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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된 마을 드론 띄워 1.5㎞ 약 배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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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 소방대원이 불어난 강물에 고립된 어린이에게 드론으로 의약품을 전달해 소중한 생명을 지켰다. 9일 충북 영동소방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50분쯤 영동군 양산면 봉곡리의 한 주택에서 “김모(7)군이 기침과 호흡곤란 증상을 겪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7세 어린이 기침, 호흡 곤란” 신고 #영동119 대원, 교량 침수 드론 활용

천식 환자인 김군은 아버지와 함께 외가에 놀러왔다가 고립됐다. 전날 내린 폭우로 하천이 범람하면서 마을 입구와 외부로 나가는 통로인 봉곡교가 침수된 것이다. 김군은 하필 평소 복용하던 약을 가져오지 않은 상태였다.

지난 8일 영동119 소속 박국진 소방장이 약 배달을 위해 사용한 드론. [사진 충북소방본부]

지난 8일 영동119 소속 박국진 소방장이 약 배달을 위해 사용한 드론. [사진 충북소방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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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를 받고 출동한 영동소방서 학산119안전센터 구급대 역시 마을 접근은 불가능했다. 구급차에서 봉곡리 마을까지는 하천을 건너 1.5㎞ 거리였다. 그때 인근 마을에서 피해 상황을 파악 중이던 영동119구조대 소속 박국진(37) 소방장이 드론을 떠올렸다. 그는 119드론 동호회 소속으로 가로 40㎝, 세로 30㎝ 크기 영상 촬영용 드론을 항상 가지고 다닌다. 박 소방장은 구급차에 있던 기관지 확장제(벤톨린)를 드론에 테이프로 붙여서 이날 오후 7시20분쯤 봉곡리 마을회관 인근 건물로 무사히 전달했다.

박 소방장은 “신고자가 너무 먼 거리에 있었기 때문에 통화하면서 계속 위치를 확인했다. 드론이 보이면 손짓하라고 부탁했더니 드론이 날아간 지 5분 뒤에 ‘보인다’는 신호가 왔다”고 말했다. 이어 “배달용 드론은 아니지만, 약이 비교적 가벼워 옮길 수 있을 것 같아 매달았다. 비가 내려서 약이 떨어지는 것이 아닌지 걱정했는데 제대로 전달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김군은 약을 먹은 뒤 호전됐고, 9일 물이 빠진 이후 무사히 자택이 있는 충남 아산으로 돌아갔다.

영동=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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