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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잠긴 대전 정림동 아파트, 알고보니 30년 무허가 건축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30일 쏟아진 집중 호우로 침수 피해를 본 대전 코스모스아파트는 지난 30여년 동안 사용승인을 받지 못한 무허가 건축물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전 서구 정림동 코스모스 아파트가 물에 잠겨있다. 이 아파트는 무허가 건축물인 것으로 드러났다. 프리랜서 김성태

대전 서구 정림동 코스모스 아파트가 물에 잠겨있다. 이 아파트는 무허가 건축물인 것으로 드러났다. 프리랜서 김성태

 이날 대전시 서구 등에 따르면 정림동 1만955㎡ 부지에 들어선 코스모스아파트는 총 265가구다. 5층짜리 4개 동에 250가구, 3층짜리 1개 동 연립주택에 15가구가 입주해 있다.

1979년 사업 승인, 사업 주체 4차례 변경 #승인 안받았지만 전기·수도·가스는 이용 #이재민 56명은 인근 체육시설 등서 생활

 이 아파트는 한 개발업체가 1979년 6월 주택건설 사업계획 승인을 받은 다음 이듬해 6월 11일 착공했다. 이어 1985년 9월 2일 5개 동 265세대에 대한 주택공급 공고 승인을 받았다. 아파트 공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사업 주체인 개발업체들이 모두 4차례 변경됐다. 마지막으로 바뀐 개발업체가 건물에 대한 사용 검사나 준공 검사 절차를 밟아야 했으나 어떤 이유에선지 이를 진행하지 않고 잠적했다.

 이 아파트를 분양받은 주민들은 재산권을 지키기 위해 소유권을 이전받지 못했음에도 사전 입주를 강행했다. 당시 행정 당국은 1986년 7월에 79세대, 8월에 186세대를 사전 입주를 이유로 고발했다. 이후 대지 소유권 강제 경매와 임시압류를 통한 소유권 이전 절차 등이 진행됐다. 현재 아파트 대지를 제외한 건물 소유권은 부동산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 사용 승인을 받지 않아 전기·수도·가스 등을 사용할 수 없는 상태지만, 딱한 입주민 사정을 고려해 이용할 수 있도록 조처됐다.

 한전과 가스공사 등도 전기·가스 안전점검을 해 주는 것으로 파악됐다. 1994년 아파트 건축구조 정밀 진단을 받았으며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구청 관계자는 "대지와 건물 소유자가 달라 이 아파트에 대한 사용 검사 신청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무허가 건축물이더라도 주민들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전기와 가스를 개통해 주고 지속해 점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집중호우로 침수된 대전시 서구 정림동 코스모스아파트에서 대전소방본부 요원들이 구조활동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집중호우로 침수된 대전시 서구 정림동 코스모스아파트에서 대전소방본부 요원들이 구조활동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이날 집중호우로 이 아파트 235세대 가운데 D동과 E동 1층 28세대가 침수됐다. 지상 주차장에 있던 자동차 100여대도 물에 잠겼다. 아파트가 침수되자 대전시 소방본부는 구조에 나섰다. 인력 150여명이 보트를 이용해 아파트 1∼3층에 사는 주민 141명을 구조했다. 이 과정에서 이 아파트에 사는 50대 주민 1명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사망자는 귀국해 자가격리 생활 중이던 아들을 만나러 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다른 주민 1명도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주택 침수로 이재민이 된 주민 56명은 인근 오량실내체육관과 정림사회복지관에서 임시 생활을 하기로 했다.

 한편 이번 집중호우로 대전지역에서 주택 103가구와 공장 3동, 상가 9동, 도로 187곳 등이 침수됐다. 코스모스아파트 인근에 있는 정림동 우성아파트 지하주차장도 물에 잠겼다. 중구 부사동에 있는 차량등록사업소가 한때 잠기면서 전산시스템 오류로 업무가 마비되기도 했다. 이날 오전 선로에 토사가 밀려와 운행에 차질을 빚었던 경부선과 호남선 대전 일대 구간도 오후 2시30분 복구가 완료돼 열차가 정상 운행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부터 이날 오후 3시 현재까지 대전 문화 197.0㎜, 전북 완주 175.0㎜, 대전 세천 171.0㎜, 전주 완산 152.5㎜, 충북 진천 위성센터 151.0㎜ 등의 비가 내렸다. 이들 지역에 내려졌던 호우 특보는 모두 해제됐다.

대전=김방현·신진호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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