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하루 1000㎞, 110일 누비는 핵추진잠수함…‘고슴도치 전략’에 적합한 북한 잠수함 킬러

중앙선데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700호 07면

우리도 항공모함 띄울까 

국산 3000t급 잠수함 도산안창호함. [연합뉴스]

국산 3000t급 잠수함 도산안창호함. [연합뉴스]

경항공모함 도입이 논란의 중심에 선 가운데 한국형 핵추진잠수함(원잠)이 조용히 부상하고 있다. 탄도미사일을 실은 북한 잠수함을 잡는데 최적화된 ‘조용한 바다의 사냥꾼’인데다 주변국의 군사적 도발을 억제할 수 있는 강력한 카드이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국방부가 내놓은 ‘국방중기계획’에는 “유사시 대응능력이 강화된 3000t급 잠수함 전력화를 완료하고 무장 탑재와 잠항 능력이 향상된 3600t급 및 4000t급 잠수함을 건조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정부, 2030년 한국형 도입 검토 #전기로 물 분해해 산소 무제한 #핵연료 확보, 주변국 반발 관건

원잠의 가장 큰 장점은 조용하게 빠른 속도로 장기간 잠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재래식잠수함은 배터리를 이용해 조용히 움직인다. 하지만 배터리가 떨어지면 바다 표면 가까이에서 디젤 엔진을 가동해 충전해야 한다. 공기를 빨아들일때 쓰는 스노클이 레이더에 걸릴 수 있고, 엔진이 돌아가는 소음은 적 수상함이나 잠수함에 탐지되기 쉽다. 재래식잠수함은 하루에 한번 정도 이같은 스노클링이 필요하다. 공기불요추진시스템(AIP)을 장착한 신형 잠수함도 물 속에서 최대 2주 정도 작전할 수 있을 뿐이다.

원자로에서 나오는 넉넉한 동력을 활용하는 원잠은 스노클링이 필요 없다. 전기로 물을 분해해 산소를 무제한으로 얻을 수 있고, 바닷물을 담수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론적으로는 핵연료가 떨어지기 전까지 물 위로 나오지 않을 수 있지만 승조원의 사기 등을 감안해 보통 90일에서 110일 정도 작전을 한다.

이같은 특성을 바탕으로 핵미사일을 실은 전략 원잠(SSBN)으로 많이 쓰인다. 미국의 오하이오급(1만8000t급), 러시아의 타이푼급(4만8000t급) 등은 수십발의 탄도미사일을 탑재하고 몇달씩 물 속에 머문다. 전략 원잠을 잡기에 가장 적합한 것이 핵무기를 탑재하지 않은 공격 원잠(SSN)이다. 미국은 구 소련의 전략 원잠을 추적하기 위해 수중배수량 7000t에 달하는 로스엔젤레스급 공격 원잠 62척을 만들었다. 현재는 신형 버지니아급(7800t)을 배치하고 있다. 냉전시절 이들의 임무는 소련 잠수함 기지 앞에 매복하는 것이었다. 전략 원잠이 출항하면 졸졸 따라다닌다.

한국이 공격원잠을 갖게 된다면 가장 큰 역할은 북한의 고래급 탄도미사일 잠수함을 견제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주변국의 도발을 억제하는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중국과의 갈등이 고조됐을때 진해 해군기지 앞바다에서 한국형 원잠이 잠수하면 텐진·칭다오를 방어하는 중국 북해함대와 상하이를 방어하는 동해함대에는 비상이 걸린다. 하루 1000㎞를 이동하는 원잠이 어디서 떠올라 어디를 위협할지 알수 없기 때문이다.

‘고슴도치 전략’에 가장 잘 어울리는 무기 체계다.

가장 큰 난관은 선박용 원자로 확보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7년이면 잠수함용 원자로 개발과 선체 설치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의 동의가 필수다. 한미원자력협정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핵무기의 원료가 되는 고농축 핵연료를 보유할 수 없다. 농축률 20% 이하인 저농축 우라늄도 군사용으로는 사용할 수 없다. 미국 정부와 의회가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 경제성이 있느냐는 문제도 남는다. 중국과 러시아, 일본 등 주변국들의 반발도 문제다.

이같은 난관을 넘어설 수 있다면 2030년을 전후해 국산 원잠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잠수함 전력은 독일 209급을 개량한 장보고급(1200t) 9척과 214급을 바탕으로 AIP를 탑재한 손원일급(장보고Ⅱ, 1800t) 9척이 기반을 이룬다. 해군은 2018년 진수한 3000t급 도산안창호함을 시작으로 장보고Ⅲ 9척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2028년까지 3600t급 4~6번함 도입이 마무리되면 그 다음에 만드는 4000t급 잠수함은 원잠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창우 기자 changwoo.kim@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