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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가지 바이러스 품어도 멀쩡···박쥐의 생존 비밀 풀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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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박쥐. Daniel Whitby 네이처 제공=연합뉴스

관박쥐. Daniel Whitby 네이처 제공=연합뉴스

그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원인 유발 동물로 알려진 박쥐는 수천 가지의 바이러스를 몸속에 갖고 있지만 아무런 증상 없이 생존하고, 노화가 더디고 암에도 잘 걸리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박쥐 등 6종 게놈 분석

이런 박쥐의 비밀을 풀기 위해 지난 2017년 출범한 국제 컨소시엄 ‘Bat1k’가 총 1421종에 달하는 박쥐의 게놈을 분석해 첫 결과물을 내놨다.

23일(현지시간)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와 과학전문 매체 ‘사이언스 매거진’ 등에 따르면 Bat1k 연구진은 관박쥐를 비롯한 6종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최신호에 발표했다.

박쥐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인간 게놈에 가까운 수준으로 끌어올리며 인간을 비롯한 다른 포유류 종과 유전자 차이를 비교하는 것이 이번에 가능해졌다.

이에 연구팀은 실제로 관박쥐 등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해양 포유류인 바다소부터 인간 등 42종의 다른 포유류와 비교했다.

그 결과 박쥐의 근연종은 지금까지 알려진 것처럼 나무두더쥐나 날다람쥐원숭이, 쥐 등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개와 말, 천산갑, 고래 등으로 진화한 포유류의 공통조상에서 일찌감치 갈라져 나와 독자 그룹을 형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포유류의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APOBEC3’ 유전자군 비교에서는 다른 포유류와 달리 감염에 대한 염증 반응을 유발하는 유전자가 10개 이상 불능화돼 있는 것을 밝혀졌다. 이와 함께 질병에 대한 저항력과 관련된 항바이러스 유전자는 추가 복제와 변형이 이뤄져 있는 것도 확인했다.

또한 연구팀은 박쥐의 게놈 곳곳에서 과거 바이러스 감염 때 바이러스 유전체가 복제되면서 남긴 유전자 조각도 발견됐다면서 ‘화석화된 바이러스’는 박쥐가 조류만 공격하는 바이러스를 비롯해 다른 어떤 포유류보다 많은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논문 공동 책임 저자로Bat1k 창립 이사인 유니버시티 칼리지 더블린의 엠마 틸링 교수는 “정교한 박쥐 게놈을 통해 박쥐가 바이러스를 어떻게 극복하고 노화를 늦추는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며 “이런 게놈 지도는 궁극에는 인간의 노화와 질병을 완화하는 데 이용될 수 있는 박쥐가 진화시켜온 유전적 해결책을 밝혀내는 데 필요한 도구”라고 설명했다.

Bat1k는 내년에 각 박쥐 과에서 1종씩 27종의 박쥐 게놈을 추가 분석할 예정이다.

막스플랑크연구소는 보도자료를 통해 “남은 1400여종의 박쥐는 생태나 수명, 감각기관, 면역 등에서 믿을 수 없을 만큼의 다양성을 보이고 있다”며 “아직도 게놈 기반과 관련해 많은 의문이 남아있다”고 했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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