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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발 확진자 늘고 있지만…'카공족' 빼곤 다 마스크 벗었네

중앙일보

입력

파주병원을 탈출했던 사랑제일병원 교인(평택시 177번 확진자)이 19일 검거된 서울 마포구의 H커피숍. 방역완료 안내문이 붙어있지만 손님은 없었다. 문희철 기자

파주병원을 탈출했던 사랑제일병원 교인(평택시 177번 확진자)이 19일 검거된 서울 마포구의 H커피숍. 방역완료 안내문이 붙어있지만 손님은 없었다. 문희철 기자

19일 정오 서울 강서구 S커피숍은 인근의 직장인들로 북적였다. 커피를 주문하는 줄을 선 8명 중 7명은 마스크를 썼지만, 이 중 5명은 마스크를 턱에 살짝 걸쳤을 뿐이고 제대로 마스크를 쓴 사람은 2명이었다.

2층으로 올라가자 31명의 손님이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이들 중 테이블을 혼자 사용하고 있는 11명 중 마스크를 쓴 사람은 5명뿐이었다. 2명 이상이 함께 커피를 마시고 있는 테이블은 마스크 착용 비율이 더 낮았다. 20명 중 19명이 마스크를 탈의하거나 턱에 마스크를 걸친 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19일 본지는 서울 강서구·마포구·서대문구 일대 커피숍을 무작위로 열 군데 방문했다. 여기서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37명)은 전체(141명)의 26.2%였다. 카페에 들어설 때는 대부분 마스크를 썼지만, 일단 자리에 앉으면 음료를 마실 때만 잠깐 내리는 게 아니라 아예 마스크를 벗어두는 경우가 60.3%(85명)였다.

카페에서 만난 유모 씨(44)는 “커피숍에는 대화하려고 오는데, 말할 때마다 마스크를 벗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매일 보는 회사 동료라서 코로나19 감염자일 걱정은 안 한다”고 말했다.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첫 날 커피숍 모습

이 커피숍에 19일 오후 1시경 방문한 소비자는 30명 중 26명이 마스크를 벗고 있었다. 문희철 기자

이 커피숍에 19일 오후 1시경 방문한 소비자는 30명 중 26명이 마스크를 벗고 있었다. 문희철 기자

커피숍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n차 감염이 꾸준히 확산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할리스커피 선릉역점에서 16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데 이어, 경기도 파주 스타벅스 야당역점을 매개로 누적 54번째 확진자가 나왔다(19일 오전 10시 30분 기준). 또 스타벅스 산본점에서 근무하는 직원도 19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수도권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자, 정부는 19일 0시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조치를 강화했다. 하지만 서울 시내 주요 커피숍 풍경은 특별히 달라지지 않았다. 서울시 마포구 양화로 할리스커피 홍대점은 여전히 점심 직후 손님들이 북적였다. 혼자서 커피를 마시는 이른바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은 대다수가 마스크를 쓰고 있지만, 2명 이상이 대화하는 테이블은 대부분 쓰고 온 마스크를 테이블에 올려둔 채 대화를 나눴다.

코로나19 이후 커피숍을 방문하는 소비자가 감소했다. 문희철 기자

코로나19 이후 커피숍을 방문하는 소비자가 감소했다. 문희철 기자

이는 커피숍이 이번 조치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특별시·인천광역시·경기도를 대상으로 실시한 격상된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방역 조치는 실내에서 50명 이상이 동시에 집합·모임·행사를 갖는 것을 행위를 금지한다. 이를 위반하면 감염병예방법 80조 7호에 따라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

다만 여기서 모임은 사전 공지·약속에 따라 동일한 목적을 사진 사람이 동일한 장소에서 모이는 행위다. 따라서 삼삼오오 커피숍을 방문하는 것은 예외다. 또 서로 약속하지 않고 커피숍에 방문한다면 50명을 초과한다고 해도 방역 조치 위반이 아니다.

야외에 좌석을 마련한 커피숍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스크를 벗고 커피를 마셨다. 문희철 기자

야외에 좌석을 마련한 커피숍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스크를 벗고 커피를 마셨다. 문희철 기자

에어컨 앞에서 마스크 벗고 대화하기도

에어컨 바로 아래 있는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벗고 있는 모습. 문희철 기자

에어컨 바로 아래 있는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벗고 있는 모습. 문희철 기자

특히 스타벅스에서 에어컨을 통한 비말 확산이 알려졌지만, 에어컨 앞에서도 자연스럽게 마스크를 벗고 대화하는 경우도 빈번했다. 방역 당국은 밀폐된 커피숍에서 작동한 에어컨이 비말 확산의 기제로 작용한 것으로 본다. 스타벅스 야당역점 2층에 앉았던 코로나19 확진자의 바이러스가 2층 천장 에어컨 바람을 타고 에어로졸 형태로 2층 매장 안쪽에 전파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기상청에 따르면 19일 낮 기온이 최고 38도까지 오르는 등 폭염 특보가 내려진 상황에서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날 방문한 S커피숍은 사방의 두 면이 벽이고 두 면은 통유리라서 환기도 어려운 구조다.

집단 감염의 뇌관으로 떠오른 커피숍이 예외 취급을 받는 건 고위험시설로 분류한 12개 사업장에 커피숍이 포함되지 않아서다. 정부는 노래연습장·유흥주점·실내집단운동시설·뷔페 등을 고위험시설로 지정하면서 19일부터 집합금지 조치를 시행했다. 학원·목욕탕·영화관·예식장·장례식장 등이 12종의 다중이용시설에 포함돼 있다.

커피숍은 2명 이상이 함께 방문한 경우 마스크 착용률이 현저히 떨어졌다. 문희철 기자

커피숍은 2명 이상이 함께 방문한 경우 마스크 착용률이 현저히 떨어졌다. 문희철 기자

정부가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를 3단계로 격상해도 커피숍은 영업 규제 업종에 해당하지 않는다. 물론 커피전문점도 나름대로 방역 대책을 시행 중이다. 스타벅스는 서울·경기 지역 매장 좌석을 30% 이상 축소 운영하고, 테이블 간격을 1~2m로 유지하고 있다. 할리스커피도 테이블 간격 조정과 함께 음료 섭취 전·후 마스크 착용을 안내하고 있다.

파주병원을 탈출했던 사랑제일병원 교인(평택시 177번 확진자)이 19일 검거된 서울 마포구의 H커피숍. 방역완료 안내문이 붙어있지만 손님은 없었다. 문희철 기자

파주병원을 탈출했던 사랑제일병원 교인(평택시 177번 확진자)이 19일 검거된 서울 마포구의 H커피숍. 방역완료 안내문이 붙어있지만 손님은 없었다. 문희철 기자

S커피에서 근무하는 관계자는 “마스크 착용 안내를 가끔 하라는 지침이 있지만, 매번 마스크를 벗고 대화하는 손님에게 가서 커피 한 모금 마시고 다시 마스크를 쓰는 행위를 반복하라고 강요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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