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김성현, 월요예선 통과자로 첫 우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KPGA 선수권대회에서 깜짝 우승을 차지한 김성현이 트로피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KPGA 선수권대회에서 깜짝 우승을 차지한 김성현이 트로피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남자 프로골프 투어 출전권이 없는 김성현(22)은 3일 KPGA 선수권 월요예선을 치렀다. 출전자 120명 가운데 8명을 뽑았는데, 김성현은 8등이었다. ‘턱걸이’로 출전권을 손에 넣은 김성현은 본 대회 3라운드까지 선두 박정민에 4타 뒤졌다. 최종라운드가 열린 9일, 경남 양산 에이원 골프장 날씨는 도깨비 같았다. 비가 오다가, 모자가 날아갈 듯 거센 돌풍이 불어닥쳤고, 햇볕이 쨍쨍 비치더니 다시 구름이 하늘을 뒤덮었다.

메이저대회 KPGA선수권 제패 #모든 사람 참여 대회 출전권 경쟁 #일본투어 활동, 근육질 장타자

어지러운 날씨에 코스까지 어려워 선두권 선수들이 흔들렸다. 그런 가운데 김성현은 차근차근 점수를 줄였다. 17번 홀에서 버디를 잡고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유럽 투어에서 2승을 거둔 왕정훈이 17번 홀에서 보기를 했다. 김성현이 단독 선두가 됐다. 그리고 그대로 메이저대회인 KPGA 선수권 우승을 차지했다. 김성현은 최종라운드 3언더파를 쳐 최종합계 5언더파로, 이재경과 함정우를 한 타 차로 제쳤다.

1958년 시작된 한국 프로골프 대회는 총 550경기였는데, 월요예선을 통과해 우승한 선수는 김성현이 처음이다. 한국은 월요예선이 활성화되지 않았다. 월요예선을 시작한 것은 2000년 무렵이다. 게다가 모든 대회가 월요예선을 치르지도 않는다. 그래도 월요예선 출신 우승자가 나온 건 의미 있는 사건이다. 월요예선은 누구든 도전해 볼 공정한 기회의 상징이다. 미국과 유럽 투어에서는 가끔 월요예선 참가자가 우승해 훈훈한 사연을 전한다. LPGA 투어의 강자인 브룩 헨더슨(캐나다)도 월요예선 출신 우승자다.

김성현은 국가대표를 거쳐 2017년 말 프로가 됐다. 한국 1부 투어 출전권이 없다. 실력이 부족한 게 아니다. Q스쿨 4위로 2019년 일본투어 출전권을 얻었다. 국내 Q스쿨은 일본 큰 대회와 일정이 겹쳐 참가하지 못했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일본 투어가 멈춰서 국내 2부 투어에 참가 중이다. 상금과 포인트 모두 1위다. 김성현은 다소 늦은 초등학교 5학년 때 골프를 시작했다. 처음엔 키가 작았다. 작은 키를 만회하려고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많이 했다. 고등학생이 돼 키(1m75㎝)가 컸다. 근육질 몸 덕분에 장타를 친다. 지난해 일본에서 평균 드라이브샷 306야드로 거리 4위였다. 한국 남자 골프의 차세대 주자로 손색이 없다. 김성현은 이번 우승으로 5년간 출전권을 받았다. 우승 상금 1억8000만원으로 상금 랭킹 1위로 올라섰다.

준우승자 이재경(21)도 특이하다. 3라운드까지 공동 33위였다. 순위가 워낙 처져 1번 홀 대신 10번 홀에서 경기를 시작했는데, 5타를 줄여 4언더파 2위가 됐다. 월요예선 참가자 김성현이 없었다면 승부는 연장까지 갈 뻔했다.

양산=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