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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드나이트 익스프레스’ ‘페임’ 감독 앨런 파커 별세

중앙일보

입력

2020년 7월 31일(현지시간) 76세로 사망한 영화 감독 앨런 파커의 2016년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2020년 7월 31일(현지시간) 76세로 사망한 영화 감독 앨런 파커의 2016년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실화 소재 ‘미드나이트 익스프레스’(1978), 음악영화 ‘페임’(1980) ‘에비타’(1996) 등으로 평론과 흥행 양쪽에서 찬사를 받은 영국 출신 감독 앨런 파커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별세했다. 76세. 외신들은 그가 오랜 지병으로 숨졌다고 전했다.

“영화는 나만의 것이 아니다. 나도 재능 있는 많은 사람들의 일부일 뿐이다(A film is never my film, because I’m part of a talented lot of people).”

뉴욕타임스(NYT)가 전한 생전의 이 말은 광고업계 카피라이터로 출발해 TV광고를 찍다가 영화계로 건너온 그의 연출 정신을 요약한다. 소위 작가주의 영화 스타일과 거리를 두면서 그는 감각적인 비주얼과 대중적인 스토리텔링, 음악요소의 활용 등에 재능을 보였다. 특히 일찌감치 할리우드 스튜디오와 활발히 작업하면서 “영-미 영화산업 간의 장벽을 깼다”(영국 일간 가디언)고 평가된다.

그 중 마약 밀매를 한 미국 청년의 터키 감옥 탈옥기를 그린 영화 ‘미드나잇 익스프레스’(각본 올리버 스톤)로 아카데미 감독상에 노미네이트 됐다. 1960년대 백인 우월주의 단체인 큐클럭스클랜(KKK)이 흑인 인권운동가 3명을 구타·살해하고 암매장한 사건을 다룬 ‘미시시피 버닝’(1988)으로 다시 감독상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엔 실패했다.

1996년 영화 '에비타' 홍보 때 주연배우이자 가수 마돈나와 포즈를 취한 앨런 파커 감독. [AP=연합뉴스]

1996년 영화 '에비타' 홍보 때 주연배우이자 가수 마돈나와 포즈를 취한 앨런 파커 감독. [AP=연합뉴스]

대중적으로 가장 흥행한 작품은 스타를 꿈꾸는 뉴욕 예술고등학교 학생들을 그린 영화 ‘페임’(1980)이다. 앤드류 로이드 웨버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 에바 페론 일대기 ‘에비타’(1996) 등 뮤지컬 영화에서 특히 장기를 발휘했다. ‘에비타’는 골든글로브 작품상(뮤지컬·코미디 부문)과 함께 주인공이었던 팝가수 마돈나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겼다.

특히 영국의 록밴드 핑크 플로이드 앨범 ‘벽’(The wall)을 뮤직비디오 형식으로 옮긴 영화 ‘핑크 플로이드의 더 월’(1982)은 초현실주의적인 장면 전개와 기묘한 애니메이션의 활용으로 컬트적인 관심을 끌었다. 여기서 드러난 악몽 같은 자아분열에 대한 관심은 이후 베트남전 참전 군인의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소재로 한 영화 ‘버디’(1984) 등에서도 반복된다.

파커 감독은 2차 대전 폭격이 한창인 1944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다. 1974년 TV 영화 ‘피난민들’(The Evacuees)로 영국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평생 영국 아카데미상 7개를 받았으며, 2013년에는 일종의 공로상인 협회상(The Academy Fellowship)을 수상했다. 1995년 대영제국 3등급 사령관(CBE) 훈장을, 2002년 기사 작위를 받았다.

마지막 연출작은 2003년 케빈 스페이시와 케이트 윈즐릿이 출연한 영화 ‘데이비드 게일’이다. 은퇴 후엔 미술 작품 활동에 열중한 것으로 전해진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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