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골프장 캐디피 15만원 시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7면

골프장이 특수를 누리는 상황에서 캐디피를 15만원으로 인상하려는 곳이 나왔다. [중앙포토]

골프장이 특수를 누리는 상황에서 캐디피를 15만원으로 인상하려는 곳이 나왔다. [중앙포토]

여름 휴가철을 맞아 전국 골프장이 호황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아마 골퍼들이 해외 대신 국내로 발길을 돌린 덕분이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 회원사 골프장 130곳 중 95곳이 혹서기에도 문을 열 계획이다.

이천 웰링턴CC 다음 달부터 인상 #다른 골프장도 잇따라 올릴 조짐 #노캐디·등급제 등 선택 폭 넓혀야

이런 상황에서 캐디피를 15만원으로 인상하려는 골프장이 나왔다. 경기도 이천의 웰링턴CC는 다음 달 15일부터 캐디피를 15만원으로 올리겠다고 최근 회원들에게 통보했다. 캐디피 15만원은 국내 최고가다. 2014년 3월 문을 연 웰링턴CC는 소수의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다. 웰링턴CC 관계자는 “보다 나은 서비스 제공과 원활한 캐디 수급을 위해 캐디피를 인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뿐만 아니라 대중제 골프장인 강원도 춘천 라비에벨CC도 지난 1일부터 캐디피를 14만원으로 올렸다.

국내 골프장의 경우 캐디피는 4인 기준에 12만원 선이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지난 5월 발간한 ‘레저백서 2020’에 따르면 국내 대중제 골프장 캐디피는 평균 12만2900원, 회원제 골프장은 12만5200원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1년 조사 당시 9만 원대 중반에서 26.5% 나 올랐다. 같은 기간 물가 상승률(10.7%)의 배를 넘는다.

웰링턴CC가 캐디피를 인상하겠다고 밝히자 경기도 이천·용인 등 수도권의 다른 골프장들도 잇달아 캐디피를 올리려는 분위기다. 캐디 수급 경쟁이 치열한 만큼 우수 자원을 빼앗길 것을 염려해 똑같이 캐디피를 올리겠다는 것이다. 수도권의 한 골프장 대표는 “명문을 표방하는 골프장들이 캐디피와 그린피 인상을 주도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수도권은 물론 전국 골프장들이 캐디피를 올리지 않을 수 없다”면서 “코로나19 상황 덕분에 반짝 호황을 맞았다고 줄줄이 캐디피와 그린피를 올렸다간 골퍼들의 거센 반발에 부닥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지면 골퍼들이 다시 국내 골프장을 외면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피해는 결국 골프장에 돌아올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는 최근 웰링턴CC 측에 “캐디피 인상은 국내 골프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는 행동”이라며 재고를 요청했다.

캐디는 현재 골프장 정직원이 아닌 개인사업자다. 그런데 내년부터는 정부의 특수형태 근로 종사자의 고용보험 가입 의무화 방침에 따라 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캐디는 1년에 700만원 정도 소득세를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골프장들이 아웃소싱 업체를 통해 캐디를 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골프장들은 캐디피 인상 명목으로 ‘서비스 개선’을 꼽지만, 골퍼들의 만족도가 높은 건 아니다. JTBC골프 매거진이 5월 국내 골퍼 5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7.2%가 캐디 만족도를 ‘보통’으로 꼽았다. ‘만족’은 36.3%, ‘불만족’은 16.5%였다. 한국골프소비자원 서천범 원장은 “무리한 캐디피 인상은 고스란히 골퍼들의 부담으로 돌아간다. 무작정 캐디피를 올릴 것이 아니라 골퍼들이 캐디 동반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노 캐디 제도나 캐디 등급제를 도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