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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그 영화 이 장면

밤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김형석 영화평론가

김형석 영화평론가

하비 웨인스타인 사건으로 미투 운동이 촉발되기 1년 전인 2016년, 미디어 업계 내에서 벌어진 ‘위계에 의한 성폭력’이 드러난 첫 사례가 있었다. 폭스 뉴스의 로저 에일스 회장이 저지른 악행을 앵커 그레천 칼슨이 폭로한 것이다. 부당해고를 당한 칼슨은 로저를 성추행 혐의로 고소했고, 결국 로저는 불명예스럽게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다. 영화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이하 ‘밤쉘’)은 바로 이 사건을 다룬다.

그영화이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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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슨의 행동은 처음엔 계란으로 바위치기처럼 보였다. 로저 에일스는 업계 최고의 거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증인들이 등장한다. 그에게 추행을 당했던 여섯 명의 여성들이 과거를 털어놓았다. 무려 1960년대부터 일어난 일들이다. “자기와 잠자리를 하면 출연시켜 준댔죠.”(마샤·사진) “제 가슴을 움켜쥐고 말했어요. 여자들이 여기서 일하려면 잘 협조해야 돼.”(다이앤) “그는 말했어요. 뉴욕 방송계에서 성공하고 싶다면 나와 섹스해야 해.”(팻) “가터벨트와 스타킹을 꺼내더니 입으라고 했어요.”(제인) “로저가 그랬어요. 거물과 놀고 싶으면 로저와 뒹굴어야 해.”(켈리) “로저는 바지를 풀고 성기를 꺼냈어요. 저는 그때 16살이었어요.”(수잔)

물론 영화적으로 재연되었지만, 마치 다큐멘터리에서 증언을 담아내듯 담담하게 전개되는 이 장면은 최초의 미투에 대한 기록이다. 그리고 ‘밤쉘’은 그러한 목소리들이 모여 역사가 바뀌었다고 말한다.

김형석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