라며 “고발장 제출 일정은 추후 다시 공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이날 오후 박능후 복지부 장관과의 간담회에 참석했던 한 병원장은 “박 장관이 ‘진정성 있게 잘하려 애썼는데 결국 여기까지 왔다’며 의견을 물었다”며 “병원장들이 ‘행정명령으로 전공의, 전임의, 교수들까지 연쇄적으로 자극하지는 말아야 하며 범의료계 대표들과 만나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이 이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고발 조처가 일단 보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와 정부에서는 양측이 타협의 실마리를 잡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황수연·이태윤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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