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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달리자’ 크라잉넛 “25년 활동 대견…앞으로 25년도 재미있길 기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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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올해로 데뷔 25주년을 맞은 크라잉넛. 장난기 가득한 표정은 그대로다. 장진영 기자

올해로 데뷔 25주년을 맞은 크라잉넛. 장난기 가득한 표정은 그대로다. 장진영 기자

“20주년 때는 밴드로 20년을 버텼다는 게 그렇게 놀라운 일인지 잘 몰랐어요. 그냥 우리는 계속 활동하고 있었고 밥 잘 먹고 잠 잘 자다 보면 20년 후딱 지나가는 거 아닌가 했거든요. 그런데 그다음부터는 한 해 한 해 가는 게 너무 길게 느껴지더라고요. 몸도 나날이 안 좋아지고. 그렇게 25주년이 되니까 우리가 좀 위대한, 아니 훌륭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웃음)”

홍대 터줏대감 된 동창생 록밴드 #베스트앨범·공연 등 기념 이벤트

최근 서울 홍대 드럭레코드에서 만난 록밴드 크라잉넛의 데뷔 25주년 소감이다. 맏형 김인수가 입을 떼자 멤버들도 “몸도 소모품이니 언제 고장나도 이상하지 않다” “머리숱이 되게 빨리 없어진다. 자꾸 SNS에 탈모약 광고가 뜬다”라고 입을 모은다. 서울 동부이촌동 한동네에서 자라며 초·중·고등학교를 같이 다닌 동네 친구이기에 가능한 푸념이다.

서울 홍대 드럭레코드 작업실에서 크라잉넛 멤버들이 악기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서울 홍대 드럭레코드 작업실에서 크라잉넛 멤버들이 악기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25주년을 맞아 베스트앨범을 만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 1995년 홍대 클럽 드럭에서 박윤식(보컬·기타), 한경록(베이스), 쌍둥이 이상면(기타)과 이상혁(드럼) 등 4인조로 데뷔해 99년 김인수(아코디언·키보드) 합류 이후 멤버 교체 없이 달려온 1세대 밴드로서 그동안 쌓은 음악 세계를 집대성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발표곡 중 16곡을 선별해 눌러 담은 베스트앨범 CD를 24일 공개한 데 이어 LP도 11월 중 발매할 예정이다.

6집 ‘불편한 파티’(2009)부터는 작업실에서 녹음한 이들은 이번엔 보다 좋은 소리를 만들고자 CJ아지트 튠업 스튜디오에서 전곡을 새로 녹음했다. 박윤식은 “옛날에 녹음한 걸 듣다 보면 일기장 들춰보는 것처럼 창피하다”며 “특히 1집은 기타 튠도 제대로 안 돼있고 노래를 불렀다기보다는 거의 짖어댄 수준”이라며 웃었다. 하여 선공개한 ‘밤이 깊었네’(2001), ‘좋지 아니한가’(2007)처럼 히트곡도 있지만 “다시 녹음하고 싶은 곡들도 넣었다”고. 이상혁은 “옛날엔 진짜 악에 받쳐서 ‘말 달리자’(1998), ‘다죽자’(1999)고 외쳤지만 요새는 많이 유해졌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왼팔 골절로 활동을 못 한 이상면은 쉬면서 갈고 닦은 그림 솜씨를 발휘하기도 했다. 1~8집 앨범 재킷을 패러디해서 유화로 그린 작품이 모여 베스트앨범 재킷이 됐다.

크라잉넛 25주년 기념 베스트앨범. 이상면이 1~8집 앨범 재킷을 패러디해 그렸다. [사진 드럭레코드]

크라잉넛 25주년 기념 베스트앨범. 이상면이 1~8집 앨범 재킷을 패러디해 그렸다. [사진 드럭레코드]

10월 17일 성수동 에스팩토리에서 25주년 기념 콘서트와 함께 전시회도 준비 중이다. 9월 19일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한 차례 연기했다. 한경록은 “준비를 많이 했는데 안전이 우선이니 동참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온라인으로라도 관객과 자주 만날 수 있도록 여러 기회를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3월 일본 공연이 취소되면서 ‘로큰롤 한일 교류전 무관객 라이브’를 유튜브로 진행하고, 6월 ‘신한카드 디지털스테이지 크라잉넛 25주년 기념 콘서트’ 등 언택트 공연을 몇 차례 진행한 이들은 “관객의 중요성을 새삼 다시 느끼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박윤식은 “아무래도 같이 놀아주셔야 분위기가 확 뜨는데 벽 보고 노래하는 느낌도 들고, 사람들의 끈끈한 정이 더 고파지더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각종 공연이 멈춘 지금이 가장 힘든 시기라면, 가장 융성했던 시기로는 군대 시절을 꼽았다. 2002년 말 동반 입대한 이들은 “정식으로 음악을 배운 적이 없어 악보 볼 줄도 몰랐는데 군악대에서 많은 걸 배웠다”고 했다.

마음에 품고 있는 30주년 목표도 있을까. 한경록은 “추억에 기대지 않는 현재진행형 밴드로 계속 가고 싶다”고, 박윤식은 “보통 30년을 한 세대라고 하니, 엄마 아빠랑 아이들이 손잡고 공연 보러 올 수 있는 세대를 뛰어넘는 밴드가 되고 싶다”고 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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