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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밀란 22년 기록 깬 중국인 구단주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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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8월 18일(한국시각) 독일 뒤셀도르프 경기장,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의 인터 밀란이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결승에 진출했다. 인터밀란이 유로파리그 결승에 진출한 것은 1997-1998시즌 이후 22년 만의 일이다. 이날 경기장 한 편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승리의 현장을 기록하는 수트 차림의 동양인 남성이 포착됐다. 인터밀란의 중국인 구단주 장캉양(张康阳 스티븐 장)이다.

장캉양 [사진 텅쉰왕]

장캉양 [사진 텅쉰왕]

경기 직후 그는 자신의 SNS에 뒤셀도르프 경기장 사진을 업데이트 하며 결승 진출의 감격을 표현했다. 이날 인터밀란은 5-0으로 대승을 거뒀으며, 이로써 중국인 구단주 장캉양은 약 63억 2300만 원의 수입을 올리게 됐다고 중국 매체들은 보도했다.

장캉양이 SNS에 공유한 경기장 모습 [사진 텅쉰왕]

장캉양이 SNS에 공유한 경기장 모습 [사진 텅쉰왕]

인터밀란은 유로파리그 32강에서 4강까지 500만 유로(약 70억 원)의 상금을 따냈으며, 결승행 티켓을 거머쥐며 450만 유로(약 63억 2300만 원)를 추가로 획득했다.

인터밀란 이끄는 쑤닝그룹 황태자 장캉양 #구단 맡은 지 4년 만에 유로파리그 결승행

나흘 뒤인 지난 22일 펼쳐진 결승전에서 인터밀란은 세비야에 2-3으로 아쉽게 패하며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이번 유로파리그 결승행은 인터밀란이 22년 만에 이룬 성과이며, 유럽 클럽대항전 결승 진출 역시 2009-2010시즌 이후 10년 만의 일이다.

장캉양 [사진 텅쉰왕]

장캉양 [사진 텅쉰왕]

인터밀란의 구단주 장캉양은 중국 쑤닝그룹(苏宁集团) 장진둥(张近东)회장의 아들로, '쑤닝의 황태자'라고 불린다. 지금으로부터 4년 전, 쑤닝은 49억 6000만 위안(약 8500억 원)을 투자해 인터밀란의 지분 70%를 인수했다.

이후 인터밀란이 중국인의 손에 넘어갔다는 사실이 공공연히 알려졌지만, 구단주 장캉양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17년 미국 CNBC와의 인터뷰, 그리고 2018년 모드리치 영입을 추진하면서부터다.

2018년, 인터밀란이 세계적인 미드필더 루카 모드리치(레알 마드리드) 영입 작전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당시 국내외 매체들은 "모드리치 스카웃에 성공하면 인터밀란이 최강팀으로 급부상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당시 인터밀란은 모드리치 모셔오기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레알 마드리드가 이를 거부하면서 결국 영입 실패를 인정했다.

[사진 텅쉰왕]

[사진 텅쉰왕]

2016년 인터밀란을 인수한 장진둥 회장은, 당시 쑤닝 글로벌 사업 확장을 맡고 있던 아들에게 인터밀란을 맡겼고 그렇게 장캉양은 사상 최연소 구단주가 됐다. 장캉양은 소위 말하는 ‘구단주 갑질’ ‘구단주 리스크’와는 거리가 멀었다. 선수와 자주 소통하고 직접 몸으로 부딪히는 구단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 내에서도 평판이 좋은 재벌 2세 중 하나다.

쑤닝은 지난 4년 간 인터밀란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2017년 중국 당국이 자본의 해외 유출을 통제했을 당시, 구단 투자에 소극적이라는 팬들의 비판에 시달렸고 한 때 쑤닝의 구단 포기설도 돌았으나 결과적으로는 소문에 그쳤다. 지난해에는 전력 강화를 위해 디에고 고딘, 발렌티노 라자로 등 수많은 선수를 영입했다.

그간 부침이 있었던 구단 성적은 점차 정상궤도로 회복되기 시작했다. 17-18시즌 인터밀란은 연간 수입 3억 4600만 유로를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다. 18-19시즌에는 4억 1500만 유로로 수입을 더 늘리며 유럽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클럽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19-20시즌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수입은 줄었지만 연봉 조정을 통해 여전히 흑자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사진 텅쉰왕]

[사진 텅쉰왕]

4년 간 쑤닝이 투자한 금액은 약 6억 유로(약  8400억 원)에 달하지만, 구단이 창출한 수익은 10억 유로(1조 4000억 원)에 이른다. 물론 쑤닝의 소득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4년이라는 시간은 쑤닝과 장캉양이라는 브랜드 네임을 유럽 및 전세계에 알린 시간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유로파 결승전에서 패하면서,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우승을 따내지 못했다는 반응도 나온다. 결승전 직후 인터뷰에서 콘테 감독이 작별을 예고하는 듯한 발언을 했고, 현지 매체들은 콘테 감독과 구단 수뇌부가 결별을 앞두고 있다는 추측성 보도를 내놓기도 했다.

22년 만에 유로파리그 결승 진출과 준우승을 달성한 인터밀란, "쑤닝의 글로벌 마케팅을 확대하고 전통 축구 명가 인터밀란을 재건하겠다"는 중국인 구단주의 꿈은 앞으로 또 어떻게 펼쳐질까.

차이나랩 홍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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