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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차 ‘카마겟돈’…도요타·혼다·미쓰비시 줄줄이 공장 폐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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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한때 ‘리쇼어링’(생산시설의 본국 회귀)의 모범으로 꼽혔던 일본이 완성차 공장을 잇따라 폐쇄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에 따른 수요 급감으로 자국 내 생산량 감축에 나선 것이다. 세계 자동차 시장이 격변하는 상황에서 한국도 비슷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요절벽 대비 일본 내 생산 감축

27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경영 위기를 겪고 있는 미쓰비시자동차는 기후현 사카호기마치(坂祝町) 공장을 3년 안에 폐쇄하기로 했다. 이 공장은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파제로’를 생산한다.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이 면허 생산(1991~2003년)했던 ‘갤로퍼’의 원래 모델이다. 미쓰비시는 공장 폐쇄와 함께 파제로의 단종도 결정했다. 미쓰비시가 일본 내 공장을 폐쇄하는 건 2001년 나고야 오에(大江)공장 이후 처음이다.

르노-닛산과 연합 관계인 미쓰비시는 2020 회계연도(2020년 4월~2021년 3월)에 3600억엔의 적자를 전망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이 회사가 조만간 1000억엔 규모의 비용 절감안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도요타는 시즈오카현 히가시후지(東富士) 공장 폐쇄를 결정했고 혼다도 내년까지 사이타마현에 있는 사야마(狹山) 공장을 닫기로 했다.

한국 자동차 업계도 코로나19의 충격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상반기 자동차 생산은 162만7534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8% 줄었다.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로 내수 판매는 나쁘지 않았지만 코로나19로 수출이 급감해서다. 상반기 자동차 생산량은 2009년 상반기(152만9553대) 이후 11년 만에 가장 적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일본은 인구 대비 (자동차) 내수 시장(450만 대)이 한국(155만 대)보다 크다. 수입차의 시장 점유율이 낮은데도 자국 생산 공장을 폐쇄한다는 건 수요 절벽에 대비한 선제적 조치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노사 관계 합리화로 생산 원가를 줄이고 부품 공급망, 판매 시스템 등을 효율화하지 않으면 일본이 간 길을 따라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고 경고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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