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불임병원, 줄기세포 목적 인간배아 제조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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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부시 행정부가 연방자금의 줄기세포(stemcell) 연구 지원 금지를 검토 중인 가운데 한 불임치료기관이 줄기세포 연구만을 목적으로 인간배아 수십 개를 만들어 논란이 일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11일 시험관 수정 전문 민간병원인 버지니아주 뉴포크의 존스생식의학연구소가 배아 줄기세포를 얻기위해 기증받은 난자와 정자로 배아 수십 개를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이미 더 아이를 갖기를 원치 않는 부부들의 냉동 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에 존스연구소의 이 실험은 과학적으로는 의미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 실험은 연방자금을 줄기세포 연구에 지원할 것인지 검토 중인 부시 대통령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배아 연구에 대한 찬반논쟁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의 책임자인 존스연구소의 윌리엄 E. 기븐스 박사는 "난자와 정자를 기증받아 줄기세포 연구용 배아를 만드는 것은 냉동배아를 이용하는 것보다 이점이 많다"며 "기증자들은 모두 연구목적에 대해 정보를 제공받고 동의했으며 여러 윤리위원회가 이 실험을 승인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낙태 반대론자들은 이 실험이 `매우 잔인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으며 일부 의학 윤리학자들과 이번 실험으로 줄기세포 연구의 명분이 손상될 것을 우려하는 줄기세포 연구자들도 비난하고 나섰다.

존스홉킨스대 존 기어하트 박사는 "줄기세포를 연구하는 과학자가 인간 배아를 파괴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이번 연구는 상당히 당혹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대 불임전문가로 미국생식의학회 회장인 마이클 솔리스 박사는 "이 실험은 적절치 못한 것이며 특히 실험을 한 시점은 최악"이라고 말했다.

배아에서 추출되는 줄기세포는 인체의 모든 세포나 조직으로도 성장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전능성 세포로 과학자들은 줄기세포를 이용하면 앞으로 손상된 조직이나 장기를 복원 또는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의회는 연방정부 자금을 인간 배아와 관련한 연구에 지원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며 부시 대통령은 현재 폐기될 냉동 배아에서 추출된 줄기세포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공적자금을 지원하는 것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새로 만든 배아에서 더 나은 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다는 주장은 검증이 안됐을 뿐 아니라 치료목적이 아니라 연구목적으로 인간 배아를 만드는 것도 적절치 못하다는 주장이 우세하다.

존스연구소의 이번 실험이 부시 대통령의 결정과 복제를 둘러싼 논쟁에 어떤 영향을 줄 지는 더 지켜봐야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실험으로 관련 연구가 강력한 반발에 부딪힐 것을 우려하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엄남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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