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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찾아가는 피아니스트 임미정 "음악으로 생명에 위로를"

중앙일보

입력

PLZ 페스티벌의 임미정 감독. 피아니스트로 연주에도 참여한다. [PLZ 페스티벌]

PLZ 페스티벌의 임미정 감독. 피아니스트로 연주에도 참여한다. [PLZ 페스티벌]

 25일 오후 6시 강원도 고성군의 건봉사. 피아노ㆍ바이올린ㆍ첼로 등 연주자들이 불이문(不二門) 앞에서 연주를 시작했다. 이날은 비가 내렸고 청중 150여명은 바깥의 천막 아래에 앉아 음악을 들었다. 이날 공연을 위해 작곡가 김대성이 쓴 ‘평화의 기도’를 비롯해 마스네의 타이스 명상곡, 슈만 피아노 4중주 등이 연주됐다. DMZ에 인접한 강원도 5개 지역에서 열리는 음악 축제, PLZ 페스티벌의 첫 무대였다. PLZ는 ‘평화 생명 지역(Peace and Life Zone)’의 약자다.

이 페스티벌의 총감독은 피아니스트 임미정. 이날 무대에서 연주했던 그는 전화 통화에서 “음악이 자연을 받아들이면서 어우러질 수 있을까 고민하다 건봉사에서 음악회를 열었다. 비가 많이 와서 진행이 힘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름다운 것만이 자연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건봉사는 금강산의 첫 사찰이고 부처님의 사리가 보관돼 있는 곳이다. 임 감독은 “평화와 생명이 머무는 성스러운 곳을 음악으로 이야기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음악이 더 현실적으로 이야기하기를 바란다”며 2018년 축제를 시작했다. 첫 해엔 강원도 양구의 DMZ 지역 식물원에서 시작했고 지난해엔 양구군과 인제군 장소를 넓혔다. 올해는 DMZ 접경 지역 중 가장 동쪽의 고성에서 시작해 11월 화천에서 끝난다.

그가 음악으로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주제는 생명과 평화다. “문명이 바뀌는 시대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올해는 한국전쟁 70주년이다. 비참했던 전쟁이 기록된 땅에서 음악이 위로와 헌사를 보내야할 때다.” 뉴욕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공부하던 2000년에 임 감독은 평양에서 연주할 기회가 있었다. 이후 음악으로 어디엔가 도움이 되도록 하는 구상을 하던 끝에 생명과 평화라는 키워드를 얻었다.

25일 강원도 고성군의 건봉사에서 열린 PLZ 축제의 개막 공연. [사진 PLZ 페스티벌]

25일 강원도 고성군의 건봉사에서 열린 PLZ 축제의 개막 공연. [사진 PLZ 페스티벌]

그는 의미있는 장소에서 음악을 연주해서 사회에 메시지를 던질 수 있다고 믿는다. “음악은 고도로 추상화 돼 있어서 직접적으로 무언가를 바꾸지는 못한다. 하지만 장소의 의미, 음악의 뜻을 청중이 거듭 인지하고 느끼게 되면 언젠가는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축제의 규모가 방대하다. 보통 2주 정도에 끝나는 다른 음악 축제와 달리 7~11월 총 28번의 음악회로 구성된다. 바이올리니스트 이경선ㆍ김다미, 첼리스트 이강호, 피아니스트 임주희, 기타리스트 박규희, 테너 김세일 등 실력파 연주자들이 참여한다. 임 감독은 “특히 다음 달 22일 철원군의 수도국지에서 열리는 콘서트의 의미가 깊다”고 추천했다. “수돗물을 저수했다 내려보내는 언덕인데 일제시대에 수백명이 수장됐다고 한다. 여기에서 포레의 레퀴엠 중 ‘자비로운 예수’와 베토벤 현악4중주 11번 ‘세리오소’를 연주해 땅과 인간을 위로하려 한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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