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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관광입국’ 일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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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윤설영 기자 중앙일보 도쿄 특파원
윤설영 도쿄 특파원

윤설영 도쿄 특파원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외지인의 발길이 뚝 끊긴 도시는 처량하기 짝이 없었다. 호텔은 텅텅 비었고, 영업을 하지 않는 상점이 많았다. 100년도 더 된 트램은 고작 두어명의 승객을 실은 채 거리를 달렸다. 사람이 빠지고 나니 160년 전 개항과 함께 세워진 화려한 근대식 건물들도 유령도시의 박제품과 다를 바 없어 보였다. 지난주 방문했던 홋카이도의 대표적인 관광도시 하코다테의 모습이다.

2018년 홋카이도엔 5502만명의 관광객이 찾았다. 외국인 관광객은 이 가운데 313만명 정도로, 일본 전체 관광객의 약 10%가 홋카이도를 방문했다. 한국인도 73만명이나 됐다.

국내외 관광객이 쓰고 간 돈은 1조4398억엔(약 16조1700억원, 2018년)으로, 이로 인한 고용효과도 약 19만명으로 추산된다. 호텔과 리조트가 곳곳에 들어섰고, 관광업이 홋카이도 경제를 견인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홋카이도가 지금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하코다테의 주요 관광지인 아카렌가의 한산한 모습. 윤설영 특파원

하코다테의 주요 관광지인 아카렌가의 한산한 모습. 윤설영 특파원

이런 상황은 홋카이도뿐이 아니다. 외국인 관광객의 의존도가 높은 교토, 오키나와 등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일본 정부는 당초 올해 관광 수요를 5조엔, 외국인 관광객 4000만명을 예상했다. 도쿄올림픽 개최도 감안한 계산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이 같은 구상은 물거품이 됐다.

지난 3일 리서치회사인 데이고쿠 데이터뱅크에 따르면 코로나19로 경영이 악화돼 도산한 기업이 전국 406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이 음식점, 호텔, 료칸 등으로 관광과 연관이 있는 업종이다. 특히 약 80%가 부채 금액이 5억엔 미만인 영세한 중소기업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들고나온 것이 ‘고 투 트래블’ 캠페인이다. 코로나19가 전국으로 확산될 것이 뻔히 예상되는데도 “경제야말로 사회의 생명”이라면서 밀어붙였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여행관계자 약 900만명이 현실적으로 빈사 상태다. 이들의 생활을 지켜주는 것도 중요하다”며 사실상 읍소를 했다. 한국, 중국, 대만 등 경제 연관도가 높은 국가들의 입국제한 완화를 선언한 것도 쇄국을 지속했다가는 경제 회복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작용했다.

아베노믹스의 핵심 정책이었던 ‘관광입국’(관광으로 나라를 일으킨다는 뜻)이 코로나19라는 뜻밖의 복병을 만났다. 경제전문가들은 이전 상황으로 회복하는 데엔 최소한 3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일본은행은 올해 실질 GDP 성장률을 -4.7%로 예상했다. 세계 3위의 경제대국 일본도 코로나19의 깊은 수렁에 빠져있다.

윤설영 도쿄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