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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등 꺾인 부상 입었을 때 근력 운동 더 많이 했다” 발레리나 박슬기

중앙일보

입력

창작 발레 '호이랑'에서 주역을 연기했던 발레리나 박슬기. [사진 국립발레단]

창작 발레 '호이랑'에서 주역을 연기했던 발레리나 박슬기. [사진 국립발레단]

 2일 오후 국립발레단의 무용수 4명이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에 올랐다. 발레단의 ‘간판 스타’인 수석무용수 박슬기가 안무한 ‘콰르텟 오브 더 소울(Quartet Of The Soul)’을 선보이는 무대였다. 국립발레단의 무용수들이 안무가로 나선 ‘KNB 무브먼트’ 시리즈 중 하나. 박슬기는 피아졸라 음악 ‘아디오스 노니노’에 맞춰 네 명의 안무를 짰고, 무용수들이 악기가 돼 음악을 연주하는 것처럼 표현해냈다.

서정적이고 관능적인 무대의 박슬기는 “이런 무대를 위해 발레리나들은 몸을 해치는 일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발레를 시작한 지 28년, 국립발레단 입단 13년째인 박슬기는 “무용수들은 관절과 근육을 과학적ㆍ생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범위로 쓴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앙일보와 국립발레단이 함께 하는 ‘발레리나와 홈트를’ 동영상 시리즈 첫번째 발레리나로 참여하며 무용수의 몸, 우리의 몸에 대해 이야기했다.

 국립발레단의 박슬기 수석 무용수. 발레리나의 몸과 운동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중앙포토]

국립발레단의 박슬기 수석 무용수. 발레리나의 몸과 운동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중앙포토]

박슬기는 보통 하루 6~7시간을 운동과 연습에 들인다. 몸을 쓰는 일과는 빽빽하다. “오전 10시쯤 연습실에 와서 워밍업을 한다. 자전거를 타면서 근육이 연습에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다. 곧 과도하게 움직여야 하니까.” 발레단 단원들이 모두 함께 하는 클래스가 시작하기 전에 개인적으로 몸을 덥히는 시간이다. “발목과 허리 밴드 운동, 또 공연의 정규 연습시간까지 하면 최소 6시간은 운동과 연습을 한다. 공연 때문에 연장되는 것까지 포함하면 매일 7~8시간 운동하고 춤춘다고 볼 수 있다.”

끊임없이 몸을 움직이는 발레리나에게 부상은 새삼스럽지 않고 흔한 일이다. “몇년 전 남자 파트너와 함께 토슈즈 끝부분으로 바닥을 밀고 나가는 동작을 하다 토슈즈가 밀리지 않고 몸만 나가는 바람에 발등이 완전히 꺾였다. 관절이 손상돼 움직일 수도 없었다.” 발을 움직일 수 없었던 기간이 3개월이었다. 하지만 박슬기는 “오히려 그때 다른 부위의 근력 운동을 더 많이 했다”고 기억했다. “다친 부위가 낫고 나면 다시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근력을 더 키워놔야했다"고 했다. 발이 다친 상황에서 근력 운동이 가능했을까. 답은 간단하다. “발 빼고는 멀쩡했으니까.”

몸을 바쳐 춤추는 발레리나 박슬기는 어린 시절 천진난만하게 발레를 만났다. 여섯 살에 세살 터울 언니가 발레하는 모습을 보고 욕심을 부렸다. “언니가 발레하는 모습이 예뻐보여 시작했다. 초등학교 때만 해도 재미있게 놀면서 하는 게 발레인 줄 알았다.” 박슬기는 “그렇게 부담없이 시작해서인지 발레를 경쟁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재미있는 놀이라고만 여겼다”고 말했다.

악바리 근성은 중학교에 가서 나왔다. “엄마가 드디어 선전포고를 하셨는데, 가정 형편이 넉넉한 것도 아니니 더이상은 발레를 가르쳐줄 수 없겠다는 말씀이었다. 중학교 1학년이었다.” 인천에 살던 박슬기는 서울의 한 발레 콩쿠르에 입상하면 그만두라는 말을 다시는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그 콩쿠르에 참가하러 갔을 때 발레복인 레오타드 두 벌을 챙겨갔지만 결국 옆에 있던 모르는 사람에게 한 벌을 빌려야 했다. 혼자서 하도 연습을 하는 바람에 두 벌이 모두 땀에 젖었기 때문이다. “연습하는 곳이 아닌 데에서도 연습을 하고 싶어서 거울 대신 액자에 어렴풋이 비친 모습을 보며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춤추는 게 그토록 좋았다.”

박슬기는 콩쿠르에 입상했고 발레를 계속할 수 있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인 2007년 국립발레단에 입단했고, 5년 만에 수석무용수로 승급했다. 2016년 안무한 ‘콰르텟 오브 더 소울’에 이어 2018년엔 외부 세계와 단절된 인간을 그린 ‘스몸비(Smombie)’를 두번째 안무작으로 내놨다. 세살 터울의 언니 박나리도 국립발레단의 솔리스트다.

박슬기의 지젤. [사진 국립발레단]

박슬기의 지젤. [사진 국립발레단]

그토록 하고 싶었던 발레를 하고 있지만 그는 늘 ‘아프다’. “수시로 병원을 다니고 관리를 받는다”고 했다. 하지만 치료를 받고 근육에 대해 배우는 게 일상이 되면서 사람의 몸에 대한 생각도 많아졌다. “이렇게 하면 통증이 줄어들겠구나, 저렇게 하면 근육이 이완되겠구나라는 아이디어와 지식이 쌓이게 됐다. 이걸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싶은 생각이 생겼다.” 어려서부터 발레리나보다는 체조선수에 가깝다고 할 정도로 유연성이 좋은 몸이었다. 하지만 “너무 유연해서 발레에는 오히려 좋지 않은 때도 있었다”고 했다. 근력 운동에 특별히 시간을 투자했던 이유기도 하다.

“발레리나의 몸은 고달프지만, 일반인에게 발레 동작은 유용하다. 근육을 쓰고 이완하며 생기는 좋은 효과에 대해 많이 알려드리고 싶다.” 발레리나 박슬기가 우리에게 추천하는 ‘집 운동’의 방법은 중앙일보 유튜브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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