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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폰 유심 압수수색에 수사팀서도 반대 많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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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30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로비에 검사 선서가 쓰인 액자가 걸려 있다. [연합뉴스]

30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로비에 검사 선서가 쓰인 액자가 걸려 있다. [연합뉴스]

초유의 검찰 간부 간 ‘육탄전’을 촉발한 한동훈 검사장의 휴대전화 유심(USIM·범용 가입자 식별 모듈) 카드 압수수색에 대해 채널A 사건 수사팀 내부에서도 반대 의견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팀원들 동의않자 정진웅 현장 지휘 #부장검사가 수색 나선 건 드문 일 #정 측 “현직 검사장 예우 차원 간 것” #정진웅, 유심을 스모킹건 여긴 듯 #한동훈폰 카톡·텔레그램 확보 노려 #“정 부장 진료 내역은 코로나 검사”

30일 검찰 내부에서는 전날 이례적으로 수사팀장인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검사가 압수수색을 지휘하게 된 것과 관련해 유심 압수수색 필요성에 동의하지 않은 팀원이 많았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한 검사는 “상당수 수사팀원은 압수수색 영장 청구 때부터 ‘유심에서 나올 게 없다’는 이유로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고 한다. 그러다 실제 영장 집행 상황이 되니 선뜻 현장에 나가겠다고 한 사람이 없어서 할 수 없이 정 부장이 나가게 됐다는 말이 나온다”고 말했다.

실제 부장검사가 직접 압수수색에 나서는 건 극히 드문 일이다. 통상 압수수색은 평검사나 부부장검사가 맡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택 압수수색 때도 부부장검사가 현장을 지휘했다. 정 부장 측 관계자는 “수사팀 내부에서 압수수색 반대 의견이 많았다는 게 사실이냐”는 질문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다만 “정 부장은 압수수색 대상자가 상급자인 현직 검사장인 만큼 예우 차원에서 직접 나갔다고 한다”고 전했다.

유심엔 가입자 정보 등 극히 일부만 저장

검찰 간부 간 폭행 의혹 사건

검찰 간부 간 폭행 의혹 사건

정 부장이 폭행 논란을 일으키면서까지 유심에 집착한 것과 관련해 유심을 일종의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으로 인식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수사팀은 이번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 중 하나로 지난 3월 10일 한 검사장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사이에 이뤄진 카카오 보이스톡 통화 내용을 꼽는다. 두 사람의 보이스톡 통화 직후 이 전 기자가 후배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취재가 어렵다고 하자 한 검사장이 ‘내가 수사팀에 말해 줄 수 있다. 나를 팔아라’고 했다”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정 부장이 유심에 담긴 개인 인증 정보 등을 활용해 우회적으로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등에 접근한 뒤 관련 내용을 확인하려 했을 수 있다는 의미다. 한 검사장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도 이러한 계획이 구체적으로 담겼다고 한다.

하지만 상당수 수사팀원은 실효성을 낮게 본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적으로 유심에는 가입자 정보와 통화 내역 등 극히 일부 정보만 저장돼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별도의 설정을 하면 유심에 연락처와 문자메시지 등을 저장할 수도 있지만 한 검사장이 사용하는 아이폰은 이마저도 불가능하다. 실제 법조계에서는 수사팀이 유심을 압수한 이후 2시간 반 만에 되돌려줬다는 사실과 관련해 “유심에서 별다른 정보를 찾아내지 못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유심 압수수색을 빌미로 한 검사장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려 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경찰청 소속 디지털 포렌식 전문가는 “한 검사장이 비밀번호를 해제하는 순간을 기다려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고 카카오톡·텔레그램 메시지 등을 확인하려 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중앙지검 “한동훈, 공무집행방해 없었다”

한동훈(左), 정진웅(右). [연합뉴스]

한동훈(左), 정진웅(右). [연합뉴스]

상황은 정 부장에게 불리한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전날 한 검사장의 공무집행방해 가능성을 시사했던 중앙지검은 이날 공무집행방해는 없었던 것으로 결론 내렸다. 이 때문에 한 검사장에 대한 맞고소 의사를 밝힌 정 부장도 고소장에 무고와 명예훼손 혐의만 넣기로 했다.

감찰을 서울고검에서 진행하기로 한 것도 정 부장 입장에서 반가운 소식은 아니다. 그로서는 윤 총장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친정권 성향의 대검 감찰부에서 감찰하는 것이 더 유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검사장 측이 갖고 있다고 주장한 영상 자료도 부담 요인이다. 한 검사장은 입장문에서 “수사팀에서 상황을 사실상 인정하는 장면, 일부가 개인적으로 죄송하다는 뜻을 밝히는 장면, 정 부장 이외 수사팀이 ‘정 부장의 행위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장면 등이 모두 녹화돼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이라면 하나하나가 모두 정 부장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한 검사장 측은 “한 검사장이 몸싸움이 끝난 직후 현장에서 펜을 꺼내 정 부장에 대한 고소장을 손으로 써내려 갔는데, 이 장면도 촬영돼 있다”고 덧붙였다. 고소장에 적시된 ‘독직(瀆職)폭행’ 혐의는 법원·검찰·경찰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을 체포하거나 감금, 폭행한 경우 적용된다. 군사정권 시절 ‘고문 기술자’로 불렸던 이근안 전 경감 등에게 적용됐던 혐의지만 최근 들어서는 기소 자체도 드물다.

한 검사장 측은 전날 수사팀 소환 요청에 불응한 것과 관련해 이날 “중앙지검 핵심 간부가 한 검사장을 허위로 음해하는 KBS 보도에 직접 관여했고, 수사팀의 수사 자료를 본 것으로 내외에서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수사팀에 이와 무관하다는 최소한의 합리적 설명을 해 줄 것과 설명 이후 출석하게 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수사팀이 허위 음해 공작과 관련돼 있다면 그 수사팀으로부터 수사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은 상식적인 요구”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 부장이 전날 진료를 받은 종합병원의 관계자는 “(정 부장이) 고열이라 응급실 격리 공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했다. 검사 결과가 나오는 동안 혈액·소변 검사 등 기초검사와 수액 치료를 했고, 음성 판정이 나와 귀가 조처했다”고 말했다. 전날 중앙지검은 “한 검사장의 물리적 방해 행위 등으로 인해 정 부장이 넘어져 현재 병원 진료 중”이라고 밝혔었다.

김수민·정진호·정유진·이가영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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