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더오래]체내에 부족한 효소 공급 해준다는 말 옳을까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이태호의 잘 먹고 잘살기(84)

우리 몸의 어느 부위가 안이고 밖일까? 혈관, 심장, 신장, 허파 뇌 등은 당연히 몸 안에 있는 기관이다. [사진 pxhere]

우리 몸의 어느 부위가 안이고 밖일까? 혈관, 심장, 신장, 허파 뇌 등은 당연히 몸 안에 있는 기관이다. [사진 pxhere]

장내(腸內)가 몸 안일까 밖일까? 당연히 안이라 하겠지만 틀렸다. 밖이다. 내와 밖, 주위환경에서는 내(안)와 밖(외)이 확연히 구별되지만, 우리 몸을 두고는 모두 헷갈린다. 표현하는 단어도 많다. 안쪽을 의미하는 속· 안·내, 바깥쪽은 외·밖·겉 등이다.

그럼 우리 몸의 어느 부위가 안이고 밖일까? 혈관, 심장, 신장, 허파 뇌 등은 당연히 몸 안에 있는 기관이다. 그런데 입속과 콧속, 기관지, 위, 소장, 대장 항문은 몸 밖, 즉 외부환경과 접해 있는 부분이라 몸 밖으로 친다. 더 엄격하게 따지면 쓸개, 질, 요도, 방광 속까지도 몸 밖에 속한다. 심지어 허파 속 공기와 접하는 부위도 몸 밖으로 봐야 한다. 이들 ‘몸 밖’은 외부환경에 노출돼 있어 더 위험에 직면한다. 따라서 환경 속 미생물이나 오염물질 등에 민감하다.

별 중요하지 않을 수도, 별로 관심도 없는 체내와 체외를 따지는 이유는 뭔가. 이 글을 쓰게 된 동기가 있다. ‘우리가 나이 들면 몸속 부족해지는 효소를 음식으로 먹어 공급해 줘야 한다’, ‘처진 피부는 콜라겐을 먹어주면 좋아진다’, ‘우리의 장은 70% 이상의 면역세포가 집중된 제2의 뇌다’ 등 터무니없는 주장에서 비롯됐다.

한참 유행하고 지나간 산야초 효소와 곡물 발효효소가 과연 ‘체내에 부족한 효소를 공급해준다’는 말이 옳은 것일까. 한마디로 궤변이다. 실제 효소를 먹어도 위산과 소화효소(단백질분해 효소)에 의해 박살 나기 때문에 그대로 몸 안(혈액)으로 흡수되지 않는다. 모든 단백질은 소화가 되어 아미노산의 형태로 분해되면 그 본연의 기능은 상실한다.

체내에 있는 효소, 즉 세포 내의 수많은 효소는 나이 들면 다소 줄어들지 모르지만(실제는 그렇지 않다), 그렇다고 절대로 외부에서 공급해 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세포 속에 있는 수천 종류의 효소는 절대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세포가 죽고 터지기 전에는 말이다. 예로 간세포 안에 있어야 할 GOT, GPT라는 효소가 혈액검사에서 일정이상 검출되면 어떤 원인에 의해 간세포가 파괴되고 있다는 증거로 본다.

둘째로 콜라겐. 콜라겐은 거대분자로 된 단백질이다. 피부에 발라도, 심지어 먹어도 소화되기 전에는 절대 흡수되지 않는다. 단백질이 피부를, 장벽(障壁)을 통과하고 해당 장소로 이동해 피부 등을 탱글탱글하게 해준다는 말, 소가 웃을 일이다. 그것도 돼지껍질이나 생선껍질에 대고 말이다. 그대로 흡수돼도 문제가 된다. 이들 단백질이 사람에게는 이물질로 취급되어 면역세포의 공격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저분자화해 흡수를 좋게 했다고 둘러대지만 이도 꼼수다. 이것도 아미노산의 형태로 소화되지 않고는 흡수되지 않는다. 게다가 콜라겐에 열을 가하면 젤라틴으로 변성되기 때문에 이미 콜라겐이 아닌데도 콜라겐이라 우긴다는 것도 문제다. 또 모든 단백질은 소화되고 나면 예외 없이 그 구조와 기능은 사라진다. 이런 주장은 당뇨 환자가 인슐린(단백질) 주사가 아니라 그냥 먹어줘도 된다는 논리와 같다. 또 콜라겐을 먹어서 보충한다면 근육을 먹어 근육질이 되고 동물(뇌)골을 먹어 뇌를 좋게 한다는 주장과 뭐가 다른가 하는 거다.

