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기자가 기상청을 담당했던 시절이 있다. 과거 기상청 본청이 서울시교육청 근처였다는 이유였다. 기상청이 1998년 서울 신대방동으로 이전한 뒤에도 한동안 그랬다. 교육청 기자실 팩스로 들어온 예보 자료로 날씨 기사를 썼던 오래전 얘기다.
그 시절, 기상청을 출입하며 이 이야기를 처음 들었다. “기상청 체육대회에도 비가 왔었대.” ‘설마, 누가 지어낸 말이겠지’라 생각했다. 그래도 혹시나 해 기상청 관계자에 물어봤다. 난처한 표정과 함께 돌아온 답은 예상과 달랐다. “그런 적이 있긴 한데, 오래전 일이에요.”
그랬다. 그런 적이 있긴 있었다. 찾아보니 1994년 5월 3일 기상청 봄철 체육대회 날 오후에 비가 와서 기사까지 나왔다. 한 달 전 미리 날짜를 잡아서 생긴 일이라고 했다.
2020년 여름. 장마 예보가 번번이 빗나간 기상청을 질타하는 여러 기사에서 바로 그 ‘기상청 체육대회’ 이야기가 다시 등장한다. 기상청의 예보 능력을 비꼬는 우스갯소리쯤으로 취급된다. 더 세고 강한 표현도 많다. 중계청, 오보청에 구라청까지….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부기관의 예측 실패는 당연히 비판받을 일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달린 중요한 업무라서 더 그렇다. 동시에 수십 년 이어진 이런 비판이 기상청에는 아프지만 결국 약이 됐으리라 본다. 기상청이 520억 원짜리 슈퍼컴퓨터 5호기를 보유하고, 10년간 1000억원을 들여 구축한 한국형 수치예보모델을 도입하게 된 건 예보 정확도에 대한 관심과 지적의 결과일 것이다.
다만 비판은 자극제가 돼야지 움츠러들게 하면 곤란하다. 2005년 기상청이 ‘동네 예보’를 도입한다고 발표했을 때 내부에서 걱정이 컸다. 지역을 세분화해 예보하면 더 많이 틀릴 게 뻔해서다. 아니나 다를까, 2008년 본격 시행한 동네예보는 오보청 오명에 한몫했다. 하지만 솔직히 수요자로는 ‘서울 지역 곳에 따라 오후 한때 비’보다는 ‘순화동 9~12시 비’ 예보가 훨씬 더 나은 서비스다.
전 세계적 이상기후 현상으로 날씨 예측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 기상청 국감 단골 메뉴인 예보관의 처우 개선과 역량 강화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정확한 예보를 위해 기상청이 더 해야 할 일이 여전히 많다. 역대급 장마가 기상청에 숙제를 쏟아부었다.
한애란 금융기획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