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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잇단 설화 일으키는 송영길, 외통위원장 자격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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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의 잇따른 설화(舌禍)는 대한민국 외통위원장으로서의 자질과 적격성을 의심케 한다. 집권 여당 중진 의원(5선)의 역사인식과 세계관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 정도다.

그는 어제 인터뷰에서 “주한 유엔군사령부라는 것은 족보가 없다. 주한미군에 외피를 입힌 것일 뿐”이라며 “이것이 남북관계에 간섭하지 못하도록 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역사적 사실을 모르는 무지에서 나온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그렇지 않다면 다른 의도가 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유엔사는 6·25전쟁 중이던 1950년 7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에 따라 설립됐다. 이 결의에 따라 세계 22개국이 전투병과 병참·의료병력 등을 파견했고, 가장 많은 병력을 파견한 미군에 사령관 임명권과 유엔기 사용권을 준 것이다. 작전지휘권이 한미연합사령부(1978년)로 이관되면서 현재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관리 등 정전협정 관련 임무만 수행하고 있다. 이처럼 유엔 회원국의 결의에 의해 만들어진 명백한 조직에 족보가 없다면 도대체 무엇에 족보가 있다는 말인가. 또 “유엔사가 6·25 승리와 대한민국의 발전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정경두 국방장관)는 평가마저 호도하면서 느닷없이 남북관계에 간섭하지 말라는 건 무슨 뚱딴지같은 얘긴가.

그는 며칠 전에도 한·미 워킹그룹에 대해 “우리 권한의 모든 것을 위탁하는 통감정치처럼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부적절한 발언으로 비판을 샀다. 북의 비핵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한·미 간 실무 논의기구를 일제의 무단통치 수단인 통감정치에 빗댄 것 자체가 사리에 맞지 않다. 객관적 사실마저 호도하는 이런 발언을 국회를 대표하는 외통위원장이 연거푸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송 위원장이 경박한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엊그제는 뉴질랜드 한국대사관의 현지 직원 성추행 의혹과 관련한 몰상식한 발언으로 여론의 비난을 받자 하루 만에  “지금 시대의 성인지 감수성에 괴리된 점은 없는지 성찰하겠다”고 사과했다. 앞서 그는 “같은 남자끼리, 우리는 배도 한 번씩 툭 치고 엉덩이 쳤다는 건데….” “뉴질랜드는 동성애에 상당히 개방적”이라는 등 외교적 갈등을 빚을 발언을 했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송 위원장은 지난 6월 취임 직후에도 실언으로 도마에 오른 적이 있다.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데 대해 “(대)포로 폭파 안 한 게 어디냐”고 말해 비판을 받았다. 도무지 어느 나라 외통위원장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다. 한번 실언은 있을 수 있지만 실수가 반복되면 그건 자질과 품격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