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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장마가 아니다…SNS에 퍼지는 해시태그의 경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 비의 이름은 장마가 아니라 기후위기입니다

역대급 폭우로 전국에서 비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최근 SNS에서 확산하는 해시태그(#)다. 시민단체 '기후위기전북비상행동'이 지난 2일 시작한 이 운동은 이번 폭우를 단순한 장마로 규정하지 않는다. 근본 원인으로 '이상기후' 현상을 꼽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후위기 경고 해시태그 확산  

네티즌이 SNS에 '#이_비의_이름은_장마가_아니라_기후위기입니다'란 해시태그를 달았다. [트위터 캡처]

네티즌이 SNS에 '#이_비의_이름은_장마가_아니라_기후위기입니다'란 해시태그를 달았다. [트위터 캡처]

활동을 주도한 김지은 전북녹색연합 사무국장은 “폭우가 이렇게 전국적으로 길게 온 적은 처음이다. 이번 계기야말로 기후위기 문제를 제대로 알릴 기회”라며 “기후위기 문제가 당장 나한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인식할 수 있도록 온라인 운동에 나섰다”고 말했다.

해시태그 운동에 동참한 한 네티즌은 “위기의식을 깨닫지 못하고 몇 년이 지나면 우리가 물려줄 지구는 고통의 땅이 될 것이다” “당장 북극곰이 죽어 나가는데 인간이라고 무사할 수 있을까” “휴가 못 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적었다.

이번 장마, 북극 이상기온 영향

11일 오전 경기도 하남시 한강 상류 팔당댐에서 수문을 열어 물을 방류하고 있다. 뉴스1

11일 오전 경기도 하남시 한강 상류 팔당댐에서 수문을 열어 물을 방류하고 있다. 뉴스1

기상청은 이번 장마의 원인으로 이상기온 현상을 지목했다. 보통 장마는 한반도에 유입된 찬 공기와 온난 습윤한 북태평양고기압이 만나 6월 말부터 7월 중순까지 이어지다가 8월 초 북태평양고기압이 북쪽으로 이동하며 줄어든다. 하지만 이번 장마가 유난히 길어진 건 이상기온 현상으로 북태평양고기압이 한반도를 빠져나가지 못하고 머물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유기한 기상청 사무관은 “동시베리아 지역과 북극 기온이 평년보다 높아져 대기 흐름을 막는 블로킹(온난고기압) 현상이 이뤄지고 있다. 또 우리나라에 찬 공기를 계속 내려보내기 때문에 장마가 이어지는 것”이라며 “북극의 이상기온이 아시아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상기후로 인한 결과가 이번에는 장마로 나타났지만, 다음에는 폭염이나 가뭄ㆍ폭풍우ㆍ태풍ㆍ여름철 저온현상 등 다른 형태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기후의 원인을 명확하게 규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 현상이 크게 영향이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김 사무국장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기온이 상승하면서 북극 빙하가 녹고 있다. 이번에 동시베리아의 기온도 평년보다 10℃ 높은 38℃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매미나방ㆍ대벌레 떼도 이상기후 원인  

포충기에 매미나방이 모여있다. [한석원씨 제공]

포충기에 매미나방이 모여있다. [한석원씨 제공]

이상기온 현상으로 인한 피해는 장마뿐이 아니다. 지난 겨울, 이례적 이상고온 현상으로 경북 지역 산림을 초토화한 매미나방이나 은평구 구산동 봉산을 뒤덮은 대벌레가 대표적인 예다. 전문가들은 곤충의 습격도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의 결과라고 분석하고 있다.

김태우 국립생물자원관 동물자원과 환경연구사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겨울 온도가 높아지게 되면 해충이 죽지 않고 살아남아 이런 ‘돌발해충’이 발생할 수 있다. 날씨가 따뜻하면 곤충 부화율도 높고 성충이 되기까지 성장 시간이 단축되고 성충의 수명도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곤충의 종류는 달라지겠지만, 앞으로 계속해서 대규모 해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덧붙였다.

김 사무국장은 “답은 나와 있다. 온실가스 배출이 증가해 지구 온도가 상승했기 때문에 결국 온실가스를 배출을 '0'으로 만들어야 한다. 물론 지금까지 모든 산업활동과 경제활동을 이끌어 온 것이 온실가스이지만 이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재앙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온실가스 배출 '0'이 현실성 있냐는 물음에 그는 “가능하냐가 아니라 가능하도록 만들어나가야 한다. 우리에겐 선택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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