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식당가의 치즈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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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관련된 전문직종이 세계에서 가장 많다는 프랑스의 파리보다는 못하겠지만 요즘 뉴욕에는 치즈와 관련한 새로운 직업이 출현하고 있다.

유럽인들이 즐겨 먹는 치즈를 뉴요커들이 후식으로 즐기기 시작하면서 유명 레스토랑에는 포도주처럼 치즈만을 전담하는 '치즈 소믈리에' '케이브 마스터' 등 새로운 전문직이 생겨났다.

지금까지 미국인들은 식전에 칵테일을 마시면서 치즈를 안주 대용으로 즐겨 먹었는데 최근에는 이를 디저트로 즐기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마호가니와 은으로 만든 전용 카트에 치즈를 싣고 손님이 직접 먹고 싶은 치즈를 고르게 하는 레스토랑 알랭 듀카스에서부터 어퍼 웨스트사이드의 앙증맞은 레스토랑 쿡스 코너에 이르기까지 맨해튼의 고급 식당 대부분은 각종 치즈를 구비하느라 여념이 없다.

맨해튼에서 치즈가 뜨는 이유는 뉴요커들의 식문화에 대한 발상전환 때문이다.

칼로리에 민감한 사람들은 치즈가 고칼로리라는 이유로 이를 기피해왔다.

하지만 최근엔 당분이 많고 칼로리가 높은 케이크 등의 디저트를 먹을 바에는 오히려 맛이 담백한 치즈로 입가심을 하는 게 유리하다는 생각이 확산된 것이다.

레스토랑의 마케팅 전략도 치즈주문을 부추기는 한 원인이다.

식전에 술을 한잔 마시는 추세가 다소 줄자 매상확보를 위해 고급스러운 치즈를 내세워 색다른 디저트라며 손님을 유혹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치즈를 즐기는 값이 만만치 않다.

고급식당의 경우 치즈를 디저트로 택할 경우 대략 1인당 10달러(약 1만3천원)~20달러씩을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세 종류의 치즈를 고르면 15달러, 다섯가지면 20달러 하는 식으로 균일가를 책정한 곳도 있고, 치즈에 사과나 호두.빵 조각.샐러드 등을 곁들여주고 20달러 안팎을 받기도 한다.

뉴요커들이 가장 선호하는 치즈는 최소한 60일 이상 숙성해야 하는 프랑스산 카망베르. 하지만 최근 공급이 달리자 직접 레스토랑 특유의 치즈를 제조하는 곳도 늘고 있다.

맨해튼에서 치즈에 관한 한 구색을 갖추고 있다고 자부하는 레스토랑 아르티자날은 치즈 메뉴에 원료가 소젖인지, 염소젖인지, 양젖인지를 표시해 놓고 있다.

하지만 손님들은 식당측의 성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 집에서 제일 냄새가 고약한 치즈로 주세요" 라는 식의 주문을 가장 많이 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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