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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참모 다주택 논란에 떠밀려 하는 청와대 개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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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청와대 개편이란 카드는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에게 보내는 고도의 정치 메시지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개편이야말로 임기 말을 맞는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힘을 싣는 계기가 돼야 한다. 하지만 걱정부터 앞선다. 참모들의 사의 표명에 대해 ‘직(職) 대신 집이냐’는 비판이 나오면서 이번 청와대 개편 자체가 제대로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아파트 두 채 김조원 사의, ‘직보다 집’이냐 비판 #부동산발 민심 악화에도 정책라인은 유임 논란

“최근 상황에 종합적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표한 참모는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강기정 정무수석, 김조원 민정수석, 윤도한 국민소통수석, 김외숙 인사수석, 김거성 시민사회수석 등이다. 실제 문 대통령을 가까이에서 보좌하는 청와대 참모들이 부동산 문제를 둘러싸고 보여준 행태는 여론의 분노를 가라앉히기는커녕 부추긴 측면이 크다. 서울 반포와 충북 청주에 아파트를 갖고 있던 노 실장은 청주 아파트를 판다고 했다가 부정적 여론이 거세지자 다시 강남 아파트를 내놓는 과정에서 ‘똘똘한 한 채’ 논란으로 조롱을 불렀다. 한술 더 떠 서울 강남에 아파트 두 채를 보유한 김조원 수석은 잠실 아파트를 판다고 했지만 호가보다 2억원이나 비싸게 내놔 호된 비판을 자초했다. 그러자 “부동산 거래를 할 때 남자들은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는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해명이 나왔다. ‘아내 탓’을 하는 듯한 태도도 문제지만, 민심 동향에 민감해야 하는 청와대에서 그런 책임 없는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김 수석은 아파트를 지키기 위해 수석 자리를 내놓은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어 청와대 개편 의미를 퇴조시키고 있다. 공직자로서 사명감과 자존감이란 찾을 수 없다.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부동산 문제로 얽힌 노 실장과 김 수석은 공개석상에서도 언성을 높일 정도로 부딪쳐 왔다고 한다. 다주택과 관련해 여론 악화의 핵심인 두 사람이 공조마저 어려웠다면 하루라도 더 빨리 물러났어야 했다.

그동안 청와대는 부동산 정책 논란에 있어 컨트롤 타워 역할은 고사하고 혼란을 자초했다. 그린벨트 해제 여부를 놓고 오락가락했고, 서울 도심 아파트 층수 제한 완화를 놓고도 서울시와 제대로 조율하지 못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런데도 부동산 정책 라인인 김상조 정책실장과 경제수석은 이번 개편 대상에서 제외돼 무엇을 위한 청와대 개편인지 의문을 갖게 한다.

총선 압승 후 넉 달도 되지 않았지만 문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크게 떨어진 상태다. 민심의 경고다. 문 대통령의 남은 임기가 이제 1년9개월 남짓이다. 이번 청와대 개편은 국정 기조를 쇄신하는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늦었지만 협치 분위기를 다시 살리고, 여권이 벌인 부동산 정책 폭주에 대해서도 반성하길 바란다. 근본적인 변화를 고민해야 바닥으로 더 떨어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