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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파티 했어요?" 검사가 숙명여고 쌍둥이 父에 물은 까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기말고사가 끝나고 전교 1등을 한 쌍둥이와 고기 파티라도 했나요?"

[이슈언박싱]

숙명여고 시험문제 유출 사건을 맡은 검사가 수사 단계에서 쌍둥이의 아버지이자 전 교무부장인 현모씨에게 던진 질문입니다. 아버지는 이 질문에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고 합니다.

수사팀은 현씨에게 왜 이런 질문을 했을까요. 교육열이 높은 집안, 서울 강남 8학군의 숙명여고에 다니는 쌍둥이가 나란히 문ㆍ이과 전교 1등을 했다면, 축하 파티를 하는 게 당연하다고 본 겁니다. 현씨는 ”자녀들에게 1등 축하 선물을 사줬느냐”는 질문에도 고개를 저었다고 합니다. 수사팀의 확신이 더해진 순간이었다고 합니다.

검찰이 그동안 수사 경험으로 쌓인 촉까지 최대한 동원해 이 사건을 수사한 건 이른바 ‘흉기 없는 살인’처럼 직접 증거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검찰은 답이 빼곡히 적힌 메모지 등 여러 증거를 확보하긴 했지만, 대부분 정황증거였습니다.

수사부터 재판까지 2년 넘게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숙명여고 쌍둥이 사건의 운명이 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오는 12일 쌍둥이 자매에 대한 1심 판결이 나옵니다. 앞서 검찰은 이들에게 징역형을 구형했습니다. 징역 3년이 확정된 아버지에 이어 미성년자인 쌍둥이에게도 실형을 구형한 겁니다.

쌍둥이와 그 아버지는 2년여간 검찰과 격렬히 부딪혔습니다. 지난해 아버지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쌍둥이는 신문하는 검사에게 ”무슨 취지로 그런 질문을 하느냐“며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당황한 검사의 귀가 빨개지고,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죠.

이들 가족의 변호인은 결백을 의심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실제 범행이 있었다면 아버지와 쌍둥이의 진술이 모두 일치해야 하는데 엇갈리는 부분이 상당하다는 거죠. "공부를 열심히 했을 뿐"이라는 게 쌍둥이가 지금까지 하고 있는 일관된 주장입니다.

일반적인 업무방해 사건과는 분명히 다른 숙명여고 사건, 2년간 취재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뒷이야기'를 이슈언박싱으로 풀어봤습니다. 영상으로 확인해보세요.

정진호·박사라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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