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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흑서' 첫날 5000부 완판…편집자 "난 文 지지자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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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권경애 변호사, 김경율 회계사, 서민 단국대 교수, 강양구 기자 등이 참여한 책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표지. [천년의상상 제공]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권경애 변호사, 김경율 회계사, 서민 단국대 교수, 강양구 기자 등이 참여한 책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표지. [천년의상상 제공]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김경율 회계사, 권경애 변호사 등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비판적인 진보 인사들이 저자로 참여해 '조국 흑서'라 불리는『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가 초판이 나온 25일 5000부 모두 매진된 것으로 확인됐다. 유명 저자의 책도 3000부 이상 나가기 어려운 출판업계에선 드문 일이다.

선완규 편집자 "文대통령 당선되면 달라질 줄 알았다"

조국 흑서, 첫날 완판됐다  

이 책의 편집을 맡았던 '천년의상상'의 선완규 편집자는 중앙일보에 "1쇄가 나온 당일 완판됐다"며 "대형서점의 주문이 밀려와 1만부를 추가로 인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알라딘' 등 인터넷 서점에선『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의 물량을 구하지 못해 배달 지연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선 편집자는 "올해 초 책을 기획할 때만 해도 이 책이 팔릴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며 "이런 책을 기다린 독자들이 많았던 것 같다"고 했다.

25일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박태인 기자.

25일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박태인 기자.

조국 사태가 책의 시작 

조국 사태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 전반을 비판적으로 다룬『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는 '조국 백서'라 불리는『검찰개혁과 촛불시민』과 비교되며 '조국 흑서'로 알려졌다.

선 편집자는 "지난해 조국 사태 이후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며 "이 문제에 대해 책이 할 역할을 고민하다 진중권 교수님께 대담 제안을 드렸다"고 말했다. 선 편집자는 진 교수의 '스테디셀러'인『미학 오디세이』편집을 맡은 1994년부터 진 교수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조국 흑서' '한번도 상상해보지 못한 나라'를 기획한 선완규 편집자. [선완규 제공]

'조국 흑서' '한번도 상상해보지 못한 나라'를 기획한 선완규 편집자. [선완규 제공]

책 편집자 "文대통령 지지자였다"

선 편집자는 스스로를 "2017년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던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자였다"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에선 많은 것이 바뀔 것이란 기대를 가졌었다"며 "특히 대통령이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말했을 때는 가슴이 뛰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은 기대와 달랐고, 조국 사태는 이 책이 나온 계기가 됐다.

선 편집자는 올해 초 책 기획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책이 팔릴지 자신하지 못했다고 한다. 주변을 둘러보니 조 전 장관의 지지자들만 보였기 때문이다.

선 편집자는 "저자들에게 대담료도 각 100만원씩밖에 못드렸다. 인세도 5명에게 각 2%씩만 드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만 해도 '이 책을 누가 사겠냐'고 했다. 저자들이 힘든 시기에 만나 생각을 공유하며 서로 힘을 받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청와대에서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오른쪽) 등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간담회장으로 이동하던 모습.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청와대에서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오른쪽) 등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간담회장으로 이동하던 모습. [연합뉴스]

치열한 경쟁 중인 조국 백서와 흑서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는 선 편집자의 우려와 달리 독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25일 오후 기준으로 '인터넷 교보문고'에선 종합 1위에 올랐고, '알라딘' 사회과학 분야에서 2위, 예스24에서도 종합 19위를 기록 중이다.

2주 전인 지난 11일 발간된 '조국 백서'『검찰개혁과 촛불시민』와도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검찰개혁과 촛불시민』는 인터넷 교보문고에선 종합 26위, 알라딘 사회과학 분야에선 1위, 예스24에선 종합 7위를 기록하고 있다.

선 편집자는 "조국 백서를 제작한 편집자와도 출판 업계의 선후배 사이"라며 "서로 각자가 기획한 책이 잘 팔리길 바라는 격려의 인사를 주고받았다"고 말했다. 선 편집자는 향후 계획을 묻자 "저자와 독자들이 비대면으로라도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려 한다"며 "새로운 방식의 북콘서트를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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