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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11년 만에 생사 기로 선 쌍용차, 향후 시나리오는

중앙일보

입력

쌍용차 평택공장. 사진 쌍용차

쌍용차 평택공장. 사진 쌍용차

쌍용차의 회계감사를 맡은 삼정회계법인은 지난 14일 2분기 연속 '감사 의견'을 거절했다. 이로 인해 관리종목에 지정된 쌍용차는 18일 하루 거래가 정지된 후 19일부터 거래가 재개된다. 관리종목 지정은 2009년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 이후 11년 만이다.

거절 이유는 누적된 적자로 기업의 연속성이 불확실해서다. 쌍용차는 2017년 1분기 이후 14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해 이 기간 누적 적자가 6271억원에 달한다. 또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4480억원(6월 말 기준) 초과했다.
감사인의 의견 거절 이후 쌍용차는 "코로나19로 인해 새 투자자 모색을 위한 실사 작업 등이 미뤄지고 있지만, 하반기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쌍용차가 유동성 해결 방안이나 신규 투자자를 확보하지 못하면 주 채권단인 산업은행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관리종목에 지정되자 위기설은 더 퍼지고 있다.

쌍용차의 앞날은 대략 3가지 시나리오로 압축된다. 대주주인 마힌드라 바람대로 새 투자자가 나타나 돌파구를 찾는 것, 아니면 정부가 개입해 쌍용차의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급한 불을 끄는 것이다. 아니면 다시 법정 관리로 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쌍용차의 대주주인 마힌드라는 지분율(74.75%)을 낮춰 새 투자자를 모색하기로 했지만, 아직 새 투자자는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새 투자자 찾기가 공식화했지만, 사실상 시점은 쌍용차에 대한 2300억원 투자 철회를 발표한 지난 4월로 볼 수 있다. 매물로 나온 지 서너 달이 됐지만, 인수합병은 지지부진한 셈이다.

얼어붙은 글로벌 M&A 시장, 인수는 누가… 

올해 들어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인수·합병은 줄었다. 지난달 글로벌 회계법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자동차산업 인수합병 금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 줄었다. 대신 친환경 차 등 미래 차에 대한 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업체마다 긴축에 들어간 실정이다.

또 마힌드라가 쌍용차의 지분을 줄이면 당장 외국계 은행에 대한 차입금 2000여억원을 갚아야 한다는 점도 새 투자자 모색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외국계 은행들의 차입금에는 마힌드라가 쌍용차 지분 51%를 초과해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이 달렸다.

산업은행 등 정부 지원도 여의치 않다. 한때 "결국은 정부가 어떤 형태로든 쌍용차에 지원하게 될 것"이라는 시각이 있었다. '밑 삐진 독에 물 붓기'라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완성차 업체가 무너지면 부품산업까지 여파가 미쳐 자동차산업 생태계가 흔들린다는 논리가 작용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요원해지는 상황이다. 감사인의 의견대로 '당장 살려놓아도 오래가기 어렵다'는 시각이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하반기엔 쌍용차보다 매출이 더 큰 부품 업체의 어려움이 표면화될 것"이라며 "정부의 지원은 이쪽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노동계에선 '쌍용차 국유화' 말이 최근 나온다. 정부가 자동차 공기업이나 국유기업을 갖고 있으면 산업·고용 정책 측면에서 생태계를 강화할 수 있다는 논리다. 프랑스와 독일도 르노·폴크스바겐 지분을 갖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산은 등은 이런 가능성에 대해선 시종일관 부정하고 있다. 앞서 2018년 정부는 한국GM에 8000억원을 투입했지만, 한국GM의 경쟁력은 나아지지 않은 상황이다.

법정관리 들어가면 구조조정 피할 수 없어 

이도 저도 아닐 경우 법정관리 수순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 경우 경영정상화를 위한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지만, 노조의 저항이 뒤따를 것이란 점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새 투자자 모색이든 법정관리든 살아남기 위해선 인원을 줄여야 하지만, 쌍용차는 파업(2009년)으로 인한 상처가 아직 남아 있다. 말 그대로 딜레마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 노조는 법정관리 수순에 대비한 고용 보장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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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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