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분쟁조정법 시행되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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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마련한 의료분쟁조정법은 의료사고를 당한 환자가 조정위원회를 통해 비교적 쉽고 빠르게 배상이나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또 환자를 가려 진료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해 의사들의 형사책임을 상당 부분 덜어주는 데도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무과실 보상제도.의료인 면책.보상 재원 마련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 의료사고 현황=보건복지부는 연간 7천여건으로 추정하고 있다. 환자가 소송을 제기하면 1심 판결에 평균 2년7개월, 2심까지는 3년10개월이 소요돼 장기간 고통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의료분쟁조정법 시안은 조정 기한을 60일로 정해 최대한 빨리 분쟁을 해결토록 했다.

1997년부터 99년까지 3년 동안 1천4백49건의 의료사고 소송 가운데 환자가 승소한 경우는 1백49건(12.7%), 일부 승소한 경우는 3백10건(26.4%)에 불과하다.

의사들도 '한번이라도 의료사고가 나면 망한다' 는 피해의식 때문에 방어 진료를 하게 되며 그래도 사고가 나면 일부 피해자의 점거 농성과 폭력에 시달려왔다.

◇ 문제점과 과제=의료분쟁조정법은 89년 논의를 시작해 거의 매년 입법을 시도했다가 폐기되곤 했다. 98, 99년에는 입법예고까지 했다. 무과실 국가보상제도와 의사의 형사처벌 면제 조항이 걸림돌이었다. 의사협회는 이 두가지를 줄기차게 요구해 왔으나 법무부는 형사처벌 평등 원칙을 내세워 의사 면책 조항을 반대해 왔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홍연숙 검사는 "법무부 입장은 달라진 게 없다. 법적 안정성 측면에서 이익집단마다 예외를 만드는 것에 반대한다" 며 '의사도 처벌의 예외일 수 없다' 는 기존 입장을 확인했다.

무과실 국가보상제도를 위한 재원으로 복지부는 정부의 일반 예산과 건강보험 재정을 염두에 두고 있으나 여유 예산이 없고 건보 재정이 거덜난 상황에서 기금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의사협회 이윤성 법제이사는 "환자의 난동을 가중 처벌하거나 제3자 개입금지 조항이 안들어간 점 등이 아쉽지만 환자나 의사를 위해 먼저 도입한 뒤 보완해 가는 게 좋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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