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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D]게임 회사가 기를 쓰고 AI 개발하는 건 인간을 꺾으려는 것이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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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가 바둑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인 이후, 대중의 관심은 다른 게임에도 인공지능을 적용할 수 있을지에 쏠렸다. 이러한 관심은 오랜 기간 사랑을 받고 있던 ‘스타크래프트’로 옮겨 갔다.

스타크래프트는 출시 당시부터 컴퓨터 플레이어를 제공했으니, 스타크래프트 AI와 인간의 대결은 꽤 오랫동안 진행되어 온 셈이다. 하지만, 컴퓨터는 프로게이머는 커녕 숙련된 일반인조차 이길 수 없었다. 이때문에 알파고처럼 기존의 컴퓨터 플레이어 수준을 넘어선 고도화된 인공지능이라면 인간을 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간 구글을 비롯한 삼성 등 여러 기업에서 스타크래프트를 위한 인공지능을 개발해 왔다. 일부 인공지능은 인간 프로게이머를 이기기도 했지만, 인간과 비슷한 조건에서 플레이할 경우를 고려하면 아직 인공지능이 인간을 넘어섰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프로게이머까지는 아니어도 인간처럼 플레이하는 수준까지는 이미 가능하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스타 (출처: Blizzard)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스타 (출처: Blizzard)

게임 속 인공지능

컴퓨터와 인간의 대결에 있어 시초는 ‘체스’라고 볼 수 있다. 과거 IBM은 세계적인 체스 챔피언과 대결을 위해 딥블루를 개발했고, 1997년 승리한 바 있다. 딥블루의 등장은 알파고와 알파스타와 같은 인공지능이 등장하는 계기가 됐고 게임에 인공지능을 활용하려는 노력에 불을 지폈다.

사실 게임 속 인공지능의 가치는 인간과의 대결에서 승리하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즐기는 사용자가 더욱더 재밌게 게임을 즐기는 것에 있다. 실제 사람과 함께 하는 느낌이 들고 시시각각 게임이 인공지능에 의해 변하면 재미가 더해질 수 있다.

 컴퓨터와의 체스 대결 (출처: Unsplash)

컴퓨터와의 체스 대결 (출처: Unsplash)

사용자가 게임을 하면 게임 내 활동과 게임이 반응한 데이터가 남는다. 2000년대부터 많은 게임 회사가 이러한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데이터가 있어도 컴퓨터 성능 때문에 원활하게 분석하기 어려웠고 인공지능을 활용한 사례도 드물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대량의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컴퓨터 성능과 분석 기술이 등장했다. ‘빅데이터’를 다룰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고 머신러닝과 딥러닝의 기술적 발전이 함께했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개발 기간을 단축하거나 새로운 형태의 게임 운영이 가능한 점 역시 인공지능 지니는 가치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인기 있는 온라인 게임인 배틀그라운드와 카트라이더에는 인공지능 봇 (AI Bot) 플레이어가 등장한다. 마치 사람처럼 행동하고 플레이가 가능한 인공지능 플레이어인데, 물론 아직 완벽한 사람처럼 행동하지는 않는다. 쉽게 인공지능인 것을 눈치챌 수 있고, 실력도 인간을 넘어서지 못한다. 하지만, 인공지능 플레이어는 인간 플레이어가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게임에 인공지능이 활용되는 방식은 크게 게임 개발과 데이터 활용,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인공지능은 게임 내에서 ‘절차적 콘텐츠 생성’이라는 방식을 사용한다. 게임 개발자가 개입하지 않아도 게임 내 구성요소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인공지능이 특정한 알고리즘에 의해 게임 내 길잡이 역할을 하는 NPC(Non-Player Character)를 비롯해 게임 규칙, 스토리, 게임 아이템, 캐릭터 등을 무한에 가깝게 생성할 수 있다. 기존 게임 개발 환경에서는 개발자가 게임 밸런스를 조정하고 직접 테스트하는 등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을 해야 하지만 이 과정을 인공지능이 돕는 것이다. 사용자 간 대결이 펼쳐지면 수준에 맞는 사용자를 매칭하고 인공지능 플레이어를 투입하는 결정도 인공지능이 수행한다.

 배틀그라운드 (출처: PUBG)

배틀그라운드 (출처: PUBG)

데이터 활용 측면에서, 게임 회사는 인공지능이 게임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게임 개발과 운영에 활용할 수 있다. 사용자의 접속 기록과 플레이 시간, 게임 내 행동 패턴 등의 데이터를 수집해 인공지능으로 분석할 수 있다. 게임 내에서 이른바 ‘핵’이라고 불리는 부정 프로그램 사용이나 부정행위를 경우를 찾아내는 데 활용한다. 또한,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게임 내 특정 콘텐츠의 인기가 떨어지는 원인을 찾거나, 사용자 연령이나 성향에 맞는 콘텐츠나 광고를 제작해 사용자 그룹별로 맞춤형 광고를 노출하는 등 게임 운영과 마케팅 등에도 활용할 수 있다.

똑똑한 게임의 미래

인공지능이 게임에 필요한 이유는 앞서 언급한 인공지능이 게임에 주는 가치에 있다. 먼저 게임을 더욱더 빠르게 개발할 수 있다. 개발자의 개발 시간을 줄여주고 운영에 투입되는 자원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그리고 사용자가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사용자가 게임을 어떻게 즐기는지 학습하고 취향에 따라 완전히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게임을 오래 즐기면 생길 수 있는 지루함을 없앨 수 있다.

게임 내 인공지능은 더는 선택지가 아닌 필수다. 국내외 많은 게임 회사가 인공지능 연구 조직을 만들고 인공지능 개발자를 채용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가져올 장점과 시너지 효과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게임에서 활용되는 목적은 인간과의 대결에 있지 않다. 언젠가는 게임 내 캐릭터가 스스로 진화해 진짜 인간처럼 플레이하는 날이 올지 모른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진짜 인간처럼 행동할 필요는 없다. 게임을 더 재밌게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게임을 개발하는 인간을 도와주는 역할로 충분하다.

윤준탁 에이블랩스 대표

윤준탁 에이블랩스 대표

 SK플래닛, 한국IBM 등에서 근무했다. 뉴욕대학교에서 기술경영 석사를 취득했다. 1인 컨설팅 기업인 에이블랩스의 대표를 맡고 있다. 인공지능·블록체인 등에 관심이 많고, 디지털 경제와 산업에 대한 3권의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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