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모킹건 없나…시작만 요란했던 채널A수사 용두사미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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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7월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7월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강행된 채널A 강요미수 의혹 수사가 ‘용두사미’로 끝날 조짐이 보인다는 법조계 전망이 나온다. 핵심적인 증거의 부족, 감찰까지 나아간 초유의 ‘검사 육탄전’, 임박한 검찰 인사 등이 그 이유로 거론된다.

수사팀은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구속 기간이 만료되기 직전까지 마무리 수사를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 한동훈 검사장에 대해 ‘조사 없이 기소’하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스모킹 건 없나…추가 분석

3일 검찰 등에 따르면 수사팀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진웅)는 이 전 기자의 구속 기간이 만료되는 5일 24시 전까지 기록 검토 및 증거 분석 등 마무리 수사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수사팀은 오는 4일 이 전 기자의 노트북을 포렌식해서 확인한 이미징 파일 추가 분석에 나설 계획이다. 이 전 기자 측은 “법원에서 위법 수집 증거로 판단된 사안”이라며 참관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 수사팀은 법원의 준항고 인용 결정에 재항고했기 때문에 추가 분석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법조계에서는 수사팀의 추가 포렌식 분석을 두고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갖는 목소리가 나온다. 결국 그간 확보한 증거 중 ‘스모킹 건(핵심 증거)’이 없기 때문에 수사팀이 구속기한 전까지도 증거 수집을 계속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법원이 위법 수집 증거라 판단한 점에 비춰 추가 분석 의도를 의심하는 눈초리도 있다.

한 전직 부장검사는 “앞서 포렌식이 진행됐던 만큼 실효성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위법 수집 증거라는 법원의 판단이 있는데도 뒤늦게 증거를 수집하려는 것”이라며 “증거가 부족하다는 점을 보여줌과 동시에 다른 의도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한동훈 검사장 [연합뉴스]

한동훈 검사장 [연합뉴스]

‘육탄전’ 감찰…한동훈 조사는?

지난달 29일 한 검사장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벌어진 초유의 ‘검사 육탄전’은 감찰까지 진행되고 있다. 서울고검 감찰부는 한 검사장의 요청에 따라 정 부장검사에 대한 ‘독직폭행’ 혐의를 확인하고 있다.

감찰 결과에 따라서 그간 수사팀을 이끌었던 정 부장검사가 수사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있다. 한 검사장 측은 정 부장검사가 ‘폭행’ 당사자인 만큼 수사 절차에서 빠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1일 한 차례 검찰에 출석한 한 검사장의 조사는 1회도 완료되지 못했다.

수사팀은 한 검사장에 대한 추가 소환 없이 그를 이 전 기자의 공범으로 기소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검사장을 추가로 소환 조사해서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검찰 관계자는 “반드시 조사가 기소에 선행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 수사팀이 한 검사장 추가 조사는 사실상 의미가 없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중앙포토]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중앙포토]

검찰 인사 임박…변수 될까

조만간 이뤄질 검찰 인사도 수사의 변수로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취소됐던 검찰인사위원회가 이번 주 중 개최 일정을 조율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 발동으로 대검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고, 독자적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의 주요 간부들이 이번 인사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고검장 승진, 이정현 1차장검사는 검사장 승진 가능성이 언급된다. 지휘 체계의 변화 가능성이 생긴 가운데 수사에도 적잖은 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청장 출신 한 변호사는 “검찰 인사로 수사팀의 상급자들이 이동하게 된다면 책임 또한 면하게 되는 것”이라며 “그간 진행된 수사의 책임을 수사팀에게만 짊어지게 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도 “시작만 요란했던 채널A 의혹 수사는 그간의 과정에 비춰봤을 때 ‘용두사미’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나운채 기자 na.u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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