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종합·대학병원 전공의들에게 26일 오전 8시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고 현장 점검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오전 8시 삼성서울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한양대병원, 고대구로병원 등 20여 개 대형병원에 전공의 업무개시 명령서를 보냈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 명의의 업무개시 명령서에는 ‘의료법 제59조에 2항에 의거, 26일 O시까지 응급실에 복귀해 응급환자 진료 업무를 개시해 달라’며 ‘정당한 사유없이 불법휴진에 참여한 의료인은 의료법에 따라 처분 및 형사고발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대한응급의학회 이경원 대외협력이사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복지부·건강보험공단·보건소 직원으로 구성된 조사팀이 26일 오후 각 병원에 현장 조사를 나왔다"며 "응급실과 중환자실의 전공의 근무계획표과 대조해 현재 근무하지 않는 전공의에 대해 병원 측에 업무개시명령을 구두로 전달하고, 병원 게시판에 명령서를 붙이고 갔다"고 말했다.
이 대외협력이사는 "정부가 어떤 병원에 가선 1시간 뒤 근무 여부를 확인한 뒤 없으면 행정처분하겠다는 식의 엄포를 놨다"며 "다른 병원에는 내일 오전까지 기한을 줘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정부가 응급실 전공의들을 시범 케이스로 삼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환자실은 통상 전문의(교수) 중심으로 주치의가 환자를 보기 때문에 전공의가 없고, 응급의학과 소속 전공의들이 가장 먼저 피해를 보게 생겼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정부가 응급실, 분만실 등 필수의료 인력이 중요하다면서 이들 전공의부터 희생양 삼으려 한다"며 "지금도 전공의가 빈 자리를 교수, 간호사들이 메우고 있는데 응급실 전공의에게 면허 정지 등 행정처분을 하게 되면 공백이 길어져 응급실 상황이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당장 전공의 잡느라고 다음 스텝은 생각도 못하는 것 같다"며 "이렇게 엄포만 놓으면 전공의 복귀가 더 늦어질 뿐"이라고 덧붙였다.
복지부는 앞서 이날 오전 전공의·전임의 등에 대해 업무개시 명령을 내리면서, 수도권 수련병원의 응급실, 중환자실부터 현장 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수련병원의 수술·분만·투석실→수도권 일반병원의 응급·중환자실→비수도권의 수술·분만·투석실 등 순차적으로 개별적인 업무개시 명령을 발령할 계획을 발표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