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치료 임상사례 - 뇌종양

중앙일보

입력

김태수(가명)씨는 1950년 생으로 1994년 2월 음악 치료 첫 방문 시 그의 병력은 다음과 같았다.

평소 두통이 심해 진통제로 통증을 다스려 오던 중, 1990년 3월 그가 병원을 찾았을 때 그에게 내려진 진단은 '뇌종양'이었다. 그해 4월 급히 서둘러 종양 제거 수술과 방사선 치료를받고,9월부터 그가 임원으로 제직하던 국내 굴지에 대 기업으로 다시 출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던 중 1993년 5월 다시 그의 머리에서 종양이 발견되어 다시 수술을 하게되었고, 그해 7월 8월 9월 10월에는 계속 되는 감염과 재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그는 우리 나라에서 인재들만 다닌다는 K고등학교와 S대학교를 졸업하고, 대 기업의 임원으로 그의 자질을 힘껏 발휘하며 세상을 열심히 살아오고 있었다. 그에겐 두 아들이 있었고, 그의 부인은 교사였는데, 그의 부인은 그간 경제적인 부담 없이 일을 하다가, 거듭되는 수술로 인해 가계가 어려워져, 이젠 돈을 벌기 위해 반드시 일을 해야만 하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그가 그의 부인과 처음 음악 치료실을 찾던 날, 그는 털로 짠 모자를 쓰고 왔었는데, 모자를 벗자, 여러 차례 겹친 수술로 인해 오른쪽 두개골을 다시 봉합하지 못하여 이마의 위 머리 부분이 푹 내려앉아 있었다.

당시 그는 지남력 장애, 즉 기간과 공간에 대한 개념과 느낌이 없었다. 그래서 오늘이 몇 일이냐고 물으면 아무 숫자나 생각 나는 대로 대답을 하곤 했으며, 자신이 투터운 쉐타를 입고 있으면서도 날씨가 추운지 더운지, 무슨 계절인지 전혀 짐작하지 못했다.

아주 어릴 적 기억은 그런 대로 남아 있었으나, 최근의 기억과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오른쪽 뇌수술을 받았기 때문에 왼쪽 손과 발을 움직일 수 없었고, 그러니 일어나고 앉을 때마다 부인이 부축을 해야만 했다.

대 소변을 가리지 못했으며, 배가 고픈지 부른 지의 감각도 없어서, 누군가가 먹을 것을 챙겨주지 않는다면, 굶어 죽을 수도 있었으며, 누군가가 그만 먹으라고 음식을 절제하지 않는다면, 배가 터질 때까지도 배가 부른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지경이었다.

그는 3개월간 주2회 45분씩 음악치료를 받았고 마지막 한 달은 주1회씩으로 줄여 받다가 더 이상 그를 치료실로 모시고 올 사람이 없어져 치료를 중단하였다.


나는 그의 손상된 뇌 세포로 인해 신체적, 정신적 장애를 음악치료를 통해 조금씩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 줄 수 있는 치료 목표를 세우고, 그의 움직이지 않고 감각이 없는 팔에 악기의 떨림을 직접 자극하는 방법으로 시작을 하였고, 노래는 그가 두 아들을 키우며 불렀던 노래 중 기억이 뚜렷한 '황금박쥐' 노래로 시작을 하였다.

그는 여러 음들의 진동을 거의 느끼지 못하였으나, 어느 특정 음 하나에서 마비된 팔에 심한 통증을 표현했다. 그래서 그 음을 중심으로 하는 음계와 조성으로 노래를 부르며, 그음의 진동을 느끼는 팔과 다리 부분에 직접 진동이 전달되도록 하였다.

음악 치료를 받는 동안 그는 차츰 감각 기능을 찾아가고 있었다. 먼저 그는 화장실에 가고 싶은 감각을 느껴 가족에게 도움을 구하게 되었고, 배고픔을 알게되어, 배가 고프면 식당으로 혼자 걸어나와 준비된 음식을 적당히 먹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음악 치료와 재활 치료를 병행한 그는 차츰 혼자 힘으로 의자에 앉고 설 수도 있게 되었다. 그리고 현재를 기억할 수 도 있게 되었는데, 예를 들어 치료시간에 사용되는 악기 이름들을 모두는 아니지만 기억하기도 했다.

그의 장애는 음악 치료를 통해 상당히 호전되고 있었지만 부득이한 사정으로 치료를 그만두게 되어 치료를 맡은 나에게도 큰 아쉬움이 남았다. 그 후 그는 재활치료도 그만 두게되어 그나마 다시 사용할 수 있었던 근육은 다시 굳어져 버렸다고 한다.

그러나 감각적인 기능은 그대로 유지가 된다고 하니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번 다쳐 그 기능을 상실한 뇌 세포는 절대로 재생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실되었던 기능을 다시 활용 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뇌 속에 우리가 미쳐 사용하지 않던 뇌신경을 기능 할 수 있도록 음악이 그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겠다.

음악을 통해 이런 뇌 기능의 장애를 어느 정도까지 극복할 수 있는 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그러나 음악을 통해 의식을 잃은 코마 환자를 깨운다는 보고가 있는 걸 보면 음악과 뇌와의 사이에 어떤 비밀이 있는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우리의 과학으론 아직 명쾌하게 과정을 설명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뇌 기능장애자들에게도 음악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위의 임상을 통해 간단하게나마 여러분에게 소개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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