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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잘 할 수 있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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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박진석 기자 중앙일보 기획취재담당
박진석 사회에디터

박진석 사회에디터

“수사가 그렇게 어렵습니까.” 2003년 송광수 당시 검찰총장이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지휘 중이던 안대희 당시 대검 중수부장에게 건넨 말이다. 그가 언급한 ‘수사’는 일반명사가 아니라 ‘인지수사’의 약칭이었다. 검사라고 모두 ‘수사’를 하는 건 아니다. 특수·금융·조세·강력·마약 등 검은돈의 흐름을 추적하는 범특수 검사, 대공 사건을  다루는 공안 검사가 대표적 수사 검사다.

경찰에 대한 수사 지휘와 고소·고발 사건을 담당하는 형사부나 공소 유지를 맡는 공판부 검사, 법무부나 대검의 기획 검사는 수사 검사라 불리지 않는다.

수사 검사가 진정한 검사라는 의미는 아니다. 일반 서민 입장에서는 경찰 수사의 잘잘못을 검증하는 형사부 검사야말로 삶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진짜 검사일 수 있다.

다만 누구에게든 잘 할 수 있는 것이 있고, 잘 할 수 없는 것이 있다. 갈수록 가관인 채널A 수사를 보면서 새삼 느끼는 진리다. 이 수사에 목을 매는 서울중앙지검이 애초에 왜 사건을 수사 부서가 아닌 형사부에 맡겼는지, 왜 부장검사가 압수수색 현장에 행차해 초유의 검사 간 육탄전을 초래했는지, 그의 진료 사진을 배포해 비웃음을 자초한 ‘공보참사’는 누구의 결정에서 비롯됐는지 등 불가해한 대목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하지만 잘 할 수 없는 것을 잘 하라고 시켰기 때문이라고 해석하면 모든 의문이 해소된다.

비단 수사 부서에 국한해 하는 말이 아니다. 중앙지검 수뇌부를 비롯한 작금의 검찰 고위 간부들 중에는 애초에 그 일을 잘 하기 어려운 이력의 소유자들이 넘쳐난다.

이런 측면에서 송 총장의 존재는 빛난다. 그는 수사 검사가 아니었다. 안 중수부장에게 던졌던 ‘선문답’은 ‘수사’를 잘 몰라 직접적 도움이 되지 못하는 데 대한 안타까움의 표현이었다. 하지만 그는 ‘총장이랍시고’ 비전문 분야에 어설프게 관여하는 대신, 외풍을 온몸으로 차단하는 쪽을 선택해 결과적으로 수사 성공의 일등공신이 됐다.

법무부가 또 한 번의 검찰 간부 인사를 준비 중이다. 송 총장 같은 이가 있다면 최우선 특채할 것이되 그렇지 않다면 그 일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을 뽑길 바란다. 잘 할 수 없는 사람을 기어이 뽑아 검찰을 망친 인사는 한번으로 족하기 때문이다.

박진석 사회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