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도 중요한 치료법의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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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사는 곳엔 반드시 음악이 있다. 인간은 음악적인 동물이다. 사막에도 음악이 흐르고, 허공도 음악으로 가득 차 있다. 바위조차 음악으로 숨쉰다. 세상을 감동적으로 움직이는 최고의 요소가 음악이다. 우주의 순환성 자체가 곧 음악성이기 때문이다.

음악을 예찬한 어떤 글의 일부를 옮긴 것이지만, 음악으로 환자를 치료하는 움직임이 국내에도 도입되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행동과학적 치료법에 해당하는 음악치료, 이는 사람의 몸과 정신에 대한 직접적인 자극으로 적절한 음악을 즐겁게 접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이 치료법은 다양하게 이용될 수 있어 그 전망은 매우 밝다.

국내에서 음악치료실을 최초로 개설한 이 방면의 개척자는 하은경 씨. 서울 강남구 역삼2동 성보아파트 C동 1003호가 그의 치료실(전화 : 539-9261)이며, 그의 직함은 '하은경 음악치료실 실장'이다. 독일 '함부르크 예술치료소'에서 음악치료학 석사 과정까지 마친 그는 귀국하여 93년 9월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정신장애인들을 음악으로 조기치료해 주고 싶어서였다. 그 이래 그는 자폐아 또는 산만한 어린이 40여 명을 치료해 낸 성과를 거뒀다.

일반적인 교실을 만들지 않고 아파트 안에다 치료실을 마련한 까닭이 궁금합니다.

그렇게 묻는 분이 많아요. 치료받는 사람들과 악기 보관에 있어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습도와 온도 조절이에요. 우리의 현실 여건에서는 아파트의 실내 공간이 가장 알맞습니다.

이 치료실에 요즘은 어떤 사람들이 있습니까?

우울증, 자폐증, 치매 등 정신적인 장애인 14명과 엄마의 생각으로 주 1회 오는, 돌 지난 유아와 특수 음악에 매료돼 배우려고 오는 60대 여성도 있어요.

치료방법이랄지, 그런 게 궁금해요.

처음부터 모든 악기를 접근시키는 거예요. 제 멋대로 마음껏 만지고 흔들고 두드리면서 소리 지르도록 하는 거죠. 소리나 악기에 전혀 관심이 없던 장애아도 '소리'라는 것에 차츰 호기섬과 흥미를 느끼게 돼요.

특히 악기의 특성에 따른 반응을 나타내게 되는데, 그때부터 치료방법과 치료시간이 정해지는 겁니다. 대략 그 기간이 1개월쯤 돼요. 그 과정을 거쳐 그들의 부모와 상의한 다음, 주 2회나 주 3회 정도 1대1의 치료로 나가게 됩니다.

1대1의 치료가 가장 이상적인 방법입니까?

때로는 모아서(group) 하는 경우가 필요해요. 이 경우, 편성시켜 주는 요령이 중요해요. 상대적으로 필요한 대상이 있습니다. A가 부족한 면을 B가 채워주고, C가 더 필요하여 채워주면서 A와 B로부터 C도 보완될 수 있을 때, 그래줘야 해요. 공동체 의식과 인식을 그렇게 일깨우는 거예요.

1대1의 음악치료엔 보조해 주는 분이 필요하지 않으세요? 그리고 사용되는 악기라든가, 또 적응시키는 방법 등에 관해서 말씀해 주세요.

보조해 줄 분을 아직 못 만났죠. 악기는 독일서 귀국할 때 '독일 스튜디오49'라는 특수악기 제작회사에서 주문제작해 왔어요. 현악기로는 첼로 비슷한 '크로타'와 실로폰 성질을 띤 'Templeblock'와 빗소리를 내는 'Begem macher' 또 한국식 북, 장구, 피라하프, 오버, 피아노 소품 14가지 등이 이용돼요. 이밖에도 오밀 조밀한 악기들이 그때마다 쓰여지요.

치료과정을 통해서 나타나는 반응이랄지, 성과랄지, 그런 건 어떤가요.

악기연주를 꾸준히 하는 장애아의 변화는 우선 안정감을 갖게 돼요. 그러면서 행동이 부드러워지고 성취감을 알게 되죠. 그처럼 의욕이 있게 되면서 마음을, 느낌을, 스스로 표현하게 됩니다. 그쯤되면 경우에 따라 그 아이에게 필요한 작곡을 하여 연주시키기도 하죠.

장애아의 경우, 지능지수와 관련된 어려움은 없습니까?

왜 없겠어요. 음악치료에도 조기치료가 가장 좋은 길이에요. 우리 나라에는 이 방면이 아직 개척 단계이므로 부모들의 인식이 덜되어 있다기보다 아주 생소한 거죠. 하루 속히 음악치료사들이 양성 속출돼야 합니다. 그래야만 우리 실정에 맞는 프로그램도 많이 나오고, 정보교환도 순조로워져 장애아의 정서와 발육에 이바지될 것입니다. 또한 시급한 것은 각 대학들과 종합병원들이 이 방면의 길을 터줘야 해요.

이렇게 말하는 음악치료사 하은경 씨의 목소리 자체가 설득력 있는 고저장단의 음악으로 느껴졌다.

글 : 계간 열린지평(1997년) 조수련 자원봉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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