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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후 위기시대, 체계적인 물관리 대책 시급하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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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9호 30면

예상치 못한 긴 장마와 홍수로 인한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6월 24일 시작된 중부지방 장마는 53일째 계속됐다.기상 관측 이래 최장 장마 기록이다. 서울·경기 지역의 경우 평균 870㎜의 장맛비가 내려 평년 장마철 강수량(366㎜)의 두 배를 훌쩍 넘었다. 곳곳에서 산사태가 나고 제방이 무너져 건물과 도로·농경지가 침수됐다. 이달 들어서만 42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전국 18곳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예보·댐관리·제방 안전에서 허점 드러나 #평상시 홍수·가뭄 대책 꾸준히 추진해야

피해 주민을 위해 정부가 신속하게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한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빗나간 기상 예보와 댐 수위 관리 실패, 지류·지천의 관리 소홀 등 정부의 대비에 허점이 드러난 만큼 유사 피해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물관리 전반을 점검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번 홍수는 기후변화가 근본 원인이다. 지구 온난화로 북극 기온이 상승하면서 북쪽의 찬 기운을 막던 제트기류가 약해진 탓이다. 시베리아 고기압의 차고 건조한 공기와 북태평양 고기압의 덥고 습한 공기가 한반도 상공에서 지루한 다툼을 벌이면서 집중호우가 이어졌다.

이런 종잡을 수 없는 날씨의 피해를 줄이려면 무엇보다 기상 예보가 정확해야 한다. 장마철에 비가 어디에, 얼마만큼 내릴지 정확히 예보하는 게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잇따른 예보 실패가 덮이진 않는다. 국민 사이에 ‘오보청’으로 불릴 정도로 요즘 기상청을 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이를 뼈아프게 받아들여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장마 종료 시점에 대한 장기예보가 빗나가는 바람에 전국 댐의 수위 조절에 실패해 홍수 피해를 키웠다. 섬진강댐·용담댐·남강댐 등의 인근 주민들은 한국수자원공사가 8월 폭우에 대비해 댐을 비워두지 않고 있다가 폭우 때 물을 한꺼번에 방류하는 바람에 하류의 피해가 커졌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와 한국수자원공사의 댐 관리 책임은 없는지도 이참에 짚어봐야 한다.

섬진강과 낙동강에서는 제방까지 무너졌다. 그동안 제방 관리가 허술했던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정치권이 4대강 사업을 정치 쟁점화하며 논란을 키워온 사이 박근혜·문재인 정부 8년 동안 4대강 본류 제방 등 하천시설에 대한 점검과 보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또 홍수 피해의 80% 이상이 발생하는 전국 지류·지천에 대한 정비도 뒷전으로 밀어내는 바람에 인명·재산 피해를 키웠다. 과학적이고 효율적인 정비 방안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홍수의 컨트럴타워 역할을 해야 할 환경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되새겨봐야 할 대목이다. 2018년부터 기존 수질관리에다 수자원과 홍수 관리업무까지 환경부로 넘어갔지만, 하천 시설 설치와 관리는 여전히 국토교통부가 맡고 있다. 실개천에서 하구(河口)까지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하천 관리가 어렵다. 환경부 내에도 물 관련 업무가 3개 국(局)에 나뉘어 있다. 홍수 담당 부서는 수자원관리과, 상수도 담당은 물이용기획과가 맡고 있다. 이렇게 어정쩡한 물 관리 체계로는 홍수 통제와 하천관리를 효율적으로 하기 어려운 만큼 컨트롤 타워 체계를 재정비하는 문제도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기상 전문가들은 앞으로 기후변화가 극단적인 양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한다. 여름에는 홍수가 잦아지고, 봄철에는 가뭄이 빈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 부족은 국가 경제·안보와 직결되는 중차대한 문제다. 따라서 정부는 장마와 가뭄을 동시에 대비하는 한편 물 부족에 대비한 수자원 관리까지 종합적인 물 관리 체계와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이번 주말을 고비로 장마가 물러갈 것이라고 한다. 한국형 수치예보 모델의 조기 정착, 지류·지천 정비, 소규모 댐과 도심 심도 지하터널 건설 등 재해 예방을 위한 대비 체계 마련은 한시도 늦출 수 없는 중대사가 됐다. 기후 위기 시대에는 평소 꾸준히 재해 예방에 노력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는 정부가 더욱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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