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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역대 최장 장마의 교훈…풍수해 대책 재점검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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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장마가 길어지며 인명과 재산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오늘 오전 5호 태풍 ‘장미’가 경남 남해안을 통과할 것으로 예보돼 더 큰 피해가 우려된다. 당장 이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하겠지만, 이번 장마는 일회성 자연재해를 뛰어넘는 좀 더 근본적인 정책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5호 태풍 영남 관통 전망, 피해 더 커질 듯 #온난화 영향 가시화…지천·지류 정비하길

이미 제주는 올해 장마 기간이 49일로 기상청이 관련 예보를 내기 시작한 1973년 이후 최장 기록을 깼다. 6월 24일 시작된 중부지방 장마도 어제까지 47일째 이어져 2013년의 49일 기록에 바짝 다가섰다. 수도권과 강원도엔 이번 주 금요일까지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돼 기록을 깨는 것은 시간문제인 것 같다.

인명 피해도 어제 오후까지 50명으로 집계돼 2011년 이후 가장 많다. 초기엔 예년과 비슷하게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대부분이었다. 작업하던 배수로나 미처 통제되지 않은 지하차도에 물이 갑자기 들어차면서 생긴 피해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양상이 바뀌고 있다. 제방이 터지고 산이 무너져내리는 등 긴 시간 동안 계속된 비에 자연 지형물이나 인공 구조물이 견디지 못해 생기는 피해로 전환되고 있다.

보통 7월 말이면 뜨거운 북태평양 고기압이 올라와 한반도 상공을 장악하며 장마전선은 북쪽으로 밀려난다. 올해는 북쪽의 찬 공기층이 반도 위쪽을 가로막고 있어 장마전선이 장기간 정체됐고, 비 피해가 커지고 있다. 결국 유례없이 강력한 찬 공기 덩어리가 이번 장마의 원인인데, 이는 북극의 온도가 평년의 두 배로 오르는 등 지구 온난화의 영향이다. 피부에 와닿기 시작한 온난화의 폐해는 올해로 그치지 않고 반복·증폭될 것으로 우려된다.

하천·제방·산지, 도심의 건물과 배수 시설 등은 대규모 자연재해를 견딜 수 있도록 설계·관리한다. 대체로 100년 만에 가장 큰 비가 오는 것을 상정하고 대비하는 식이다. 이번 장마를 거치며 이보다 더 심각한 상황을 상정하고 점검할 필요성이 커진 셈이다.

지난 주말 섬진강 사례에서 보듯, 하천의 경우 제방이 무너지면 광범위한 지역에 피해가 미치게 된다. 4대 강 사업 논란 속에 미루거나 포기한 주요 하천의 지천과 지류는 서둘러 정비해야 한다. 또 개발을 위해 파헤친 주거지 인근 산지는 언제든 폭탄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미 이달 들어서만 전국에서 667건의 산사태가 발생했고, 전국 81개 기초 지자체에 산사태 예보가 발령된 상황이다. 특히 이 중 8곳은 태양광 발전 시설을 만들기 위해 산을 깎은 지역에서 발생했다. 태양광의 난개발로 인한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대비하길 바란다. 최악의 시나리오보다 더 심한 상황에서도 관리·통제될 수 있는지 꼭 점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