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종합대책의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과열 현상을 빚던 주택시장이 안정화되고 집값 상승세가 진정하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수석ㆍ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며 내놓은 ‘자체 진단’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부동산 대책의 취지를 설명하며 “정부가 책임지고 주거 정의를 실현해 나가겠다. 투기는 반드시 근절시키는 게 확고부동한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야당은 “귀를 의심했다”고 했다. 김은혜 통합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절망하고 있는 국민 앞에서 부동산 대책이 효과를 내고 있다는 대통령의 자평에 말문이 막힌다”며 “청와대가 외로운 성, 구중궁궐(九重宮闕)이 돼 가는 듯하다”고 꼬집었다.
당내에선 “부동산 참사에 위기감을 느낀 정부가 아예 ‘우리는 잘하고 있다’는 쪽으로 대응 전략을 선회한 것 같다”는 해석도 나왔다. 한 중진의원은 “단순히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를 하는 차원을 넘어서는 발언으로, 의도적으로 귀를 막고 편 가르기식 여론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 관계자는 “참모들이 줄사표를 내고 국민이 신음하는 순간에도 자화자찬하는 대통령의 모습이 공포스럽다”라고 했다.
부동산 이슈로 전선이 형성되는 모양새다. 통합당에선 “부동산에 당의 사활이 걸렸다”는 긴장감도 감지된다. 당 핵심 관계자는“‘부동산 총력전’으로 맞불을 놔야 한다”며 “부동산 특위, 외곽 조직, 정강ㆍ정책을 막론하고 부동산 문제 해결에 당력을 쏟을 시점이 왔다”고 말했다.
당 정강ㆍ정책특위에선 곧 발표할 10대 정책에 ‘국민 주거복지 및 서민 주거 안정’ 관련 내용을 명시할 계획이다. 특위 관계자는 “'주거 문제가 시대 과제로 떠오른 만큼 정강ㆍ정책에 못 박아야 한다'는 내부 의견이 압도적이었다”고 전했다. 부동산 특위도 분주해졌다. 특위 위원장인 송석준 의원은 “여당의 부동산 3법을 대체할 통합당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특위 관계자들은 이번 주 서울 도봉구 창동을 방문해 임차인, 임대인들과 간담회도 열 방침이다. 당 외곽에서는 부동산 전문가인 김현아 전 의원이 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일종의 ‘부동산 싱크탱크’를 꾸려 주택 정책을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통합당의 상승 추세가 도드라지지만, 당에선 “이제 막 시험대에 섰을 뿐”이란 신중론이 다수다. 특히 정부ㆍ여당의 실책에 기대 반사 이익만 챙길 경우 ‘대안 없는 정당’ 이미지가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부동산 총력전에 나서는 배경이다.
‘통합당 다주택자’ 논란 등 역풍에 대한 대응도 고민거리다. 당 관계자는 ”다주택자와 전쟁하다가 부동산값 폭등을 부른 여당과 주택 공급 확대를 줄기차게 주장해온 야당의 차이점을 확실히 부각하겠다“고 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