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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지질공원 유네스코 인증은 받았지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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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전익진 기자 중앙일보 기자
전익진 사회2팀 기자

전익진 사회2팀 기자

한탄강 일대는 세계적 지질 자원의 보고(寶庫)다. 지난 7일 국내 네 번째로 유네스코로부터 ‘세계지질공원(Global Geoparks)’으로 인증을 받았다. 경기도·강원도·포천시·연천군·철원군 등 지방자치단체들의 인증 추진 노력이 결실을 본 것이다. 요즘 각 지자체 거리 곳곳에는 축하하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된 곳은 여의도 면적(2.9㎢)의 400배에 달한다. 한탄강이 흐르는 경기 포천시 유역(493.24㎢), 연천군 유역(273.65㎢), 강원 철원군 유역(398.72㎢) 등 총 1165.61㎢다. 이 가운데 26곳은 지질·문화 명소로 등재됐다. 연천군의 경우, 군남면 왕림리 차탄천 주상절리(柱狀節理, 용암이 급격하게 식어서 굳을 때 육각 기둥모양으로 굳어져 생긴 지형) 등 9곳이 포함됐다.

그런데 연천의 대표적인 지질 명소인 차탄천 주상절리 일대에서 관광과 자연학습을 위한 공사가 한창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연천군이 2015년 탐방을 위해 조성한 트레킹 코스인 차탄천 ‘에움길’(전곡읍 은대리 삼형제 바위∼연천읍 차탄리 차탄교, 총 길이 9.9㎞)을 정비한다는 명분이다. 5년 전 설치한 차탄천 징검다리(돌다리) 6개를 오는 9월 완공 목표로 지난해 9월부터 8억원을 들여 1m로 높이는 계획이다. 지역 시민단체는 반발한다.

이석우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대표는 “세계지질공원 지질 명소로 지정된 차탄천 주상절리 등 지질명소 일대는 자연 지질 환경을 그대로 보존해야 마땅하다”고 지적한다.

지난 14일 경기도 연천군 한탄강 지류 차탄천 ‘왕림리 주상절리 협곡’의 돌다리 공사 현장. 전익진 기자

지난 14일 경기도 연천군 한탄강 지류 차탄천 ‘왕림리 주상절리 협곡’의 돌다리 공사 현장. 전익진 기자

그는 또 “이미 조성해 놓은 멀쩡한 트레킹 코스를 다시 파헤치는 것은 관청이 앞장서 유네스코 세계지질명소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주장한다.

연천군의 주상절리 훼손 행위는 이전에도 문제가 된 바 있다. 2016년 6월부터 3년간 에움길 일대 차탄천변과 차탄천 바닥 6.64㎞ 구간을 굴착해 차집관로(遮集水路, 오수를 하수처리장으로 보내는 관로)를 교체하면서 주상절리 일부를 훼손했었다.

연천군은 “징검다리 높이가 낮아 비가 오면 잠기는 바람에 50㎝ 높이기 위해 돌다리를 다시 설치 중”이라며 “중요한 관광명소이자 지질체험 학습장 역할을 하는 곳의 이용 편의 개선을 위해 불가피하게 돌다리를 새로 설치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세계지질공원 신청을 유네스코에 제출한 주체는 지자체다. 세계인들에게 지질 유산으로 길이 남겨줘야 할 의무도 지자체에 있다. 관광·학습 자원화 등을 빌미로 지질 환경을 그대로 두면서 인근 지역을 개발하는 등의 대안 찾기에는 소홀한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든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인증은 자부심을 가져다줌과 동시에 ‘보존’의 중요성에 대한 지역 사회의 관심을 불러오고 있다.

전익진 사회2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