외부와 접촉해 있는 장의 혈관 속에는 면역세포가 많을 것이라는 짐작은 간다. 그러나 항상 70%가 대기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사진 pixabay]

외부와 접촉해 있는 장의 혈관 속에는 면역세포가 많을 것이라는 짐작은 간다. 그러나 항상 70%가 대기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사진 pixabay]

또 한 가지, 면역세포의 70%가 장 속에 있다는 주장. 이는 얼핏 면역세포가 창자 속에, 마치 우리의 분변 속에 항상 대기하고 있다가 나쁜 균의 침입을 막아준다는 것처럼 들린다. 실제는 면역세포가 분변 속에 있지 않고 장 속의 체액(혈관이나 림프관속)에 있다. 그 70%라는 것도 확실치가 않다. 당연히 외부와 접촉해 있는 장의 혈관 속에는 면역세포가 많을 것이라는 짐작은 간다. 그러나 항상 70%가 대기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면역에 관련되는 세포와 물질은 그 수가 수십 종류에 이른다. 문제가 생겼을 때 비로소 관련 장소에 급격하게 모여들어 작동하는 시스템이 바로 면역체계이다.

그럼 몸 밖 외부와 접촉하는 부위, 즉 위험에 노출된 소화기관은 어떨까? 일차적으로 물리적으로 방어한다. 장벽은 어떤 성분도 쉽게 통과하지 못하는 철옹성이다. 영양성분 등 선택된 물질만 통과시키고 여타물질에 대해서는 철저히 배제한다. 장벽의 물질 투과성은 아주 엄격하여 아무거나 자유롭게 들락거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병원균은 어떻게 몸속으로 들어갈까. 실제 우리 장 속의 무수한 미생물은 절대 장벽(腸壁)을 통과하지 못한다. 평소의 혈액 속은 항상 무균상태로 유지된다. 그런데 일부 병을 일으키는 세균이나 바이러스는 이런 장벽을 무너뜨린다. 그 방법은 탄복할 정도로 교묘하다. 이도 진화의 한 영역으로 설명한다. 일단 혈관으로 들어온 미생물은 면역기능이 방어한다. 이때 적군이 많거나 퇴치가 어려울 때는 병변으로 나타난다.

장이 제2의 뇌? 말이 되지 않는다. 여기서 장이 장 속의 내용물(분변)을 지칭하는 건지, 장벽의 혈관 속을 지칭하는 건지도 확실치가 않다. 장내 미생물이 생산하는 어떤 물질이 우리 몸에 다소 영향을 미친다는 건 맞다. 그렇다고 창자를 제2의 뇌라고 하면 뇌에 대한 불경이다.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마이크로 바욘(Microbiome)이라 하고 최근에 핫한 연구과제로 떠오르기는 했다. 이런 주장도 다소는 유산균, 유익균 등에 대한 과대평가에서 나온 말장난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그동안 소화기관을 몸속으로 착각하게 해 대중을 많이도 헷갈리게 했다. 그들이 체내(몸속)라고 하는 것이 실제로는 소화기관인 체외일 경우가 많았다. 체내에 물질이 들어오기란 쉽지 않은데도 먹어주기만 하면 목적장소로 이동하여 기능을 발휘하는 것처럼 알렸다. 아니 실제 그렇게 방송과 언론에서 둘러댔다. 그런 분위기를 이용해 일부는 많은 잇속도 챙겼다. 효소가, 콜라겐이, 크릴오일이, 항산화제가 그랬다. 몸속에서 필요에 따라 만들어지는 EPA, DHA 및 인지질 등 각종 기능성물질까지도 그랬다. 대부분 과학을 빙자한 허위주장이다. 이를 유사과학(pseudoscience)이라 한다. 아니 가짜과학이다. 다 열거하자면 지면이 모자란다. 그들의 감언에 속지 말자.

부산대 명예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