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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벗고 ‘거리두기’ 실종...논란의 광화문 집회..."방역 수칙은 지켜야"

중앙일보

입력

경찰이 15일 광복절을 맞아 광화문에서 집회를 열고 불법 시위를 한 참가자들에 대해 전담팀을 꾸리고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집회 당일 해산 명령에 불응한 참가자 30명을 체포했다.

1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나온 보수단체 회원들이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중앙포토]

1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나온 보수단체 회원들이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중앙포토]

15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는 서울시의 집회금지 행정명령과 폭우에도 불구하고 집회가 강행됐다. 이날 낮 12시쯤 보수단체들은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집회를 시작했다. 면세점이 위치한 광화문역 6번 출구부터 코리아나호텔 앞까지 인도와 2개 차로에 인파가 가득 찼다. 거리로는 200m 가량이다. 코로나19 확산 문제로 집회 장소가 제한됐지만 도로 건너편과 골목에도 태극기를 든 시민들이 눈에 띄었다.

100명 참가 신고한 집회에 1만 명

지난 14일 서울행정법원이 내린 결정에 따르면 이번 광복절에 개최될 수 있는 합법 집회는 두 개다. ‘4·15 부정선거 국민투쟁본부’(국투본)의 을지로입구역 인근 집회와 보수성향단체 ‘일파만파’의 동화면세점 앞 집회다. 법원은 국투본은 최근 개최한 집회에서 그동안 방역 관리를 해왔다는 점과 일파만파는 참가자를 100명으로 신고한 소규모 집회라는 점을 고려했다.

하지만 이날 허가된 2개 집회는 법원의 의도와 달리 방역수칙을 지켰다고 보기 어려운 모습으로 진행됐다. 집회가 금지된 다른 보수단체 참가자 약 1만명(주최 측 추산)이 국투본과 일파만파 집회에 합류해 사실상 대부분의 도심 지역이 집회 장소가 됐다. 이날 전광훈 목사도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집회에 나타나 연설을 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1m 거리 두기를 지키지 않고 마스크를 벗은 채 구호를 외쳤다.

보수단체 회원들이 1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뉴스1

보수단체 회원들이 1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뉴스1

이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소속 노동자 약 2000명도 '8.15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다. 민주노총 역시 서울시의 집합금지 명령 대상이었으나 행사를 강행했다. 다만 민주노총은 집회가 아닌 ‘기자회견’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장소도 보신각 인근 4곳으로 바꿔 소속 노동자들이 흩어지도록 했다. 민주노총 측은 “현장 참가자들에게 마스크 배포·발열 체크·참가자 명단 작성 등 방역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15일 광화문 인근에서 있던 집회 전체를 전부 보고 있다"며 "주최 측 주장과 별개로 실제 집회였는지 아닌지 수사를 통해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집회금지구역' 침범·경찰 폭행 속출…30명 체포

시위대와 경찰 간의 충돌도 있었다. 보수단체 참가자들이 “문재인 대통령 퇴출” 등 구호를 외치며 광화문 일대에서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하던 중 일부 참가자가 신고된 집회 장소를 벗어나 도로를 점거했다. 다른 참가자는 청와대로 가는 길목을 막은 집회금지 울타리와 경찰 버스를 훼손하기도 했다. 경찰관을 폭행한 이들도 20여명이라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이날 오후 8시 30분쯤엔 종로구 경복궁 인근 사거리에서 한 남성이 차량을 운전해 집회 현장을 통제하던 경찰관들을 향해 돌진했다가 체포됐다. 경찰관들이 몸을 피하면서 부상자는 없었다. 체포된 참가자는 집회시위법·감염병예방법 위반 및 일반교통방해 등 혐의로 거주지 관할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집회 참가자 "경찰 강경 대응으로 부상자 나와"  

집회 참가자들은 "경찰의 무리한 진압으로 시민이 차에 치여 생사가 불투명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SNS와 유튜브를 통해 경찰이 세워둔 버스 사이에 낀 시민이 고통을 호소하는 영상을 공유했다. 이 영상 속 집회 참가자들은 시민이 버스 사이를 지나가려 하자 경찰이 일부러 후진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한 집회 참가자가 오후 5시쯤 버스 사이에 끼어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된 것은 맞지만 경찰이 버스를 움직이지는 않았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한 보수단체 참가자는 "코로나19가 안정세를 유지하다가 왜 8·15 집회를 앞두고 확진자가 확 늘어났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의 얘기를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광훈 목사가 담임목사로 있는 사랑제일교회 측은 16일 “증상 유무와 상관 없이 교인들이 광화문 집회에 나가는 것을 삼가해 줄 것을 문자메시지와 전화로 통보했다”라며 “교회 소속 목사 그 누구도 교회 집회 참여 100명씩 동원을 말한 사실이 없다”라고 밝혔다.

8월 15일 집회 중 경찰버스 사이를 지나가다 버스 사에이 낀 시민 [사진 유튜브 영상 캡처]

8월 15일 집회 중 경찰버스 사이를 지나가다 버스 사에이 낀 시민 [사진 유튜브 영상 캡처]

"표현의 자유 중요하지만 감염병 예방법 지켜야"

법조인들은 "집회의 자유와 공공의 안전이 충돌하는 사례"라며 "지킬 것은 지키며 집회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법원이 일부 집회를 허가한 것에는 조건이 있었다"며 "그 조건이 지켜지지 않았다면 경찰이 집회를 제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광화문에 위치한 법무법인 소속의 한 변호사 역시 "참가자들 입장에서는 정부가 코로나를 핑계로 집회를 제한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는 등 재유행이 우려되는 만큼 마스크를 쓰는 등 방역 수칙을 지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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