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주의자는 정신병자?

중앙일보

입력

인종차별주의를 정신병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하버드 대학 정신병 의사인 앨빈 푸세인트 박사는 31일 ABC방송 `나이트라인'에 출연, 인종차별주의를 개인적 질병이 아닌 사회, 문화적 문제로 보는 일반적인 견해는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푸세인트 박사는 "정신역학으로 정도가 약한 인종차별주의는 물론 극단적인 인종차별주의도 치료할 수 있다"며 "인종주의는 사회적 문제가 아니라 개인 내부의 정신적 문제"라고 강조했다.

흑인인 푸세인트 박사는 인종차별주의는 심각한 정신질환으로 간주돼야 하며 정신질환(DSM) 목록에 추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니얼 보렌슈타인 미국심리학협회(APA) 회장은 "잔인하고 폭력적인 증오범죄는 일반적으로 아픈 곳이 없는 비열한 개인과 단체에 의해 자행된다"며 "실제로 아프지 않은 사람들에게 정신병이라는 편리한 변명을 제공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반
박했다.

보렌슈타인 회장은 또 APA가 인종차별주의를 DSM 목록에 포함시키는 문제를 논의했으나 목록 추가에 필요한 엄격한 기준을 맞추기 위한 과학적 연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목록에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부 인종차별주의자들이 DSM 목록에 있는 정신병을 앓고 있지만 인종차별주의를 한가지 정신질환으로 보기에는 매우 광범위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현재 APA는 인종차별주의를 DSM 목록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으며 대부분의 정신병 의사들은 인종차별주의가 개인적인 질병이 아닌 사회, 문화적 문제로 보고 있다.

인종차별주의를 일종의 정신병으로 보는 사람들은 정신치료를 통해 인종차별주의자들의 폭력행사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일부는 처벌을 면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엄남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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