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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수위 상승, 출근길 올림픽대로·강변북로 곳곳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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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9일 물이 빠지면서 드러난 경남 하동군 화개읍 화개장터의 모습은 난장판을 방불케 했다. 간판들은 제대로 붙어 있는 게 드물 정도로 바닥 여기저기에 떨어져 있었고, LP 가스통들이 곳곳에 널브러져 있었다. 그나마 물이 조금 빠진 게 다행이었다. 지난 7일부터 9일 오전 10시까지 430㎜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섬진강 지류 화개천이 범람한 탓에 이곳은 물바다가 되다시피 했다. 일대 상가 208동이 침수되면서 약초 등이 물에 잠기는 바람에 상인들은 막대한 재산 피해를 봤다.

팔당댐서 초당 1만1000t 물 방류 #장수선 귀촌 50대 부부 산사태 참변 #섬진강 430㎜ 폭우 화개장터 물바다

지난 7일부터 사흘 동안 내린 비로 하천이 범람하고 주택과 농경지가 침수되는 등 전국에서 비 피해가 속출했다. 사진은 9일 오전 경남 창녕군 이방면 장천배수장 인근 낙동강 제방 50m가 무너졌다. [연합뉴스]

지난 7일부터 사흘 동안 내린 비로 하천이 범람하고 주택과 농경지가 침수되는 등 전국에서 비 피해가 속출했다. 사진은 9일 오전 경남 창녕군 이방면 장천배수장 인근 낙동강 제방 50m가 무너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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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이후 ‘물폭탄’에 가까운 폭우가 9일째 이어지면서 전국이 피해에 신음하고 있다. 가장 안타까운 건 역시 인명 피해다. 8일 전북 장수군 번암면 교동리에선 산사태에 따른 주택 매몰 사고로 50대 부부가 목숨을 잃었다. 소방당국이 사고 후 여섯 시간 만에 집주인 A씨(59) 부부를 찾아냈지만 모두 숨진 상태였다. 서울에 살던 A씨 부부는 퇴직 후 3년 전 이곳으로 귀촌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남 담양군에서는 8세 어린이가 대피 도중 불어난 물에 휩쓸려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어린이는 집에서 불과 50m 떨어진 곳에서 발견돼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같은 날 광주광역시 북구 신안동의 오피스텔 지하실에서는 30대 남성의 시신이 발견됐다. 경운기를 타고 경남 거창군 주상면의 야산 앞을 지나던 80대 노인이 토사가 쏟아져 매몰되는 바람에 사망하는 일도 있었다. 앞서 7일 오후에는 전남 곡성군 오산면 덕성마을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주택 5채가 매몰되면서 5명이 사망했다. 현장에 출동했던 소방관은 “산사태 직후 몰려온 토사에 집이 20m 밀려나면서 종잇장처럼 구겨졌다”고 참상을 전했다.

같은 날 섬진강 범람으로 침수됐던 경남 하동군 화개장터에서 물이 빠지자 상인들이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한편 제5호 태풍 ‘장미’는 10일 오전 제주도 남쪽 해상에 접근한 뒤 오후 3시쯤 부산 인근 남해안에 상륙할 예정이다. [뉴시스 ]

같은 날 섬진강 범람으로 침수됐던 경남 하동군 화개장터에서 물이 빠지자 상인들이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한편 제5호 태풍 ‘장미’는 10일 오전 제주도 남쪽 해상에 접근한 뒤 오후 3시쯤 부산 인근 남해안에 상륙할 예정이다. [뉴시스 ]

하천 범람 등으로 인한 침수 피해도 만만치 않았다. 9일 발생한 경남 창녕군 낙동강 본류 둑 붕괴 사고로 이방면 장천리·송곡리·거남리 등 인근 마을의 주택과 농경지가 물에 잠겼다. 한 70대 주민은 “새벽에 ‘대피하라’는 마을 방송을 듣고 양말 한 켤레 챙기지 못한 채 맨발로 나왔다”고 하소연했다. 전날에는 전북 남원시의 섬진강 제방 붕괴로 인근 주민 250명이 긴급 대피하기도 했다. 8일 오전 11시부터 전북 진안군 용담댐이 수문을 열고 초당 2865t의 물을 방류하면서 충남·충북 일부 지역도 침수됐다.

서울에서도 팔당댐이 초당 1만1000t 이상의 물을 방류하기 시작하면서 차량 통제가 이어졌다. 9일 오전부터 올림픽대로 여의하류IC와 여의상류IC가 통제됐고, 오후 1시부터는 올림픽대로 염창IC~동작대교 구간 양방향 교통이 통제됐다. 동부간선도로 전 구간과 강변북로(양방향) 한강대교~마포대교 구간도 순차적으로 통제됐다.

태풍 ‘장미’ 예상 진로.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태풍 ‘장미’ 예상 진로.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경찰은 10일 아침 출근길에 극심한 교통혼잡이 예상됨에 따라 교통경찰 등 1200여 명을 투입하기로 했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10일 투입되는 인력은 교통경찰관 618명, 교통기동대 6개 중대 246명, 경찰관기동대 2개 중대 152명, 모범운전자 180여 명 등이다. 경찰 관계자는 “월요일 출근길은 기본적으로 교통량이 많은 데다 교통통제까지 겹쳐 이른 시간부터 간선도로 진출입로 및 도심권의 교통 혼잡이 예상된다”며 “지하철 등 대중교통 이용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창원·남원·곡성·금산·영동=이은지·김준희·진창일·신진호·최종권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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