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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팀 쿡, ‘꿈의 시총’ 2조 달러 달성 뒤 남긴 트윗엔…

중앙일보

입력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애플이 꿈의 시가총액으로 불리는 2조 달러를 ‘터치’했다.
19일(현지시간) 애플 주가는 장중 한때 477.67달러를 돌파하며 2조 달러 문턱을 넘었다. 하지만 종가는 462.83달러로 밀리면서, 안착에는 실패했다. 잠깐이지만 시총 2조 달러를 기록한 것은 미국 기업으로는 최초의 일이다. 2조 달러 클럽 진입을 노리는 후보군엔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MS)가 있다. 19일 마감 기준 아마존 시총은 1조6331억 달러, MS는 약 1조5869억 달러다.

애플 이전 장중 시총 2조 달러 고지를 밟은 기업은 전 세계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가 유일했다. 아람코는 지난해 12월 장중 한때 2조 달러를 넘었으나 지난달 31일 애플에 시총 1위 자리를 넘겼다. 사우디 왕실의 막강한 지원을 받는 국영기업이라는 점에서 아람코와 애플을 단순 비교하긴 어렵다.

애플의 19일 종가 기준 시총은 1조9790억 달러로, 2조 달러를 단 210억 달러 남긴 숫자다. 국내총생산(GDP, 2018년 기준)으로 따지면 세계 8위인 이탈리아(2조739억 달러)와 같은 규모다. 한국의 GDP는 1조7208억 달러로 세계 10위다. 애플의 시총이 한국의 GDP보다 약 2582억 달러 많다.

애플에 장기 투자했다면, 수익률도 어마어마하다. 1997년 애플의 주식을 매수했다면 2020년 8월 20일 현재 수익률은 약 7만2081%다. 애플의 97년 평균 주가는 0.6416달러였다.

애플 ‘꿈의 시총’ 2조달러의 의미.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애플 ‘꿈의 시총’ 2조달러의 의미.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애플이 꿈의 시총을 달성한 쾌거를 이룬 직후, 최고경영자(CEO) 팀 쿡은 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때론 예기치 못하게 찾아온다.” 시총 2조 달러에 대한 자화자찬이 아니었다. ‘세계 사진의 날’을 맞아 아이폰으로 촬영한 풍경 사진을 올리며 붙인 글이다.

몇 시간 뒤엔 “캘리포니아를 휩쓴 산불과 폭염으로 피해를 당한 (애플) 직원 여러분과 친구들의 안전을 빈다”며 “애플은 (캘리포니아) 지역의 야생동물 보호를 위해 기부를 하겠다”는 트윗도 올렸다. ‘2조 달러’의 한 글자도 적지 않았다. 애플의 전설적 카리스마 스티브 잡스와는 달리 차분하면서도 이타성을 강조하는 쿡만의 스타일이 드러난 대목이다.

팀 쿡이 2018년 봄 제품 설명회에서 나선 모습. 애플의 시총은 그해 8월 1조 달러를 처음으로 돌파했다. 그리고 2년 뒤, 2조 달러도 돌파했다. 종가 기준 돌파도 곧 눈앞에 두고 있다. EPA=연합뉴스

팀 쿡이 2018년 봄 제품 설명회에서 나선 모습. 애플의 시총은 그해 8월 1조 달러를 처음으로 돌파했다. 그리고 2년 뒤, 2조 달러도 돌파했다. 종가 기준 돌파도 곧 눈앞에 두고 있다. EPA=연합뉴스

쿡은 지난달 어닝 서프라이즈를 공개하면서도 “우리의 이번 성공이 우리만의 성공으로 끝나선 안 된다”며 “지금처럼 힘든 시기엔 더욱 그렇다. 우리는 파이의 크기 전체를 키우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애플을 만든 잡스에 이어 애플을 키워낸 쿡 다운 발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19일 애플의 시총 2조 달러 기록을 보도하며 쿡의 이 같은 발언을 강조했다.

시총 신기록 돌파는 쿡과 애플엔 데자뷔다. 시총 1조 달러를 세계 최초로 돌파한 기업도 애플이었다. 불과 2년 전인 2018년 8월 2일의 기록이다. 1997년 주당 1달러도 안 되는 ‘동전주(동전만으로 살 수 있는 주식)’ 처지였던 애플의 환골탈태에 이은 승승장구다. 스티브 잡스가 2011년 사망한 뒤 쿡이 키워낸 결실이기도 하다.

팀 쿡 애플 CEO가 지난해 10월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V'자를 만들어보였다. '꿈의 시총'을 일시 돌파했던 19일에도 같은 기분이었을 것. 로이터=연합뉴스

팀 쿡 애플 CEO가 지난해 10월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V'자를 만들어보였다. '꿈의 시총'을 일시 돌파했던 19일에도 같은 기분이었을 것. 로이터=연합뉴스

시총 1조 달러를 돌파하는 데는 창업 후 42년이 걸렸으나 2조 달러는 2년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점도 주목된다. 미라보 시큐리티즈의 닐 캠플링 애널리스트는 FT에 “진정 믿기 어려운 속도”라며 “‘애플 디스카운트’가 ‘애플 프리미엄’으로 바뀌는 건 순식간이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기증이 날 정도로 빠른 성과”라며 “아이폰 제조기업이 세계 경제에서 갖는 우세한 지위를 확인해주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는 못 미쳤으나 애플의 시총 2조 달러 고지 안착은 시간문제다. 애플은 곧 4분의 1로 주식 분할을 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투자 문턱을 낮추겠다는 의도다. 전 세계 투자자의 수요가 몰리면서 추가 상승 동력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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